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평화로 가는 길, 원래 큰소리 난다"

분명 아쉬울 법도 하건만 수백의 시민들은 10여초의 짧은 만남도 괘념치 않아했다. 오히려 밝은 미소로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10일 오후,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단일팀 경기가 펼쳐진 강릉 관동하키센터 인근에서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강릉 황영조기념체육관에 모여 공동응원을 준비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티켓을 구하지 못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 시민들은 다른 방법으로 남북 선수들과 응원단에 힘을 보탰다. 관동하키센터와 400m 떨어진 관동대 사거리에 모여 경기장을 향하는 선수단과 응원단 버스를 향해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북한 응원단 역시 창 너머로 시민들을 보며 크게 환호했다.

이날 모인 시민들 중엔 유독 가족이 많았다. 부산에서 7살 아들과 함께 온 정경애씨는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만경봉호에 대한 기억 때문에 강릉까지 오게 됐다"며 "지금 막 일곱 살이 된 아들이, 한반도를 그리면서 갑자기 선을 중간에 긋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파 함께 오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정찬남씨 역시 티켓이 없는데도 아침부터 남편과 함께 강릉까지 먼거리를 이동해왔다. 정씨는 "기대감이 컸고, 오랜 세월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에 남북이 하나 되는 장을 보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씨는 단일팀의 두 번째와 세 번째 경기도, "(표가 없어도) 오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평화가 만들어지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날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은 유럽의 강호 스위스를 맞아 0-8로 대패했다. 경기장 밖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쳤지만 세계의 벽을 넘기에는 부족했다. 단일팀은 오는 12일과 14일 각각 스웨덴과 일본을 상대로 격돌한다.

(취재 : 김종훈, 영상취재·편집 : 김혜주)

| 2018.02.1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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