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나이츠 홈페이지.

SK나이츠 홈페이지. ⓒ 화면캡쳐


'PO 청부사' 김진(48) 감독도 끝내 SK를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했다. SK 구단은 지난 16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진 감독이 자진사퇴했음을 밝혔다. 올해가 SK와의 계약만료 마지막해였던 김진 감독은 남은 기간 팀의 기술고문 역할을 맡기로 했다.

00~01시즌 대구 오리온스 사령탑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 김진 감독은, 데뷔 첫해 김승현이라는 특급 루키와 외국인 선수 마커스 힉스를 앞세워 하위권을 전전하던 오리온스를 일약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으로 이끄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팀 감독의 명성을 등에 업고 국가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은 김진 감독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20년만의 금메달까지 안기며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김 감독은 2007년까지 오리온스를 매해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이끌며 6시즌 연속 PO진출과 5할승률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여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보냈다. 이러한 김 감독의 지도력을 눈여겨본 SK는 2007년 연봉 3억 3천만원에 3년 계약이라는 당시 최고대우로 김진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당시 2002년 이후 매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고 있던 SK는 PO 청부사로 꼽히는 김진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김진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팀을 6년만에 6강 플레이오프로 이끌며 감독 개인으로서는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기록을 수립, '역시 김진'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작 김감독의 SK에서의 생활은 그늘이 더 많았다.

지독히 운이 없었던 SK 김진 감독

08~09시즌 주전들의 줄부상 악재속에 24승 30패로 8위에 그쳤다. 계약만료를 앞두고 절치부심한 이번 시즌에는 팀의 미래로 꼽히는 김태술을 내주며 KT&G에서 MVP 포인트가드 주희정을 데리고 오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팀은 개막 4연승으로 초반에만 잠시 반짝했을뿐,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며 8위까지 떨어졌다. 특히 최근 13경기에서 무려 12패를 당하는 극도의 부진 속에 결국 사면초가에 몰린 김 감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김진 감독이 지독히 운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SK는 방성윤, 김민수, 주희정, 문경은, 김태술 등 매년 국가대표급 전력을 보유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정작 김진 감독이 베스트 멤버들을 이끌고 정상적인 전력으로 나선 경기는 3시즌을 모두 합쳐도 30게임이 채 되지 않았다.

주포인 방성윤은 매시즌 부상으로 20경기 이상을 날리기 일쑤였으며 다른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08~09시즌에는 전력의 핵심이던 외국인 선수 테렌스 섀넌과 디앤젤로 콜린스가 마약 파문에 휩쓸리며 중도 퇴출되는 등, 경기외적인 악재들도 끊임없이 김진 감독을 괴롭혔다.

올해는 SK '부상병동'의 완결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 4연승으로 한창 신바람을 낼 즈음에 방성윤, 김민수, 주희정 등이 돌아가면서 부상에 쓰러지며 조직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삼성전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오심에 이어 레더의 버저비터로 첫 패배를 당한데 이어, 김진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된 지난 15일 전자랜드전까지 올시즌 결승 버저비터로 내준 경기만 무려 3차례나 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진 감독이 SK에서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김진 감독은 오리온스 시절, 데뷔 첫해부터 김승현이라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등에 업고 좋은 성적을 거뒀을 뿐인 '운 좋은 감독'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진 감독이 오리온스를 떠나고 난 후, 김승현의 고질적인 허리부상이 악화되며 오리온스가 하위권으로 추락한 것은 지난 6년간 김진 감독의 과도한 '김승현 혹사'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SK구단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은

실제로 SK에서 김진 감독은 선수관리에 있어서 몇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많고 저마다 개인성향이 강한 SK에서 선수들을 끈끈한 팀워크로 묶는데 실패하며 선수들의 개인플레이를 제대로 통제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매년 스타플레이어 한 두명이 부상으로 빠질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붕괴되면서 식스맨층을 키워내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다.

또한 김진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성적에 연연하며 무리하게 조기복귀를 시켰다가 부상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이점도 역시 높은 주전 의존도로 인하여 벤치멤버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문제점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 점은 단지 김진 감독의 능력만을 탓하기에 앞서, SK 구단이 지닌 근본적인 문제점이 연관되어있다. 매년 '이름값'에만 연연하며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데만 혈안이 되면서 체계적인 선수육성이나 팀의 미래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기획력을 보여주는데 실패한 SK 구단의 근시안적인 운영이 7년째 반복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SK는 김진 감독의 퇴진으로 인하여 또 한 번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SK는 창단 초대 감독을 지냈던 안준호(현 삼성) 감독을 시작으로, 최인선-이상윤-김태환-김진에 이르기까지 농구계에서 검증된 수많은 명장들이 거쳐갔으나 정작 어느 감독도 SK와 헤어지는 과정이 명예롭지 못했다는 불편한 징크스를 안게 됐다. 감독들의 능력만을 탓하기전에, SK가 왜 이런 상황을 맞이했는지 근본적인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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