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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가 10일 오후 6시께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상파 3사의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지켜본 뒤 무거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와 개인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가 10일 오후 6시께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상파 3사의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지켜본 뒤 무거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와 개인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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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심판론이란 쓰나미에 심상정이 묻혀버렸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경기 고양갑 후보 선거사무소를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강길성(59, 자영업)씨는 "이게 뭐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10일 오후 6시께 선거사무소에서 확인했던 22대 총선 지상파3사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심상정 후보는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후보,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에 밀려 3위로 예측됐다. 심 후보가 속한 녹색정의당 또한 비례대표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강씨는 "처음에는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선거운동하면서 심상정 후보를 다시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가 나오니까, 말문이 막히더라"면서 "말 그대로 '묻지마 투표'였다. 정권심판론이란 파도가 싹 휩쓸면서 모든 게 다 묻혀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상정 후보 역시 예측(출구) 조사 발표 직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권 심판론이 지배하는 가운데 정치 퇴행에 대한 높은 불신들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원사이드의 정권 심판 선거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가 민생을 덮은 선거"라고 말했다.

'침묵' 심상정... 지지자들 "어안 벙벙해서 말 제대로 못하겠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가 10일 오후 6시께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상파 3사의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가 10일 오후 6시께 선거사무소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상파 3사의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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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열댓 명의 선거운동원 중 누구도 쉽게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녹색 재킷을 입고 맨 앞줄 한 가운데에 앉아 있던 심상정 녹색정의당 후보 역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10일 오후 6시께 TV 모니터를 통해 지상파 3사 예측(출구) 조사 발표를 보고 있던 심 후보의 표정에는 어떤 미동도 없었다.

심상정 후보는 대한민국 진보 정치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경기 고양갑에서만 19, 20, 21대 내리 3선을 했다. 21대 총선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한 정의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이었고, 제3당 지역구 의원으로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진보정당 최초 4선 의원이었지만, 5선의 벽은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수 6석을 목표로 했던 녹색정의당은 원외 정당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오후 6시 10분께, 선거사무소를 꽁꽁 싸매고 있던 정적을 가장 먼저 깬 것은 심상정 후보였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개인 사무실로 향했다. 담담한 표정이지만, 역시 말이 없었다. 그제야 하나둘, 선거운동원들이 뒤따라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선거사무소를 떠나던 김경태(70)씨는 "심상정 의원이 정말 지역을 위해 열심히 했다"면서 "사람(후보)의 됨됨이를 보고 찍어야 하는데, 주민들이 '묻지마 1번·2번 투표'를 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나쁘고, 민생을 잘 살피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알겠지만, 지역은 또 다른 것 아니냐"면서 "고양시청 원당 존치나 철도 놓는 것을 심 의원이 마무리해야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강길성씨도 "(출구조사 결과가) 선거운동 시작하면서 나왔던 여론조사와 너무 똑같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선거운동할 때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어안이 벙벙해서 말을 제대로... 너무 뻥 저어 버리니까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이어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윤석열 심판, 더 나아가서 국민들 머릿속에는 탄핵까지 염두에 두고 이번 선거가 치러진 것 같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큰 쓰나미로 밀려와 우리 의원님이 묻혀버렸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뿐만 아니라 녹색정의당에도 이번 총선 전망은 무척 어두웠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3%를 넘지 못하면서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고 했다. 심상정 후보 역시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정치를 계속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특히 녹색정의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대선 리스크가 제일 큰 것 같고, 또 전체적으로는 당 리스크도 작용했다"며 "녹색정의당이 미래를 향한 힘 있는 전망을 내놔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p 차 패배를 당한 게 심상정 후보 때문이라는 심리가 강하다. 당시 야권 통합을 하지 않고 완주한 심 후보는 2.3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녹색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어쨌든 민주노동당 이래로 24년 동안 우리 당이 국회 안에서, 이 사회에서 해온 역할들이 있는데, 지난 4년만 부각이 되고 증오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윤석열한테 정권을 넘겨준 게 정말 100% 우리 잘못인가? 균형 감각은 사라져 버리고, 자꾸 정쟁의 논리가 지배를 하니 황당하다"면서 "징역 1년 정도면 될 사람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부당한 뒤집어씌우기와 정치적 환경이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개인 사무실로 들어간 뒤, 현재까지 언론 노출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예측(출구) 조사 결과가 나오기 직전 진행한 심상정 후보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정치를 계속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국민의 뜻에 따를 것"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투표소 앞에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투표소 앞에 22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붙어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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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심경은?

"이번에는 복합적인 리스크를 다 안고 가는 거니까. 당도 지금 최악이고, 대선 리스크도 있고, 또 저는 4선 리스크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제가 당을 넘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를 계속하는 것도, 멈추는 것도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런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 하여튼 최선을 다했으니까, 결과는, 민심이 곧 천심 아니겠나. 하늘의 뜻으로 알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 이번 선거에 임했던 마음이 좀 달랐을 것 같다.

"사실 저의 출마 여부도 제 개인의 판단으로 하기가 어려운 조건이었다. 당도 생각을 안 할 수 없고. 그래서 모든 것을 우리 지역구에서 12년간 저를 선택해 주신, 저의 험난한 제3의 길을 동행해 주신 주민들 판단에 따라야겠다, 그런 자세로 선거에 임했다."

