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

2010년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 ⓒ 전제은


정말 오랫동안 기다렸던 K리그 승강제가 12일 다소 의외의 상황을 맞았다. 애초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총재 정몽규)이 제시한 승강제의 기본골격은 2012년 스플릿시스템(30라운드 성적을 바탕으로 8개팀씩 상, 하위그룹으로 나눈 후 2라운드를 치르는 형식)을 활용해 하위 4개팀을 강등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발표가 있고 얼마 후 시민구단(도민구단 포함)이 집단행동에 나선다. '일방적인' 연맹의 승강제 계획 발표에 리그탈퇴까지 거론하며 연맹을 압박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저녁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왔다. 1부리그 12개팀, 강등 4팀이라는 당초의 계획에서 크게 후퇴한 14+2안이 각 구단에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4팀 강등에서 2팀으로 바뀐 것이다. 이후 2013년 결과로 다시 2팀을 강등시켜 2014년 12개팀으로 1부리그를 운영하겠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 있다고 한다.

과도기적인 운영안으로 시민구단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승강제를 안착시키려는 좋은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승강제의 본질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나 다를 바 없어 안타깝다.

승강제의 본질 훼손된 14+2안... 2부리그 운영은 어떻게 하나?

14+2안은 2012년 성적으로 1부리그에 14개팀이 들게되고, 여기에 속하지 못한 2팀이 강등된다는 이야기다. 1부리그 운영에 있어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승강제를 떠받쳐야 할 2부리그다. 기존 12+4안의 경우 K리그 강등팀 4팀+내셔널리그 등 4팀, 총 8개팀으로 2부리그를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4+2안이 될 경우 2013년 6개팀으로 2부리그를 운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2부리그팀을 더 끌어 모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2부리그에 더 많은 팀이 참여하게 하기 위해서는 1부리그 진출에 대한 확실한 메리트가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시행초기, 나아가 승강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 메리트라고 할 만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2부리그에 뛰어들 팀이 얼마나 될까? 대의를 위한 희생의 강요는 더더욱 안 된다.

승강제라 함은 피라미드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1부리그를 떠받치는 2부, 3부리그에 더 많은 팀들이 참여해 승격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1부리그의 위상이 더 높아지는 것이고 성공적인 승강제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런데 2부리그 6개팀이라니….

2013년 성적으로 1부리그 2팀을 추가로 강등시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될 경우 2013년 2부리그는 존재이유가 없어진다. 1부리그에서 2팀을 의무적으로 추가 강등시킨다는 것은 승격팀이 없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승격이라는 당근이 없는 2부리그가 과연 의미있을까? 2013년 성적으로 하위 4개팀을 강등시키고, 2부리그에서 2팀을 승격시킨다면 모를까. 하지만 이 경우도 2부리그에서 승격하는 두 팀에 대한 대표성과 위상에 적지않은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왜 이런 문제투성이 승강제 안이 나온 것일까? 그 중심에는 프로답지 못한 시민구단과 개혁의 강력한 의지를 상실한 연맹이 있다.

시대적 요구인 '승강제'... 시민구단의 태도 프로답지 못해

승강제 아니 프로의 세계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를 스스로 미리 판단해서 탈퇴를 운운하는 것은 정말 프로답지 못하다. 시민구단들이 등장하면서 K리그의 저변을 확대시키고 리그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한 공은 분명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승강제라는 시대적인 사명과 같은 제도 앞에서 자신들의 처한 상황을 이유로 목적을 퇴색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자금력에서 뒤지다 보니 선수의 영입과 투자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은 성적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2010시즌과 2011시즌 경남(6위, 8위)을 제외하면 모두 하위권을 기록했었다. 이대로라면 2012년 강등팀 모두가 시민구단이 될 확률도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맞부딫쳐 보기도 전에 자신들의 결과를 속단하고, 처지를 운운하며 대의를 거스르는 것은 결코 프로답지 못하다.

'선수가 없어서, 지원이 부족해서'. 프로의 세계 특히 승강제에서는 의미 없는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애초 승강제의 중요한 취지 중 하나가 생존을 위한 경기력 향상이다. 1부리그의 경기력 향상이 있어야 관중이 모이고 나아가 리그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수단과 다방면에 투자의 여력이 있는 기업기반팀과 시민구단으로 나눌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2013년 승강제는 피할 수 없다. K리그의 자생력 강화라는 자의적인 이유를 넘어 AFC의 권고사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시행시점에서 1부리그 팀 수와 잔류기준을 정함에 있어 다양한 요소들의 고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시민구단에서는 이 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승강제의 시행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던 점에서 그에 대한 대비 또한 구단이 자체적으로 고민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준비가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물론, 몇 차례 코스닥 등록에 도전했던 인천과 꾸준히 10위권 이내 성적을 내고 있는 경남, 승강제를 대비해 브라질 감독을 불러들인 대구는 12+4안에서도 생존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이 꾸준히 성적을 내는 팀이 있고 갓 승격한 팀들도 나름의 색깔로 강팀들을 위협하는 깜작 성적을 내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승강제가 안정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그들도 모든 팀들이 동일한 여건에서 경기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시민구단이 그렇게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상대적으로 힘든 여건하에서 싸워 이겨내려는 의지가 팬들에게 더 뜨거운 감동을 주고 경기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찌보면 승강제는 발가벗고 싸움에 나서는 것이나 다름없다. 꾸준히 갈고 닦으며 내실을 다졌다면 잘 갖추어진 근육은 아니더라도 여기저기 잔근육으로 가득할 것이고 현실을 탓하며 시간을 허비했다면 그 반대의 모습일 것이다. 

프로라면 프로답게 자신들 앞에 놓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제도에 보완할 사항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자신들의 뜻을 정확히 전달해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리그탈퇴를 운운하며 시간을 벌어 보려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 그런 자세로 일년, 아니 십년의 시간을 더 준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성공적인 승강제 안착'을 위한 연맹의 의지 필요

 2010년 열린 승강제 공청회

2010년 열린 승강제 공청회 ⓒ 전제은


기형적인 승강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 또 다른 주체는 바로 연맹이다. 애초에 알려졌던 12+4안이 어찌 보면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안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압력에 부딪치면서 승강제의 본질이 심하게 훼손될 정도로 너무 많은 걸음을 후퇴했다.

정몽규 총재 체제가 시작된 2011년 K리그는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사회의 구성원을 대폭 물갈이 하면서(기존 16개 구단대표가 포함되었던 이사회를 구단대표는 5명으로 제한) 의욕을 보였던 연맹이라 실망감은 더욱 크다.

개혁에는 언제나 반대세력이 존재한다. 승강제와 같은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하는 제도의 경우 단호하고도 강력한 의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시민구단의 리그 탈퇴압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이런 식이라면 2부리그에서 팀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며 하소연하는 팀들과 강등시 해체를 걱정하는 구단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오직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의지만이 연맹이 바라봐야 할 목표점이 아닐지? 그곳을 향해 가는 과정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장애요소를 슬기롭고 강단있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16일 있을 이사회(연맹 2명, 협회 1명, 구단대표 5명, 사외이사 3명)를 거쳐 대의원 총회에 승강제 안이 상정되면 2/3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 시점에서 승강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ccead.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K리그 승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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