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포스트시즌 출정식에서 선수들이 승리를 다짐하며 하이팅을 외치고 있다.

99년 한국시리즈를 재패한 롯데는 2000년대 접어들어 기나긴 침묵에 빠졌다. 이번 가을 잔치에서 2000년대의 팀 삼성과 만난다. ⓒ 유성호

'가을의 제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8일부터 3위 롯데 자이언츠와 4위 삼성 라이온즈간의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롯데와 삼성, 두 구단은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기나긴 인연으로 얽혀있다. 두 팀은 82년 프로야구 개막후 지금까지 팀명과 연고지, 모기업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팀이다. 말 그대로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대표하는 팀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같은 영남권에 속해있다는 것도 공통점.

 

그러나 팀으로서의 전성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롯데가 84년과 92년,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먼저 프로야구 정상을 호령했으나, 삼성은 86년 전·후기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20년간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는 극심한 'KS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양 팀의 명암은 또 한 번 크게 엇갈렸다. 롯데가 9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2000년대에 접어들며 '8·8·8·8·5·7·7(년도별 리그 최종순위)로 대표하는 기나긴 암흑기에 접어든 반면, 삼성은 2000년대에만 무려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02.05,06년)을 차지하며 97년부터 무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우는 등, 명실상부한 야구명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통산 성적을 봐도 삼성은 올 시즌까지 지난 26년간 무려 21차례나 가을잔치에 참가했다. 반면 롯데는 이번이 팀 사상 7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인연 혹은 악연

 

 지난 26년간 무려 21차례나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이번 가을 잔치에 통산 여섯 번째 롯데와 만난다.

지난 26년간 무려 21차례나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이번 가을 잔치에 통산 여섯 번째 롯데와 만난다. ⓒ 삼성라이온즈

하지만  포스트시즌 역사를 두 팀의 맞대결에 국한시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두 팀이 가을 잔치에서 조우한 것은 이번이 통산 6번째이며 역대 전적은 3대 2로 롯데가 앞서고 있다.

 

특히 롯데와 삼성의 가을 잔치 맞대결은 언제나 드라마틱한 명승부로 야구역사에 회자되곤했다. 두 팀은 준 PO에서만 벌써 세 번 만났고 여기서는 삼성이 2대 1로 앞선다. 91년 준PO에선 삼성이 롯데를 2승1무1패로 꺾었고, 이듬해인 92년에는 롯데가 염종석 박동희의 연이은 완봉쇼로 삼성에 2연승했다. 가장 최근의 맞대결이던 2000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삼성이 다시 2승 1패로 설욕에 성공했다.

 

롯데는 가을잔치에서 삼성을 이겼던 84년과 92년, 99년 포스트시즌이 구단 역사상 가장 찬란한 역사를 수립했던 황금기로 기억된다. 84년은 롯데가 역사적인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했던 해이고, 당시의 상대가 바로 삼성이었다.

 

당시 삼성은 후기리그에서 고의 패배 의혹을 감수하며 OB(현 두산)을 떨어뜨리고 사실상 롯데를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골랐다. 그러나 당시 혼자서 4승을 모두 쓸어담은 롯데 최동원의 초인적인 역투와 7차전에서 유두열의 극적인 결승3점홈런에 힘입어 4승3패로 삼성을 물리치고 첫 우승을 따내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후 삼성은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기까지 무려 18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92년에도 롯데는 준PO에서 삼성(2승)을 물리친 것을 시작으로 PO에서는 해태(3승 2패), 한국시리즈에서는 빙그레(4승 1패)를 연파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역대 두 번째 우승에 입맞춤하는데 성공했다.

 

양팀 대결의 진정한 백미는 바로 99년 플레이오프였다. 롯데팬에게는 지금 짜릿한 추억으로, 삼성에게는 가장 잊고 싶은 악몽으로 기억되는 시리즈다. 국내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양대리그제를 도입했던 이 시즌에 드림리그 2위로 가을잔치에 진출한 롯데는, 매직리그 1위팀 삼성과 7전4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다. 4차전까지 삼성이 3승 1패로 여유있게 앞서며  싱겁게 끝나는 듯하던 시리즈는 5차전부터 반전됐다.

 

당시 리그 최고마무리로 꼽히던 임창용(현 야쿠르트)이 5차전 9회말에 등판하여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기고 롯데 펠릭스 호세에게 거짓말 같은 역전 끝내기 3점포를 맞으며 5-6으로 무너졌다. 이 한방은 시리즈의 운명을 완전히 바꿔놨고 롯데는 거짓말 같은 막판 3연승을 거두며 4승 3패의 대역전극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6-5, 롯데의 승리로 끝난 7차전은 당시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며 11회 연장까지 가는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펼치며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사상 최고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양 팀 합쳐 홈런만 무려 7개나 나왔고, 이승엽·김기태·마해영·호세 등 추억의 이름들이 홈런포를 장식하며 그라운드를 수놓던 시절이었다. 9회말 삼성 마무리 임창용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투런홈런을 날리며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간 것은 바로 영원한 '롯데맨' 임수혁이었고, 당시 롯데의 사령탑은 지금은 고인이 된 고 김명성 감독이었다.

 

한편으로는 대구구장에서의 관중들의 난동과 오물투척, 그리고 이에 격분한 호세의 관중석 배트투척 사건으로 퇴장당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고들이 일어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롯데는 극적으로 삼성을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결승에서는 막강한 투수력을 앞세운 한화의 벽에 막혀 1승 4패로 준우승에 그쳤다.

 

그로부터 어느덧 9년의 세월이 흘렀다. 양 팀 모두 당시의 주역들은 모두 은퇴하거나 팀을 떠났다. 그러나 당시의 명승부를 TV 화면으로 지켜보며 스타의 꿈을 키웠던 거인과 사자의 후예들이 이제 선배들의 뒤를 잇는 스타로 성장하며 또 한 번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멋진 명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이승엽·임창용은 없지만 지금의 삼성에는 양준혁·박진만·오승환·진갑용·배영수 등이 있다. 롯데는 호세와 기론, 마해영 대신 이대호·강민호·가르시아·손민한·코르테스가 있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레전드로 꼽히는 선동렬과 한국야구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의 토종VS 외인감독간 지략대결, 막강한 불펜을 앞세운 일본식 관리야구 VS 미국식 자율야구로 대표되는 서로 다른 팀컬러의 충돌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 될 전망이다.

2008.10.07 09:53 ⓒ 2008 OhmyNews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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