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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2023년 충북에 거주하는 외국인·중도 입국 학생이 2019년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충북도·청주시 등 각 지역 기초지자체 지원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 충북교육청이 최근 이주배경 청소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마저도 학교 울타리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만 국한된다. 우리 주변엔 여전히 제대로 된 지원과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서성이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많다.

충북인뉴스는 교육청에서도 지자체에서도 외면한,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을 만나볼 생각이다. - 기자 말
 
황서오 군.
 황서오 군.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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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시기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엔 양육자와의 관계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고 단편적인 생각을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친구·이웃·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 등을 느끼며 기쁨과 보람, 때때로 힘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런 생각과 감정은 순차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이가 어린 친구를 만나도, 성인의 모습을 확인할 때가 종종 있다.

열일곱 살 서오를 만났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앳된 얼굴과 왜소한 몸을 가졌지만 서오의 표정과 말투는 열일곱 살로 느껴지지 않았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싫고 급한 것보다는 여유롭게, 너무 힘들지 않게 살고 싶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행도 다니면서,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서오는 어릴 적 중국에서 아빠와 같이 살았다. 무거운 노동을 견디지 못했던 아빠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모습을, 생계를 위해 엄마는 어린 자신을 두고 이국으로 떠나야 했던 모습을,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아빠의 애달픈 모습을 모두 목격했다.

그래서 서오는 일찍 알아버렸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생각보다 짧고, 행복이라는 의미도 시시각각 변하며, 사람이 살면서 져야 하는 책임이라는 의미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열 살 때 한국으로 온 서오는 일반 공립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초·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청주새날학교 도움을 받아 패스했다.

그때도, 지금도 서오는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굳이 일반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학교생활의 어려움(왕따, 학교폭력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립학교가 서오에겐 중요하진 않았다.

"일반 학교에 가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착한 학생들이 많으면 괜찮은데 혹시라도 모르니까요. 일반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지금은 검정고시를 다 패스해서 더 그렇고요."

서오는 7년간 청주에서 살면서 '차별'이나 '문제'는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청주는 살기 좋은 도시 같다는 말도 했다.

"중국에서 있을 때보다는 편한 것 같아요. 청주는 큰 도시보다 조금 느리지만, 크게 힘든 점은 없습니다. 다만 새날학교 같은 검정고시와 외국 아이들을 도와주는 기관이 좀 더 경제적으로 편안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서오는 앞으로 청주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에서의 삶이 중국보다는 더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청주로 왔지만, 이제 서오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서서히 청주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서오를 만나며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이 학교에서 진행하는 '한글 교육'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주배경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한국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했고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이미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주배경 노동자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 개발과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시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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