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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치시민물결과 기후정치바람 그리고 단비뉴스는 4월10일 총선이 기후위기 대응의 전환점이 되도록 각 지역 후보의 기후정책을 점검하고 기후유권자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연재합니다.[기자말]
"기후위기를 막고 노동자와 지역주민 모두가 정의로운 전환을 쟁취하기 위해 나서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충남 태안군 태안버스터미널 앞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 노동자행진'에서 황성렬 기후위기충남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은 파리협정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포함돼 있지만 이를 추진하기 위한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산업전환 등으로 해를 입는 지역이나 일자리를 잃는 사람 등 약자를 보호하는 원칙이다.

그는 "충남도 정의로운 전환 기본 조례를 제정했지만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와 지역민이 참여하는 위원회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충남공동행동 등 151개의 단체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1천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참석했다.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공공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공공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
ⓒ 조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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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손 놓은 정부

제용순(46) 발전노조 위원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결정했지만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조치는 미흡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확정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28기가 폐지될 예정인데, 충남은 2025년 6기를 시작으로 모두 14기를 폐쇄한다.

그는 발언 후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발전 노동자가 (이 사업에) 참여하는 식으로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기석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 당장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정한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를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는 탄소중립을 이루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지역으로, 정부는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2곳 내외의 특별지구를 지정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행하지 않은 상태다.
 
가장 왼쪽부터 제용순 민주노총 공공운수조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황성렬 기후위기공동행동 공동대표, 송순옥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오진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고기석 공공운수노조 수석 부위원장.
 가장 왼쪽부터 제용순 민주노총 공공운수조조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황성렬 기후위기공동행동 공동대표, 송순옥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 오진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테스트테크지회, 고기석 공공운수노조 수석 부위원장.
ⓒ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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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상임활동가는 기업이 탄소 배출로 돈을 못 버는 것을 걱정하는 동안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과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석연료에 종속된 지역경제는 지역소멸을 피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을 공공이 주도하고 통제하여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력발전소 집중된 충남, 정의로운 전환 시급

이날 현장에선 화석연료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의미가 담긴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붉은색 굴뚝에서 이산화탄소(CO2)라고 쓰인 까만 연기 모형을 걷어냈다. 잠시 후 길게 늘어선 대열 뒤편에서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나타났다. 이 사람들은 '공공', '공유', '주민주권'이라는 에너지 전환의 주요 가치가 적힌 날개를 굴뚝에 달았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붉은색 굴뚝에 풍력 발전기 날개를 매달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붉은색 굴뚝에 풍력 발전기 날개를 매달고 있다.
ⓒ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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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가 끝난 뒤 오후 3시30분부터 행진 대열은 태안군청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박은정(50) 당진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충남은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더 정의로운 전환을 잘 이뤄야 한다"고 말하며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반드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58개 석탄화력발전소 중 29곳이 충남에 있다. 당진에도 10곳이 있다. 서울에 사는 김요한(42)씨는 "기후 위기가 심각하기에 (화석연료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석탄발전소 노동자와 같은 분들의 피해가 없어야 하고 생존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에게 피해 전가 말아야

행진 중에 브라질 전통 타악 '바투카다'가 울려 퍼졌다.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에서 커다란 북을 연주한 홍록기(30)씨는 "바투카다는 흑인 노예의 해방 역사에서 만들어진 장르"라며 "(발전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차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전통 타악 ‘바투카다’를 연주하는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와 행진하는 사람들.
 브라질 전통 타악 ‘바투카다’를 연주하는 퍼커션 앙상블 ‘호레이’와 행진하는 사람들.
ⓒ 조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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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영(39)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로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것은 빈곤 문제와 맞닿아 있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비용을 개인들에게 전가하지 않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27)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도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는 2034년까지 폐지되는 석탄 화력발전소 30기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일자리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935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4·10 총선에 출마한 이보라미(55)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에 있어서 노동자들의 고용의 문제가, 지역사회에 파급될 경제 문제 같은 것들이 다음 국회에서는 꼭 다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정당 허승규(35) 비례대표 후보도 "22대 국회에는 기후위기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해 예산과 입법 권한을 줘야 한다"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처럼 기후 악법들을 규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

"정의로운 전환으로 불평등을 끝장내자."

오후 4시 6분 태안터미널 사거리에 도착한 사람들은 잠시 멈춰 구호를 외쳤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수십 명의 사람들은 '다이인'(Die-in) 퍼포먼스 펼쳤다. 그들은 검은색의 넓은 천 위로 3분간 바닥에 죽은 듯 누웠다. 석탄발전소 노동자 옷을 입은 이들도 발전소 모형 옆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바닥에 누워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시민들이 바닥에 누워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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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40분께 행진 대열은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멈췄다. 정문 앞에 나란히 선 사람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흔들며 "석탄 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고 외쳤다.

이태성(51) 발전비정규직노조대표자회의 간사는 "노동자들은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행사는) 노동자의 삶과 그들의 노동을 지켜달라는 절절한 호소"라고 밝혔다.

정진영(47)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은 행사를 마친 후 "오늘 행진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정의로운 전환이 가능한지 알려졌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발전 노동자 같은) 이해당사자를 포함해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충남행진, #석탄발전, #정의로운전환,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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