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의 공격을 스크린으로 돕는 김기만(가운데)

로빈슨의 공격을 스크린으로 돕는 김기만(가운데) ⓒ 서민석

 

팀의 중심이자 기둥이었던 그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빈 자리는 느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메워지고 있다. SK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새옹지마인 셈이다.

 

서울 SK하면, 역시 화끈한 공격 농구를 추구하는 팀이었다. 물론, 올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이 김진 감독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그 역시 오리온스 사령탑을 맡는 동안 공격 농구를 추구했기 때문에 SK 사령탑을 맡아서도 이러한 기본 틀은 유지되는 것이었다.

 

‘스포테인먼트’를 주창하면서 과감하게 올 시즌을 시작한 SK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바로 ‘빅뱅’ 방성윤의 부상이었다. 팀의 주포인 방성윤이 12월 21일 KCC와의 경기 도중 갑작스러운 무릎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공격력 저하라는 위기를 맞은 것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SK는 방성윤이 빠진 이후에도 13경기에서 7승6패로 선전 중이다. 비록 노장이기는 하지만, 방성윤 못지않은 슈팅 능력을 자랑하는 문경은의 활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격력의 보강 못지않게 돋보이는 것은 김기만-이병석 두 수비수의 활약이다.

 

특히나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돋보이는 두 선수의 활약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다. ‘팀의 핵심’으로 불리는 방성윤이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SK가 선전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자유투를 보는 김기만

자유투를 보는 김기만 ⓒ 서민석

 

수비는 물론 공격도 돋보이는 김기만

 

역시 가장 활약이 반가운 선수는 김기만이다. 방성윤-정락영과 함께 2005~2006 시즌 도중 KTF에서 SK로 이적해 온 후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올 시즌 들어 수비는 물론이고 확실히 달라진 공격력을 앞세워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확실히 박았다.

 

올 시즌 22경기에서 평균 3.55점으로 그다지 눈에 두드러진 것은 없지만, 최근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다. 특히나 지난 1월 19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비록 77-84로 패하기는 했지만, 무려 22점을 올리면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도 보면 평균 13.2점, 3점슛 2.8개로 시즌 평균에 비해도 훨씬 나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비가 허술한 것도 아니다. 자신의 최고 장기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수비’라고 할 만큼 상대 주득점원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김기만의 수비는 그야말로 ‘명품’이다.

 

최근 수비농구로의 전환에 완벽하게 성공한 SK. 그 중심에는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는 김기만이 있다.

 

 공격 찬스를 찾는 이병석

공격 찬스를 찾는 이병석 ⓒ 서민석

 

이적의 설움을 조용한 활약으로 달래는 이병석

 

김기만과 이병석은 상당히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선수 모두 타 팀에서 뛰다가 SK로 이적한데다 타이트한 수비를 앞세운 ‘수비수’스타일이라는 것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이병석은 한 가지 장기를 더 가지고 있다. 바로 ‘정확한 3점슛’이다. 문경은-방성윤등 전문 슈터에 비하면 그 폭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노마크에서 확실히 적중시키는 능력은 최고다. 이러한 공수 능력을 앞세워 이병석은 지난 시즌 모비스를 통합 챔피언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양동근-윌리엄스의 공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병석에 대한 노마크 찬스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의 활약 역시 줄어들었다.

 

결국, 2억2천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 그가 연봉값을 못해주자 김학섭과 함께 서울 SK로 트레이드 되기에 이른다. 이병석 입장에선 서운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게다가 방성윤의 공백 역시 이병석에게는 출장을 늘려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새로운 팀에서 기회를 잡은 이병석은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1월 31일 현재 36경기에서 평균 6.06점, 3점슛 1.25개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것. 특히나 지난 1월 15일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3개를 포함 24점을 몰아넣는 맹활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51경기에서 평균 6.92점 3점슛 1.73개를 기록했을 때에 비하면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시즌 초반 부진에서는 완벽하게 벗어난 상황이다.

 

 문경은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기만

문경은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기만 ⓒ 서민석

 

김기만-이병석의 활약, 팀 체질 개선 이루나?

 

사실 김기만-이병석은 화려한 공격을 선보이는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다. 그리고 두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방성윤의 빈 자리를 메운다고는 하지만, 팬들은 공격력이 돋보이는 문경은의 플레이에 더 열광하는 경우가 많다.

 

SK는 그동안 화려한 선수 구성과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다섯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화려함에 비해 실속은 그다지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방성윤의 부상 이후 SK는 김기만-이병석 등을 중심으로 한 수비농구로 오히려 더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팬들이 보기에는 다소 화려한 맛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SK는 ‘성적’이라는 실속을 챙기고 있다. 그래서 김기만과 이병석의 활약이 더욱더 빛나는지도 모른다.

2008.01.31 16:30 ⓒ 2008 OhmyNews
김기만 이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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