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댄스> 포스터

<플래시 댄스> 포스터 ⓒ 파라마운트 픽쳐스

나는 진지한 사오정이고 나는 30대 중반이며 나는 꿈을 버렸다. 나에게 버려진 꿈은 후미진 뒷골목을 뒹굴다 책임감에서 탈피한 해맑은 표정이 되는 어느 순간 나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30대 중반의 여성에게 남아있는 꿈과 열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혹자는 자신의 아이를 나머지 인생에 희망의 재물이라도 되는 듯 미래의 담보프로그램 안에서 혹사 시킬 수도 있고 또 가진 것이 돈과 시간뿐인 사람이라면 어려운 경제를 살린다며 더 많은 소비를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느 것도 아닌 어중간함 속에 있는 나와 같은 평범한 여자들, 그들에게는 무엇이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할 수 있을까.

결혼을 꿈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장만하고 그렇게 일반적으로 공식화 된 가정의 보편적인 것 들 속에 놓인 여자.  나는 그 안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생각해 본다.

바람직한 결혼을 하고 바람직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삶에 있어서 하나의 과정이 않을까.

꿈은 결혼에도 출산에도 그리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언제나 선택되어 지는 것만 같다. 오랜 세월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을 억제하고 단련시킨 사람이 선택하지 못하는 더 많은 것들을 제치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생각에 우울해져서 꼼짝을 못하기 전에 난 의욕충전용 영화를 찾기로 한다. 의욕을 찾고자 하는 30대 중반 여성의 몸부림은 시작 된 것이다. 나의 잠재된 열정에 탄력을 주기위해 일단 영화로 발동을 걸자는 거다. 어차피 말리는 사람도 없다.

24년 전.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의 나는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때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인생은 뭐든 이루고자 하는 꿈과 열정이 있어야 함을  가르쳐 주었던 영화, <플래쉬 댄스>.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파라마운트 픽쳐스


“처음에는 공허했지만 천천히 꿈이 다가왔어요.”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영화 음악 <왓어 필링>. 그것만으로 벌써 격한 감동작열. 음악 역시 탁월해 그 즈음의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상을 휩쓸었고 심지어 현실 속 무용실기의 음악으로 깔리던 시절. 나 춤 좀 됐었다.

파일 하나가 넘어가고 제니퍼 빌즈에게 두들겨 맞던 남자는 말했다. “꿈을 버리면 죽는 다는 걸 왜 모르나?”, 영화 속 이 대사는 나의 심장을 관통한다. 그 누가 나에게 맞다가 저런 멋진 대사를 쳐줄까. 그건 오직 영화 속 판타지를 통해서다.

영화 속 제니퍼 빌즈는 일단 예쁘다. 이는 곧 자신의 꿈을 실현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 꼭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될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왜냐고? 세상은 예쁘면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플래쉬 댄스>를 설명하자면 남녀관계의 파격적인 사랑과 감각적인 영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에드리안 라인의 작품이다. <위험한 정사>·<은밀한 유혹>과 <언 페이스 풀>과 같은 작품을 만들었으며 그 유명한 킴 베이싱거에게 한 때 눈웃음이 매력적이던 미키 루크가 체리 줄까 말까놀이를 하는 명장면을 연출한 <나인 하프 위크>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공통점은 파격적인 남녀관계이다. 절대 지루할 수 없으며 실제로 거의 지루하지 않다. 거기다 감각적인 영상과 화면을 잡아끄는 듯 한 음악이 집중에 몰입을 동반시킨다.  거기다 30대 중반의 잃어버린 꿈을 되찾기 위한 내용만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이 순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되는 셈이다.

영화의 내용은 아마 주말의 영화나 명화극장을 통해서 재탕 삼탕을 넘어서 대사까지 외울 정도일지 모르나 살짝 덧붙인다. 외롭고 고단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는 제철소에서 용접일을 하고 밤에는 댄서를 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나간다. 물론 이를 측은히 여긴 잘생긴 사장은 그녀를 돕고 그러다 사랑이 시작되고 꿈까지 이루는 다 잘 되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진가를 발휘하는 ‘섹시하게 제자리 뛰기’는 명장면, 전후 세대에 없었던 이 유명한 장면은 후에 우리나라 광고 패러디에도 사용돼 쏠쏠한 인기 몰이를 하기도 했다.

물론 안다. 영화 속 판타지다. 댄서가 용접공 일을 한다는 것과 그렇게 막파마 머리를 한 여자가 눈부시게 예쁠 수 있다는 것도, 꿈을 이루기 위한 오디션에서 너무 대역이 티가 난다는 것까지도 에드리안 라인은 판타지에다 속임수까지 얹은 거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꿈이라곤 내다 버린 지 오래 된 여자가 뭔가를 하기 위한 의욕찾기 용으로 영화를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은 늙어 보이는 개 한 마리와 자전거뿐이어도 세상은 꿈을 잃지 않은 자의 편이라는 판타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한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파라마운트 픽쳐스


더불어 이 영화에서 남겨진 것은 적지 않다. 브레이크 댄스의 시초를 다지는 꼬마가 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라던가 댄스 공연 중 의자에 앉은 '자신의 몸에 물 쏟아 붓기'의 장면은 길이길이 보아도 감각적이라 할 수 있다.

능력과 재력이 뒤따르지 않는 자는 연습이라도 열심히 해야 하며 결국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등등의 진부함이 남지만 어차피 세상은 진부한 것들 속에서 성장한다.

영화는 얼굴도 예쁘고 춤도 잘 추고 나이도 어린 한 여자가 어떻게 해서든 성공을 이뤄내는 이야기를 다루지만 얼굴도 안 예쁘고 잘 하는 것도 없고 나이도 많은 여자가 어떻게 해서든 꿈꾸고 싶다는 열정을 가질수 있게 해 주었다. 때로는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도 않을까. 원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능하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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