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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군 산서면 초장마을 돌탑(할아버지탑)
 장수군 산서면 초장마을 돌탑(할아버지탑)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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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 산서면 오산리 초장 마을은 배산임수의 위치로 영대산, 오봉산과 칠봉산의 산줄기를 병풍 삼았다. 이 세 산의 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오산저수지와 초장저수지를 이루어 들녘을 기름지게 한다. 

이 마을 뒤쪽 산기슭에는 초장 솔숲이 푸르다. 이곳 울창한 소나무 숲은 2001년 생명 숲 가꾸기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선정되었다. 약초가 우거진 숲에 상서로운 뱀이 또아리를 틀었다는 초중반사(草中蟠蛇)의 명당 지형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한다.

이 마을 어귀에 할아버지탑과 할머니탑, 2기의 돌탑이 있다. 마을 앞에도 숲이 있었는데 점차 농경지로 개간하였다. 마을 앞의 숲이 많이 없어지자, 마을에 재해가 자주 발생하였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보호해 주던 숲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마을 어귀 양쪽에 2기의 돌탑을 세우고 탑제(塔祭)를 지냈다.

색 변하는 미륵불? 
 
칠봉산 미륵암 미륵불 좌상
 칠봉산 미륵암 미륵불 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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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 마을의 위쪽 칠봉산 자락 아래에 유서 깊은 암자(미륵암)가 있다.

고려시대의 미륵불이 연꽃 모양 대좌에 결가부좌 하였고, 광배 바깥에는 화염무늬가 새겨졌다. 미륵불은 오른손을 위로 들어서 엄지와 검지를 맞대었고 새끼손가락을 펴서 밖을 향하였으며, 왼손은 펴서 무릎에 올려 놓았다. 화강암을 다듬어 음각으로 새긴 이 불상은 세월의 풍상으로 마모가 심하다. 

이 미륵불은 나라에 큰일이 있으려면 색깔이 변한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이건 천재지변이나 국가의 변고를 극복할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찾으려는 사람들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었을까? 민심이 천심이라며, 소망과 염원을 미륵불에 기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독일 광부로 떠나 대학교수도 돌아온 이야기
 
초장마을 표지석
 초장마을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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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60년대는 많은 사람이 초근목피로 끼니를 이어야 했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은 꿈을 품고 독일 광부와 간호사로 떠났었다.

초장마을은 파독 광부로 떠나서 대학교수가 되어 돌아온 권이종(權彛種, 1940~2022) 박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의 일화는 영화 '국제 시장'(2014년)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사랑 이야기 내용의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권이종 박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1964년에 독일 탄광으로 떠났다. "글뤽 아우프(Gluekauf: 행운을 가지고 위로 올라오라)!"라는 말은, 탄광 갱도에서 살아서 나오라는 인사말이었다.

그는 당시 지하 1,000m의 탄광 막장에서 3년간 희망을 캐어 올리고, 독일에 남아서 갖은 고생 끝에 대학에 진학하여 대학원까지 마쳤다. 그는 대학교수가 되어 16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고갯길 계곡 얼레지꽃
 고갯길 계곡 얼레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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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의 마을숲과 돌탑에 대하여 마을 풍수 연구가인 이상훈(진안문화원 부원장)씨는 전통적인 지리 문화인 비보풍수(裨補風水: 풍수적 결함을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것)가 남아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배산임수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마을 입구의 마을숲과 돌탑은 마을의 허한 기운을 보완하기 위한 수구막이 역할을 합니다. 마을숲과 돌탑은 신성성과 신앙심이 깃들어, 서낭당이나 당산나무와 함께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요."

초장 마을은 마을 뒤편에 병풍처럼 에두른 산줄기를 넘는 고갯길이 여러 갈래가 있다. 고갯길로 이어진 계곡에는 3월 중순의 봄기운이 짙어간다. 계곡 양지에는 야생화 얼레지가 땅속뿌리에서 희망을 피워 올리며 경쾌한 자태로 꽃을 피웠다.

길마가지나무 꽃의 하얀 꽃자루는 길마를 지운 소가 느린 걸음으로 고개를 넘었던 추억 어린 고향 풍경을 연출하는 듯하다.
 
고갯길 계곡 길마가지나무꽃
 고갯길 계곡 길마가지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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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칠봉산미륵암, #마을비보풍수, #장수산서초장마을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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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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