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의 프랑스 상영 포스터 지난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마더"

▲ "마더"의 프랑스 상영 포스터 지난 1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봉된 봉준호 감독의 "마더" ⓒ 박언영


얼마전 오랜만에 중국시장 가는 길에 전동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신문, 잡지 가판대옆을 지나는데 낯익은 누군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헉~하며 시선이 옮겨졌다. 한국 어머니의 상징인 김혜자님의 모습이다. 

온몸이 비에 젖은채 힘겹게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고 있는 그녀, 영화, "마더'에서의 모습이었다. "마더"의 프랑스판 포스터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익히 영화, "마더"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호평과 함께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영화제에서도 상을 받았던 영화로 알고있다.

1월 27일 개봉이다.

요즘은 이렇게 한국 영화 포스터를 이곳 프랑스, 파리에서 보는 일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지난해 가을 즈음에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포스터가 파리 및 외곽을 다니는 교통버스에 붙은 것을 자주 보곤 했다.

한번씩 이런 한국 영화 포스터가 나오면 나보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학생 큰딸이 더 아우성이다. 딸은 신기한 것을 본듯 반가워하며 약간은 흥분된 상태로 이런거 봤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병헌씨가 출연한 미국 영화, "지아이조" 가 나왔을때, 학교 친구들은 이병헌씨를 중국인으로 알고 있다며 속상해 했다. 

"그럼 이병헌씨가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해주지 그랬니?" 하면 "당연히 그랬지" 하며 속은 좀 상하지만 친구들이 관심 가지는 영화에 한국인이 출연하는 것에 약간의 자부심마저 있는 표정이다.

한국의 문화를 애써 심어주려고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딸은 언젠가부터 프랑스 가요 보다는 한국 가요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프랑스 배우들보다는 한국의 아이돌이나 배우들의 동정에 더 솔깃해했다.

예전, 인터넷이 보급 되지 않았고, 한국 영화가 잘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이곳에서 한국 영화,혹은 드라마를 보려면 그 당시 파리에서 하나 뿐이었던, 한국 비디오 가게를 찾아야만 했다. 화질 좋지 않은 비디오였지만 향수에 빠진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감지덕지였다.

이렇게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의 거리 풍경 하나만 보아도 향수로 인해 메말랐던 정서가 촉촉히 적셔지는 듯했다.

한국 비디오 빌려보는 것은 유학생 때는 꿈도 못 꾸다가, 결혼해서 아줌마되고 엄마가 되면서, 한국을 떠나온 날들이 많이 쌓여갈수록 내 나라 것을 더욱 찾게 되었다.

1993년 결혼을 한 그해 파리 뽕삐두 센터에서 대대적인 한국 영화 상영이 있었다.

처음으로 이곳에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몇 편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1950년대 전부터 최근 영화까지 수많은 한국영화를 장시간에 걸쳐 저렴한 가격에 상영한 일이 있었다.

남편과 나는 아주 반가워하며, 신혼이었던 그 당시 자주 뽕삐두 센터를 들락거렸다.

6.25전 영화였던 "자유부인"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옛날 영화의 허술한 구성과 연출, 그리고 당연히 여배우의 미적인 기준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흑백의, 그것도 1940년대 한국영화를 이곳에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아주 행운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람 난 부인이 집을 나갔을 때 배경음악으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흐른 것이다. "오발탄". "로맨스 파파"등, 많은 우리나라 옛 영화를 보았지만 이 "자유부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나서 90년대 중반에서 말에는 가끔씩 파리의 극장에서 한국 영화가 페스티발처럼 여러편 상영되었다. 그럼 교민과 유학생들에게는 그영화관이 데이트 장소이거나, 친구들과의 만남의 장소, 혹은 프랑스인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할수 있는 좋은 장이 되곤 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그 영화관은 프랑스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로 붐비곤 했다.

특히 임권택씨의 "씨받이"는 프랑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그 당시 파리 거리를 지나다 보면, 강수연씨가 버선 신은 발이 다 드러난채 처연하게 앉아있던 "씨받이" 포스터를 보고는 아주 반가워했던 기억이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고 한국영화가 발달하면서 파리에서 한국영화 광고를 보는 것은 예전과는 달리 낯설지 않게 되었다.

"씨받이"가 이곳 프랑스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임권택 감독의 훌륭한 연출도 이유이겠지만 한국의 인습을 다루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뒤 나온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박쥐"는 한국적인 것을 떠나 인간의 원죄를 파헤친 작품이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치열한 모성의, 어떤 엄마를 그린 영화다.

"서편제' 같이 한국의 풍경과 전통적인 정서를 느낄수 있는 영화가 더이상 아닌, 영화의 가장 중심 소재인 인간을 다룬 좋은 영화의 감독이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씨받이"와 "서편제"로 임권택 감독이 닦아놓은 초석위에 다른 젊은 감독들이 한국영화를 좀더 편히 이곳, 프랑스에 소개할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본다.

20년을 이곳에서 살면서 처음 한국영화라고는 찾아볼수 없었던 시대를 살다 이제는 자주 접하게 되는 방화 [邦畵] 광고를 보며, 우리나라 영화문화의 발전을 보는듯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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