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 입구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암표상이었다.

'표는 매진됐는데 관중석은 텅텅 비었다'더니 그 표들이 다 여기 있었나보다. 주경기장 앞은 암표상과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암표 있어요"... 외국인 암표상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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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 중에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있었다. 그 중 네 명은 하나의 팀을 이루어 활동하고 있었는데, 한 명은 망을 보면서 티켓과 돈을 관리하고, 다른 세 명은 직접 티켓을 판매했다.

표를 사는 척 하면서 그 중 한 명에게 다가가 '서로 아는 사이냐'라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이 많은 티켓을 다 어디서 구했냐'고 묻자, 그는 "프랑스에 있는 에이전시를 통해 구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왔다.

이들 손에는 각각 십여 장의 티켓이 들려 있었는데, 이 날 경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경기의 티켓도 있었다. 가격은 적게는 원가의 10배부터 많게는 30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뜻 티켓을 구입하지 못했다.

한 중국인 남성은 아들과 함께 약 20분 정도를 암표상들 사이에서 망설이다, 30짜리 복싱티켓을 300위안에 샀다. '너무 비싸지 않냐'고 묻자, 그는 "밑에서부터 쭉 올라왔는데 다른 곳은 1000위안 부르는 곳도 있었다"며 "티켓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중국인이 암표 파는 건 많이 봤지만, 외국인도 암표를 팔다니…"라며 신기해했다.

류시앙 출전 티켓 6000위안... 암표 사서 되파는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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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자, 더 많은 암표상들이 냐오챠오 주경기장 입구로 몰려들었다. 50위안짜리 육상티켓을 1500위안에 팔고 있던 한 중국인 암표상은, "지난 7월 말 마지막 남은 티켓을 팔 때 3일 동안 텐트를 치고 기다린 끝에 티켓을 구했다"고 했다. '류시앙이 출전하는 육상경기의 티켓도 가지고 있냐'고 묻자, 놀라운 대답이 나왔다. 800위안(한화 약 12만원)이었던 티켓의 값이 무려 6000위안까지 올랐다는 것. 한국 돈으로 90만원이 넘는다.

'류시앙 티켓'을 5000위안에 판다는 또 다른 중국인 역시 "7월 말 아는 사람들과 함께 베이징에 올라와 밤을 새서 티켓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 이외에도 티켓이 더 있냐'고 묻자, 가방 가득 들어있는 티켓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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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를 사서 그걸 현장에서 되파는 사람도 있었다. 티켓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티켓을 구입하는 한 중국인 여성이 있기에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녀는 "표가 필요하다면 비싸더라도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녀는 그 티켓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고 있었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취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따라가 보니, 누군가 암표를 사고 '가짜 돈'을 냈다고 했다. 위조지폐를 낸 사람을 쫓아가봤지만 소용없었다. 암표상들은 "암표에도 가짜가 없는데 가짜 돈을 내느냐"며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중국 경찰 "내 관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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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들이 이처럼 공공연하게 활개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암표를 사고파는 사람들 앞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경찰 두 명에게 '왜 단속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우리 관할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 누가 관할하냐'라는 질문에 경찰은 "우리도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어서 '암표를 파는 행위가 불법이 맞냐'고 묻자, 그들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심지어 한 자원봉사자는 '암표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냐오차오 주경기장 입구를 손으로 가리키며 "저 밑으로 가면 수두룩하다"면서 "가짜 표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친절한 조언'을 해주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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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쯤, 어디선가 경찰차가 도착했다. 경찰차에서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암표상을 단속하는 방송인가 해서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안내방송의 내용은 '오성홍기가 그려진 손깃발을 파는 행위를 단속하겠다'는 것이었다. 경찰차 바로 앞에는 손깃발을 파는 사람은 없고, 암표를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암표 베이징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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