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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창원 정우상가 앞에 있는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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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공공조형물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가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아래 노동자상) 건립을 또 불허했다.

심의위는 12일 오후 2차 심의를 진행해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아래 노동자상추진위)가 요구했던 노동자상을 건립에 대해 표결했다. 그 결과 반대 8, 찬성 2로 또다시 부결됐다.

이날 심의회의에는 위원 11명 가운데 10명이 참석했고, 한은진 거제시의원과 다른 1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위는 지난 2023년 11월 1차 심의에서도 노동자상 건립안을 부결했다. 이후 노동자상추진위가 노동자상 불허를 규탄하면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인 끝에 재심을 신청했던 것이다.

노동자상추진위는 거제문화예술회관 쪽에 있는 평화의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건립하려고 했지만, 행정 심의 과정에서 두 차례나 부결된 바 있다.

심의위는 노동자상추진위에서 요청했던 장소가 문화예술회관 공간으로 노동자상 건립에 적절치 않고, 반대 여론이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규탄 성명 낸 노동자상추진위 "불필요한 갈등 조장, 거제시 책임져야"

노동자상 건립이 재차 부결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자상추진위는 "거제지역의 강제동원 역사 정의를 실현하고자, 거제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참여로 진행되는 노동자상 건립 운동이 거제시 행정 절차에 의해 또다시 거부되어야 하는 상황에 우리는 심각한 유감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극히 정당한 시민들의 활동이 이렇게 거제시 행정으로부터 거부 당해야 하는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심의위 구성부터 운영 책임은 거제시에 있다. 따라서 친일·반민족적인 행정 결정의 책임 또한 거제시에게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라며 "친일·극우 인사들이 심의위에 참여해서 지역 내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긴 이 모든 책임은 당연히 거제시가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상추진위는 "부결에 동참했던 모든 심의위원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동원에 희생된 수많은 어르신들과 우리 민족의 역사 앞에 부끄러운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도 이날 "노동자상 건립 불허, 거제시의 시대착오적 ·반역사적 결정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한일관계 경색을 우려한다는 일부 단체의 반대 입장이 있었다. 일본보다 더 일본의 입장을 헤아리고 대변하는 듯한 이들의 요구와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 이것을 이유로 거제시민들의 역사적 정의를 위한 시민운동을 거부하는 거제시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곳도 아닌 수탈의 거점이었던 거제에서, 역사정의가 아닌 한일친선이란 미명 아래 일본을 옹호하는 주장이 공공연히 위세를 펼치는 것이 기괴하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역사를 거역하지 말라. 역사를 덮으려고 하지도 말라. 역사를 왜곡하지도 말라. 역사는 기록하고,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자주적 국가의 국민으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거제시는 1차 심의에 이어 2차 심의에서도 어설픈 이유와 변명으로 역사적 책무를 또 다시 회피하였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오늘의 결과를 낱낱이 기록할 것이다. 역사적 진실을 거부하고, 역사적 책임을 거역한,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이 있기까지 함께 한 거제시민들의 노력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라며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건립으로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기꺼이 힘 모을 것이다"라고 했다.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은 창원·부산·울산·서울 등 전국 곳곳에 세워져 있다.

태그:#일제강점기,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 #거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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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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