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씨와 조남호 회장 경우를 보자. 조 회장은 부잣집에서 태어나 회장이 된 경우다. 삶의 내력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아온 거다. 즉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의 규정이었다. 다만 소수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보면 안되지 않나. (나는) 다만 이런 아픔에 교감하면서 문제와 조우하고 공감하는 과정에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작년 한해는 그야말로 소셜테이너의 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다. 그 중에서 단연 중심에 섰던 배우 김여진. 그는 홍익대 청소 노동자 지원활동, 반값 등록금 집회,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동행, 국가보안법 불필요 발언 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며 일명 '개념'배우로 떠올랐다.

1972년생인 김 씨는 말 그대로 '나~ 이대 나온 여자'다. 그는 하지만 엘리트 코스의 길을 벗어나 졸업 후 극단 연우무대에서 혹독하고 배고픈 연기의 길에 들어선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배우 활동을 시작, 1998년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그러다 김 씨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에서 열연, 영화계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후 브라운관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대장금>, <토지>, <이산>, <그들이 사는 세상> 등 3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한다.

"인생 최고 멘토는 법륜 스님"

 배우 김여진은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 김여진은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야권단일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 권우성


3월 출산 예정인 김 씨는 무거운 몸도 아랑곳 않고 요즘도 외부활동을 거르지 않는다. 그는 13일 <불교TV>를 통해 혜민스님과 함께 '소통'이라는 화두로 인터뷰를 가졌다.

배우 김여진은 어렸을 때부터 카톨릭 신자였다. 하지만 2006년 법륜 스님이 연 '깨달음의 장'이라는 수련강좌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불교공부에 심취, '보명화'라는 법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출가도 생각했지만 마음공부에 집중한다. 카톨릭의 영성과 불교의 불성이 다르지 않다는 그의 선수행이었다.

"제 인생 최고의 멘토는 법륜 스님입니다. 그분의 신학성서 강의를 듣고 매료됐지요(웃음). 아주 탁월한 성서에 대한 시각이 저로 하여금 지혜를 얻게 했어요. 그분은 또한 종교지도자에 대한 배타적 믿음이 아닌 종교가 추구해야 할 옮음의 가치를 가르쳤어요. 그로 인해 (출가가 아닌) 세상 어디에서나 진정한 나를 찾는 행복을 알게 된 거죠."

'수처작주'다.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며, 있는 그곳이 진리인 것이다. 스스로 참 주인이 되는 세상을 향해 그는 그렇게 명상을 통해 한 걸음씩 내딛어 온 것이다. 왼 손엔 사랑을, 그리고 오른손엔 정의라는 소신을 갖고서.

그래서인가. 배우 김여진의 소통수단은 주로 SNS다. 그중에서도 트위터. 그는 140자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SNS를 가장 민주주의적인 수단이라고 자평한다. 트위터를 통해서라면 어떤 권력을 가진, 그리고 어떤 유명인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그런 소통 수단이 참 좋다고 강조한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웃고 떠들고 즐기는 놀이터에 가깝죠. 저는 진지하고 대단한 토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싫어요. 저는 주로 문제를 찾아 기본적인 상식을 나누고 소통과 교감을 해나갈 뿐이죠. 물론 안티 팬도 늘어나면서 욕도 듣고 하지만, 그 정도 자정능력은 충분히 있거든요(웃음)."

단 한 번도 깨워주지 않았던 어머니, 고마워요

 배우 김여진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작년 10월 26일 오전 10시께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게시하며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배우 김여진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작년 10월 26일 오전 10시께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게시하며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 김여진 트위터


배우 김여진은 지금 자신의 분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설렘과 행복이 가득 차 있는 듯 하다. 자신이 엄마로부터 배운 교훈, 즉 '행복하게 보이지 말고 진정 행복하게 살아라'는 좌우명을 아이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그는 자신 스스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 재미있게 사는 법,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소소한 일상을 가꾸는 삶을 물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의 어머니는 또래 부모들처럼 냉정하고 엄격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시절 알람시계 하나만 덜렁 사주고 단 한 번도 (엄마가) 깨워주질 않았다. 지각을 하건, 결석을 하건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깨치길 바랐다. 성적관리도 엄했다. 심지어 틀린 개수대로 맞았던 기억도 난다(웃음)."

그의 엄마는 그에게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가지 사명을 내린 셈이다. 그 중에서도 자유로운 삶에 대한 명확한 삶의 이정표를 심어준 것이다. 김 씨는 그런 점이 때론 서운했지만, 그로 인해 삶 자체가, 존재 자체가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고마워했다.

그저 '예쁘고 웃긴 할머니'로 남고 싶어요

김여진은 또한 남편과의 관계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발언과 행동을 하게 되면 남편과 부딪치는 경우가 없냐"는 혜민 스님의 질문에 그다운 웃음과 함께 이렇게 대답했다. 때론 반대도 하지만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해준다고, 서로 하는 일에 절대 터치하지 않는다고, 서로의 기대를 저버리고 한 발씩 양보한다고, 그것이 바로 공감의 부부관계라고 말이다.

혜민 스님은 이에 대해 '20세기의 단테'라 불리는 시인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구로 화답했다.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나니 참나무,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에선 자라지 못하니라"

살아있다는 생각 자체가 큰 고마움이자 은혜라는 배우 김여진. 차이가 아닌 다름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사회를 꿈꾸는 소셜테이너 김여진. 삶의 마지막에 그저 '예쁘고 웃긴 할머니'로 남고 싶다는 개념배우 김여진. 언제 어디서나 항상 웃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배우 김여진은 지금도 자아를 찾아가고 있다. 아니, 함께 잘사는 행복을 보듬어 가고 있다.

김여진 소셜테이너 불교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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