- 이전 선거보다 이번 선거운동이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렇다. 고양시 덕양구는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삶의 질 격차가 크다 보니까 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이 크다. 사실 고양갑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3선을 했겠나. 하루에도 두세 번씩 고양시와 여의도를 오가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서 애를 써왔다. 지난 4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덕양구를) 녹색교통 철도 중심 도시로 만들려고 애썼다.

그래서 3호선 하나밖에 없던 지역에 6개가 병행 추진되고 있다. 제가 추진하고 있던 철도 사업이 유실되지 않고 제 손으로 마무리해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간절했다. 우리 주민들께 뭔가 보답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 지역을 위해서 일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선거운동 초반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에 많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민에 대한 원망은 아니겠지만, 좀 답답하고 속상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상하게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지지율이 떨어진) 이유가 정당하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제가 이 지역에서 3선을 했고, 3선 한 사람은 이제 세 번이나 찍어준 데 대해서 뭘 했는지로 응답해야 한다. 이것은 제가 좀 자신이 있었다.

두 번째는 대선 리스크가 컸다. 아무래도 그동안에 저를 많이 성원한 분들이 민주당 당원분들도 있었다. 대선 리스크의 경우는, 사실 가랑비에 옷 젖듯 여러 책임론에 대해서 마타도어도 많았는데, 그걸 조기에 대응하지 않아서 굳어진 측면이 많아 좀 아쉽기는 했다.

녹색정의당이 아주 안 좋은 상황에서 선거를 맞이했기 때문에 주민들이 아무리 심상정이라도 더 고심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너무나 이해가 됐다. (주민들을) 원망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저의 진심을 최선을 다해서 말씀드려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에 '노회찬재단'에서 선거 승리를 기원하며 보낸 화분이 놓여 있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에 '노회찬재단'에서 선거 승리를 기원하며 보낸 화분이 놓여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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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선거가 정의당에 어렵게 된 첫 번째 원인을 방금 말씀하신 '대선 리스크'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것은 역시 당이라고 본다. 당과 대선 리스크. 녹색정의당이 미래를 향한 뭔가 힘 있는 전망이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현재가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한 표'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그런 정당처럼 느껴질 때 '한 표'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물론 지역 주민들은 당보다는 저, 심상정을 택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대선 리스크가 제일 큰 것 같고, 또 전체적으로는 당 리스크도 작용을 많이 했다."

- 이 지역에서는 당보다 심상정 후보에 대한 신뢰가 크다고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게 먹히지 않은 것인가?

"상대 당 후보들이 등장하고 나서 조금 흔들림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초반 분위기와 최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게 당락에 어느 만큼 영향을 줄 것인지는 좀 봐야 되겠지만. 왜냐하면 상대 당 후보들이 이 지역을 너무 모르니까.

저도 처음 이 지역에 왔을 때는 (선거) 2개월 전에 왔다. 제가 3500표 차이로 졌는데 그때 지고 나서 마음이 후련했다. 덕양처럼 발전 욕구가 큰 지역에서 골목도 제대로 모르면서 당선되면 도둑놈 심보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한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2주 전에 왔고, 다른 후보도 사실 지역 발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권 심판을 중시하는 분이 왔다. 그 점에 대한 주민들의 의구심 같은 것들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과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 비례대표 후보자, 당직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와 동상 앞에서 “녹색정의당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녹색정의당 김준우 상임선대위원장과 심상정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출마 후보자, 비례대표 후보자, 당직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와 동상 앞에서 “녹색정의당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절을 올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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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정의당 후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큰절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

"제가 그 결정에 참여를 못 했다. 저는 좀 더 진취적으로, 정치적으로 자신 있게 당의 미래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 좋지 않으냐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런 방향으로 계속 코멘트를 했다. 어쨌든 결정하고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당적 결정이 그렇게 됐고, 또 참여를 요청받았다. 당의 부름에 부응한 거다."

- 정의당 지지율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류호정 전 의원 사태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어쨌든 이미 스스로 탈당을 했으니까.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각 당의 청년 정치인들이 모두 이래저래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 않았나. 예를 들면 김남국씨 같은 경우도 그렇다. 류호정과 다른 경우이기는 하지만, 거기는 여러 많은 의원 중에 n 분의 1이니까 다른 이슈로도 덮고, 힘으로도 덮었다. 저희는 당이 좀 더 신속하게 미래로 치고 나가는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정권의 퇴행에 대한 심판과 극단적인 진영 정치의 퇴행에 대한 강한 불신,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민생에 대한 울분. 이런 것들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정권 심판론이 지배하는 가운데 정치 퇴행에 대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불신들이 표출되고 있다. 한마디로 원사이드의 정권 심판 선거다. 결국은 대안이 있어야 그걸 선택할 수 있는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극단적인 진영 대결 정치가 민생을 덮은 선거다."

- 정의당과 본인의 향후 진로와 관련 본인의 정치생명까지 걸려 있다고 했는데.

"녹색정의당이 선거 결과에 따라서 선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는데... 기후위기 문제라든가... (출구조사 발표 참관을 위해 보좌관이 인터뷰를 중단시킴) 어쨌든 당은 후배들이 좀 잘했으면 좋겠다."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심상정 녹색정의당 고양갑 국회의원 후보 선거사무소.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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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심상정, #고양갑, #22대총선, #심상정인터뷰, #녹색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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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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