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K픽쳐스
4월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 <극락도 살인사건>(두엔터테인먼트제작, MK픽쳐스 배급)이 본격적으로 홍보되면서, 이 영화가 실제 전남 신안군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잘못된 내용이 인터넷상에 돌고 있다.

필자는 신안문화원에 근무하고 있고,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다. 현재 목포대학교에서 '도서해양의 역사와 문화'를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며칠 전 한 학생에게 1980년대 신안군에서 섬 사람들 전체가 살인된 끔찍한 사건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런 영화가 곧 개봉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학생은 영화 홍보 내용을 보니, 신안군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정말 그런 내용이 있었는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매우 잘못된 내용들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은 <극락도 살인사건>이라는 영화 자체에 대한 흠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일부 네티즌 사이에 잘못된 자료들이 배포되면서 신안군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과 섬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해 잘못된 편견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작성하는 것이다.

현재 영화 배급사와 이 문제를 협의 중에 있으며, 영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남 신안이라는 문구는 삭제한 상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극락도 살인사건>은 신안군에서 일어났던 실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김한민 감독이 1980년대 후반 자신의 고향인 순천에 갔다가 "근처 한 섬에서 12명 정도 되는 주민 전원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영화 시나리오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영화 홍보 프롤로그에는 분명 감독이 순천 쪽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는데, 왜 제작된 영화상에서는 신안군을 도용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신안군이 섬 주민 살인 사건 이야기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무튼 감독이 20여년 전에 전해들은 설화 같은 이야기가 사실 확인도 없이 마치 실화인 것처럼 탈바꿈 되었고, 인터넷 상에서 신안군 자은면 두리도가 그 실제 섬이라고 지목되고 있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이 영화 공식 홈페이지(http://www.paradise1986.com/)에는 이 사건이 화성연쇄살인사건,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과 함께 우리나라 5대 미스터리인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영화 예고편에 전남 신안 극락도(가칭)라는 섬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자막이 등장하고 있다. 이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사건으로 오해하기 쉽다.

마치 실제 있었던 사실이 은폐되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실미도>, <그놈 목소리> 등과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영화 역시 그런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라남도 신안군 극락도라는 자막이 등장하며,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우리나라 5대 미스테리 사건으로 소개하고 있다.
ⓒ mk픽쳐스

영화 예고편 시작부분에 "이 영화는 1980년대 한 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재구성하여 만든 이야기입니다"라는 자막이 나온 후 곧 이어서 "1986년 10월 4일 전남 신안군 극락도"라는 자막이 나온다.

영화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실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다만 "일어났던 사건"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고 있어 혼돈을 주고 있다. 지금 인터넷상에는 영화 제목의 '극락도'가 현재 신안군 자은면 '두리도'라는 섬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1987년 2월 한 신문의 특집보도 기사가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어, 이 신문을 보면 누구나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신안군 자은면 두리도는 현재 실존하는 섬의 이름이다.

 신안 자은면 두리도가 극락도 살인사건의 모티브인 것처럼 꾸미기 위해 만든 신문자료가 등장한 블로그.
ⓒ 네이버 화면 캡처

그러나 이 신문의 내용이 시대적 정황과 맞지 않아 추적해 본 결과, 추리작가라는 한 네티즌이 '극락도 미스테리 추적기'라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영화의 모티브가 실화라는 전재 하에 흥밋거리를 유발하기 위해 허위로 조작해서 만든 것임이 밝혀졌다.

 한 네티즌이 허위로 만들어 낸 신문자료, 실제 신안군 자은면 두리도라는 섬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인식을 준다. 실종자, 사망자 이름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가짜 신문자료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이 신안군 두리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오인하게 되었다.
ⓒ 네이버 화면 캡처
이 사람은 순수하게 자신의 창작 활동을 위한 흥밋거리로 만들어낸 자료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이 신문자료는 급속도로 인터넷에 퍼져서 사실을 더욱 왜곡하고 있다.

영화사 측은 이 블로그를 만든 사람은 영화사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영화홍보 시점과 맞물리면서 많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글을 보고, 혹자는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너무 민감한 반응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주는 영향력은 대중의 이미지 인식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준다.

우리 시대에 단순히 영화를 영화로만 보고, 코미디를 코미디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자칫하면 영화사의 의도와는 달리 대중들의 인식 속에 신안군이나 우리나라 섬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극락도 살인사건 두리도 신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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