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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사람이 줄어 빈 섬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났고, 아기 울음소리는 이미 멈추었고, 아이들이 없어 학교는 폐교가 됐다. 노인들만 남아 있는 섬은 고령화로 소멸 위기다.

한국고용정보원(2023년 2월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초 지자체 중 118곳(52%)이 소멸 위기에 처했고 신안군은 소멸될 고위험 지자체 중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신안군이 1969년 신안(新安, 새로운 무안)으로 군으로 태어나던 해에 17만5000명이던 인구가 55년 만인 2023년에는 3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으나,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 그런데 신안군은 지난해 8월부터 인구가 유입되면서 정주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방문객들도 증가하며 생활인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신안군의 대표적인 정책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숲 조성과 '떠나는 섬'에 꽃을 가꾸어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은 섬'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축제가 봄을 알리는 선도의 수선화 축제다.

신안군은 2018년부터 6개년 사업으로 '사계절 꽃 피는 바다 위 꽃 정원, 1섬 1꽃 정원 조성' 정책을 수립한 후 섬마다 고유 색상을 지정하고, 섬을 가꾸어 꽃의 천국(Flopia = Flower + Utopia)인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신안군의 관문인 목포와 연결되는 압해도와 암태도는 겨울꽃을, 무안과 가깝고 신안의 북부지역 섬인 임자도와 증도, 지도, 자은도는 봄꽃을, 신안의 중부권인 도초도와 비금도는 여름꽃을, 중국과 제주도와 가까운 남부권인 하의도와 장산도, 신의도는 가을꽃을 중심으로 식재했다.

신안의 다이아몬드 제도(諸島, 섬 무리)인 섬마다 사계절 꽃의 향연이 펼치는 계획을 실현하고 있으며, 신안군청의 행정 여객선 이름 또한 플로피아(Flopia)호로 정하는 등 꽃을 상징화하고 있다.

봄꽃 축제로 3월에는 선도에서 수선화 축제를 하며, 4월 임자도에서 튤립 축제와 홍매화 축제를 진행한다. 이어서 팔금도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리며 바다 위의 여러 섬을 꽃 정원으로 만들어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2백만 송이로 노랗게 물들인 신안군 선도 수선화 축제장
▲ 수선화 축제장 2백만 송이로 노랗게 물들인 신안군 선도 수선화 축제장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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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 주민들이 섬의 꽃을 수선화로 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선도에는 '수선화 여인'이라고 불리는 현복순(91세) 할머니가 있기 때문. 그는 30년 전 시댁(媤宅)인 선도에 정착한 후 집 주변에 하나둘씩 심은 수선화를 노랗게 물들였다. 이를 선도 주민들도 함께 하고 있었고, 수선화 정원을 가꾼 할머니의 노력과 사랑을 모두 알고 있었다. 
 
30년 동안 가꾼 선도 수선화의 집 앞 의자에 앉아 있는 현복순 할머니 인형
▲ 선도 수선화의 집 30년 동안 가꾼 선도 수선화의 집 앞 의자에 앉아 있는 현복순 할머니 인형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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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선도는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중 농업으로는 양파와 마늘의 주산지 중 하나다. 그러나 양파와 마늘은 가격 변동이 심한데다 고령의 농민들에게는 버거움을 주고 있어 손 쉬운 대체작물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수선화 알뿌리(구근)가 양파보다 시세도 좋고, 농사 짓기도 편한데다 경관적으로도 관광객을 모을 수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신안의 섬에는 유배지가 있다. 유배자들은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내며 부활한다. 수선화 알뿌리는 80년 동안 살면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 꽃을 피운다. 이처럼, 수선화가 가득한 신안의 섬은 떠나는 섬에서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은 섬으로 다시 부활한다는 의미를 띄게 됐다. 

2018년부터 선도의 수선화 섬을 만드는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선도 주민들은 수선화 재배가 마늘과 양파 같이 판매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지 걱정했다. 그러자 신안군과 신안군의회는 '신안군 수선화섬 조성 및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마늘과 양파 대신 밭에 수선화를 심으면 두 작물의 판매 수익만큼 가격을 보상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주민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수선화 축제장 입구 마을 창고 벽에 그려진 대형 수선화
▲ 창고 벽의 변신 수선화 축제장 입구 마을 창고 벽에 그려진 대형 수선화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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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장으로 수선화의 섬을 만들었던 선도수선화영농조합법인 박영식(57년생) 대표는 "선도의 모든 집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박우량 군수와 강행선 농업기술센터소장, 군의회 등의 노력이 큰 힘이 되었고, 오늘의 수선화 섬을 조성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수선화 축제는 행정 중심의 축제에서 벗어나 공동체 복원을 통해 주민들이 이끌어 가는 주민 축제로 전환 중에 있다"고 말했다. 

1916년에 선도 인구가 1409명에서 2023년에 22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관광객이 한 명도 없던 선도에서 열린 2019년 첫 축제에 1만1564명이 방문했고, 2023년에는 1만 95명이 방문하면서 생활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마을 주민과 부녀회 등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과 기념품 등 총 판매액도 31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수선화는 꽃이 지고 난 후 알뿌리를 수확하여 판매했다.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했는데, 2022년도에 11만 주를 수확하여 6000만 원의 소득을 올렸고, 향후는 군에서 전량 수매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어 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게 되었다.
 
 바다 위의 섬 선도를 노랗게 물들인 수선화 동산과 마을 지붕
▲ 선도 수선화 축제  바다 위의 섬 선도를 노랗게 물들인 수선화 동산과 마을 지붕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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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량 군수는 "선도의 수선화 축제는 2020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5년간 50억 원의 지원을 통해 기반 시설을 추진 중에 있다. 신안군은 '살고 싶은 섬'을 통해 지속가능한 섬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도 박일선 이장은 "수선화 축제 개막식에 초청한 선도 향우회에 수선화 축제를 전국에 알리는 가교 역할을 요청했다"며 "조건 없는 사랑이라는 수선화 꽃말처럼 선도 수선화 축제장 방문을 통해 봄의 기운과 아름다움을 듬뿍 받아 평화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온 마을 사람들이 준비했다"고 밝혔다.
 
노란 색 의상을 입고 수선화 축제 개막식에 참가한 방문객
▲ 수선화 축제 개막식 노란 색 의상을 입고 수선화 축제 개막식에 참가한 방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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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열리는 선도에는 4만여 평에 수선화 구군 17종 208만 구가 심어져 200만 송이의 수선화가 섬을 노랗게 물들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3월 22일부터 시작한 '2024 섬 수선화 축제'는 4월 7일까지 열리며, 입장료 6천 원을 내면 5천 원의 지역상품권을 준다. 노란 옷을 입고 갈 경우 50% 할인을 받아 3000원에 선도 축제장에 입장할 수 있으며, 축제장이 섬이라 신안군 압해도 가룡항이나 무안군 운남면 신월항에서 배를 타면 된다.

신안군이 섬에 꽃을 심는 이유는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떠나는 섬을 방문한 사람들이 꽃을 보면서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는 살고 싶은 섬으로, 섬 밖의 세상 사람들에게는 가고 싶은 섬으로 만들어 지속가능한 마을로 태어나고 있다.

신안의 섬들은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람들에게는 치유를 주는 희망의 꽃 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태그:#수선화, #선도, #신안, #가고싶은섬, #수선화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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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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