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살포장비 마을 빨래터에서 세척"

[스티브 하우스 / 전 주한미군] "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고엽제에 노출된 미국인과 한국인들은 이것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여기에 대한 해답을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북 왜관 캠프 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사실을 처음 폭로했던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난 1978년 캠프 캐럴 기지에 참호를 파고 고엽제가 담긴 드럼통을 매립했던 하우스씨는 오늘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엽제 매립 관련 증언대회에서 매몰 당시 참호를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지금 캠프 캐럴을 방문하면 매립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브 하우스 / 전 주한미군] "지금 캠프 캐럴을 방문하면 (고엽제를 매몰했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당뇨병과 녹내장 등을 앓고 있는 하우스씨는 고엽제 매립이 끝나고 6개월 뒤에 찾아간 매립지 주변에는 새들이 떼죽음을 당해 있었다며 고엽제의 맹독성을 전했습니다.

지난 1968년에서 69년까지 미군이 임진강과 기지 주변에 고엽제를 무단 방류했다고 폭로했던 전 주한미군 필 스튜어트 씨의 증언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스튜어트씨는 미군이 고엽제 살포 장비들을 부대 인근 하천에서 씻었고, 부대 주변에 뿌렸던 고엽제는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며 한국 민간인들이 고엽제에 노출됐던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필 스튜어트 / 전 주한미군] "제 부하들이 살포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을 빨래터에서 모든 분사장비를 세척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이런 빨래터는 마을의 개울이거나 소규모 강이었으며 분사장비에 남아있는 화학물질들은 개울물에 씻겨 내려갔습니다. 더욱이 병사들과 한국 민간인 도우미들이 장병들의 군복을 부대내의 세면장에서 세탁했습니다. 따라서 오염된 물이 수로로, 결과적으로는 캠프와 현지 마을의 상수 공급원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특히 심장질환과 피부암 등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스튜어트씨는 당시 상급 지휘관으로부터 고엽제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해도 해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병든 몸으로 다시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은 미국 정부가 고엽제 매립 관련 진실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면서 자신들도 진상규명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오는 27일 하우스씨와 함께 캠프 캐럴 기지를 방문해 정확한 고엽제 매립 위치를 확인할 예정이지만, 미군 측은 아직까지 하우스씨의 방문에 대한 허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7.25 20:50

댓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