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포스터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포스터 ⓒ ROGUE PICTURE

즐기는 영화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어떤 이는 종합선물세트 같다고도 했다. 맞다. 그렇다.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은 스코틀랜드 그레스고 지역에 레퍼 바이러스가 번져 손쓸 수 없게 상황이 전개되는 데서 시작된다.

정부는 '마샬법'을 제정하고 비상령을 선포하고 스코틀랜드 전 지역을 봉쇄하는 철의 장벽을 친다. 장벽을 넘으려는 자들은 가차 없이 사살한다. 장벽 철문을 닫을 때 손을 넣어 나오려던 사람의 손목이 동강나는 장면은 그 이후 속속 등장하는 잔혹한 장면 설정의 시작일 뿐이다.

이 영화는 보통, 싸움에서 죽는 장면은 다 그 잔혹 스토리로 엮는다. 닐 마샬 감독은 목이 댕강 잘리는 장면이라든지 무기에 맞아 피를 솟구치게 하는 장면을 단골메뉴로 사용한다. 승리의 멋진 모습으로 적의 머리를 들어 내동댕이치는 모습도 여과 없이 담았다. 아마 이런 장면 때문에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들이 친 장벽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리퍼 바이러스는 일단 감염되기만 하면 온몸에 상처와 출혈을 일으키고 결국엔 장기까지 녹여 버리고 만다. 특히 감염된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스멀스멀 구더기라도 몸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살인적인 바이러스는 발견된 지 며칠 만에 온 땅을 감염시킨다. 장벽을 치고 모든 도로와 다리, 철도를 봉쇄하고 통행금지를 실시한다. 군데군데 초소를 짓고 군인들을 주둔시킨다. 물론 넘어오려는 자가 있으면 즉석에서 사살이다.

안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통스러워하는 일단의 무리들과 밖에서 그들과의 접촉이 차단된 것을 안도하는 무리들과의 대조는 참으로 희한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안과 밖'은 '밖과 안'인지도 모른다. 누가 안전하고 누가 감염되었는가? 25년 후 그들의 운명은 결국 바뀐다.

2MB가 친 장벽

 가둔 자들을 잡아 놓고 갇힌 자들의 광란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가둔 자들을 잡아 놓고 갇힌 자들의 광란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 ROGUE PICTURE


영화를 보면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내몰려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군중들과 그들을 막아보려고 컨테이너로 철벽을 쌓았던 명박산성 안의 사람들이 왜 이리 겹쳐지는지. 닮아도 너무 닮아 있다. 장벽을 치고 그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모든 것은 순조로울까? 영화는 말한다. 그렇지 않다고.

장벽을 치고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모두를 망하게 하는 '짓'의 전초일 뿐이다. 만약 <둠스데이>에서 분리하는 장벽 정책이 아니고, 같이 살고자 하는 방도를 택했다면 모두가 살았을 것이다. 물론 그랬다면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지만 말이다.

갇힌 사람들은 처절하게 죽음과 싸우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들은 리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둔 사람들이 리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런던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여 손쓰지 않으면 온 나라가 망하게 될 지경이다.

빌 넬슨 국장(밥 호스킨스 분)은 이든 싱클레어 소령과 함께 최강의 멤버들로 구성된 부대를 25년간 봉쇄된 격리지역으로 보낸다. 리퍼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구하기 위하여.

그러면서 갇혔던 자들과 가두었던 자들의 싸움이 벌어진다. 이든 싱클레어 소령 역의 론다 미트라의 액션과 갇혔던 곳의 지도자 말콤 맥도웰의 광기어린 연기가 볼 만하다. 묵시록적 취향을 가진 감독에 의해 액션과 환상, 광기와 참혹함, 핏빛 향기 등이 어우러져 영화적 볼거리를 제공한다.

"내 마음은 피투성이야"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찰이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종로네거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에 시민들이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 촉구 및 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이 10일 저녁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찰이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종로네거리에 설치한 컨테이너 바리케이트에 시민들이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 권우성


"난 살아오면서 진 적이 없어. 내 마음은 피투성이야!"

이든이 한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큰아들 공부시킨다고 비껴 있다 정말 힘들게 공부하여 그 공부한 큰아들보다 더 잘 된 사람, 현대가의 성공 신화를 그의 지난 발자취로 보여 준 사람, CEO 중의 CEO, 국가경영도 그 CEO 정신으로 뛰어들었건만, 뭔가 뒤틀려도 단단히 뒤틀려 가는 소용돌이의 한 중간에 서 있는 사람! 2MB!

어쩔 수 없어 밀물같이 밀려오는 민심의 촛불을 도저히 끌 수가 없어, 그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힘이 모자라 경찰차로 막고 그것도 안 되어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야 하는, 자신도 자신이 미울, 그의 입에서 나올 듯한 말이 아닌가.

"난 살아오면서 진 적이 없어. 내 마음은 피투성이야!"

덧붙이는 글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닐 마샬 감독, 론다 미트라, 밥 호스킨스, 크리스탈 스카이 픽쳐스, ROGUE PICTURE, (주)청어람 수입배급
둠스데이: 지구 최후의 날 영화 명박산성 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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