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 SBS

 
언제부터인가 화요일 심야는 TV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피하는 시간대로 인식되고 있다. 노년층이 즐겨보는 트로트 예능을 제외하면 변변하게 안착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보니 많은 방송사들은 드라마 및 예능 재방송, 혹은 토론 및 교양 프로그램 등으로 채워넣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그나마 SBS가 꾸준히 신규 예능을 해당 시간에 넣어보고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시청자들의 생활 습관, 별다른 매력이 없는 내용으로 인해 후속 시즌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속속 종영되고 말았다. 강호동+이승기를 앞세웠던 <강심장 리그>, 다작 MC 전현무를 중심에 뒀던 <강심장 VS>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천하의 예능인들조차 살려내지 못했던 밤 10~11시에 이번엔 유재석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3일 첫 방영된 <틈만나면,>(메인 연출 최보필 PD)이 그 주인공이다. 첫 고정 예능 MC로 섭외된 유연석과 함께 8회에 걸쳐 시민들과 호흡하는 내용으로 만나게 된 <틈만나면,>으로선 어떤 면에서 가시밭길을 사고 없이 통과해야 하는 입장과 다름없는 출발선에 놓였다. 

시민들과 호흡하는 SBS 신규 예능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 SBS

 
<틈만나면,>은 '일상 속 마주하는 잠깐의 틈새시간 사이에 행운을 선물하는 틈새 공략 버라이어티'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사전에 공식 SNS 등으로 신청한 시민들을 찾아가 간단한 이야기와 더불어 MC와 초대 손님 연예인이 게임 미션에 성공할 경우 선물을 증정하는 비교적 단순하고 익숙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거리를 이동하며 일반인을 만난다는 점에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초창기를 연상케한다는 지적이 등장하긴 했지만 <틈만나면,>의 첫회에선 이와 상관없이 유재석+유연석, 그리고 초대손님 이광수의 '대환장' 케미와 입담, 몸개그급 활약이 눈길을 모았다.  

​코로나 시기 <런닝맨>의 틀을 잘 잡아줬던 최보필 PD와 호흡을 맞추면서 시청자들이 어느 정도 '잘 아는' 예능의  맛을 적절히 살리면서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종로구 효자동을 중심으로 찾아간 다양한 장소에서 일하는 시민들과 좋은 교감을 이루면서 제법 볼 거리를 마련했다.  

경복궁에 울려 퍼진 "이광수! 이광수!" ​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 SBS

 
오프닝 촬영부터 두 MC의 구박을 받기 시작한 이광수는 특유의 억울한 표정과 텐션으로 거의 고정 출연자 수준의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경복궁 교대의식 행사를 담당하는 수문장을 찾아간 자리에선 "이광수! 이광수!"를 연호하게 만들며 현장의 분위기를 크게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톡톡히 담당했다.  

​구둣솔 옆으로 세우기, 동요 이어 부르기, 휴지 날리고 한 화면에 사진 찍히기 등 간단하지만 제법 난이도 있는 게임을 소화하는 동안 3인의 출연진들은 신청자들에게 선물을 꼭 안겨주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첫회에선 이광수 특유의 꼼수가 곳곳에 등장하면서 시민들의 웃음꽃을 활찍 피웠다.  

​"(유)연석이, 네가 끼워 넣은 거냐?", "런닝맨 안 나오고 왜 여기 오냐?"로 시작된 일명 '이광수 몰이'는 이후 연인 이선빈과의 일본 여행을 두고 "사랑 마케팅이냐?"라는 이야기로 흘러가면서 모처럼 유재석과 이광수, 두 사람의 찰떡호흡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강호동+이승기+전현무도 못 살려낸 화요일 심야... 유재석은 과연?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SBS 새 예능 '틈만나면'의 한 장면 ⓒ SBS

 
​앞서 지적한 것처럼 화요일 밤 10~11시 무렵은 이제 TV 본방 사수의 의지를 끌어내기 힘든 시간대로 정착한 지 오래다.  SBS가 강호동+이승기+전현무 등을 연달아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큰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유재석 또한 결코 인기를 끌어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프로그램을 내민 셈이다. 

높은 시청률, 화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제약을 감안하면 <틈만나면,>로선 그래도 나름의 볼 만한 여지를 남겨둔 첫회로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여기엔 초대손님 이광수의 맹활약이 큰 몫을 담당했다. 유튜브 짤방 등으로 적절히 소비될 만한 다채로운 웃음거리를 몸 아끼지 않고 생산하면서 <런닝맨> 고정 11년 관록이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입증했다.

간헐적인 예능 초대손님으로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준 바 있는 유연석은 고정 프로그램에서도 순조롭게 적응을 이뤄낸다. 이들을 중간에서 잘 조율하는 유재석 또한 여전히 본인의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준다.  

​냉정히 말해 <틈만나면,>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차(초대손님 배우 조정석)를 기대하게 만들면서 <틈만나면,>으로선 일말의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공개되는 유튜브 등에 최척화된 내용 구성을 감안하면 짧은 분량으로 부담없이 웃어볼 수 있는 시즌제 예능으로서의 가능성을 마련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틈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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