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멜로>의 한 장면.

영화 <멜로>의 한 장면. ⓒ 플러스에프엔터테인먼트


이제야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실상 우리가 배우 이선호를 기억하는 방식은 모델이자, 방송인 혹은 단역 배우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라면 당당히 그의 재능을 풀어놓을 수 있는 장을 만난 것.

영화 <멜로>의 태연이라는 인물로 주연을 맡은 이선호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첫경험'했다. 그에겐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예전부터 영화제에 다녔지만 그들만의 축제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이젠 제 작품으로 오니까 다음해엔 더 좋은 작품으로 와야지 하는 의욕이 생긴다"며 부산의 소감을 이선호는 담담하게 전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어떤 해보다 신예 스타들의 작품이 두드러진 해였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받은 영화 <닥터> <B.E.D>를 비롯해 각 부문에 유독 스크린 신성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물론 기억하자. 이들이 연극판을 비롯해 각자의 영역에서 그동안 칼을 갈고 닦아온 무림의 고수였다는 사실을.

 영화 <멜로>에서 남자 주인공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선호. 이선호가 출연한 <멜로>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 부문'에 초청받았다.

영화 <멜로>에서 남자 주인공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선호. 이선호가 출연한 <멜로>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 부문'에 초청받았다. ⓒ 이선필


"연기는 기술이기 전에 진심", <멜로>는 이렇게 다가왔다

이선호도 마찬가지였다. 13일을 끝으로 뜨거웠던 부산국제영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그에겐 이제부터가 도약의 순간이었다. 신예감독이나 마찬가지인 이로이 감독의 영화 <멜로>로 독립영화계 스타인 김혜나와 함께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부문에 초청받은 이선호는 해당 작품에서 사랑에 대해 갈등하고 허무감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해 내야했다.

"감독님과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굉장히 많이 얘기를 했어요. 배역 자체가 어렵진 않았지만 일상에서 겪지 않는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게 힘들었죠. 비명을 지르는 장면에서 소리만 내고 그러면 알맹이 없어 보이잖아요. 마찬가지로 제 역할과 감정에서 그 속을 채우는 게 힘들었어요.

역할에 진실 되게 다가가는 게 항상 숙제에요. 제가 태인이가 아니라 연기로 만나는 거잖아요. 실제로 자문했어요. '내가 널 이렇게 연기했는데 맞게 한 거니?' 이러면서요. 태인이를 희화화 시킨 건 아닐까, 무례하게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었죠. 작업이 끝나고 그 친구가 '고생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거 같았어요. 그만큼 진실성을 갖고 다가가려고 했죠."

그간 여러 작품에 등장했다지만 주연으로서 한 작품을 책임지는 것은 큰 부담일 법 했다. 그런 면에서 나이는 보다 어리지만 연기 면에서는 선배나 다름없는 김혜나와의 호흡에서도 이선호는 "큰 에너지였다"며 소감을 말했다.

"같이 한예종 동문이잖아요. 그 친구는 연기를 전공했고 전 연출 전공으로 스태프 활동을 했는데 연기 면에선 혜나씨가 선배죠. 전 졸업하고부터 연기를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혜나씨의 3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경력인데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죠. 독립영화계의 아이돌이잖아요(웃음). 작업하면서 흥미로웠어요.

이런 작업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정작 개그맨 분들이 집에서 무뚝뚝한 경우가 많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일터에선 최선을 다해 웃기고요. 저 역시 일상과 또 다른 제 감성을 꺼낼 수 있는 작업에서 큰 만족감을 얻는 거 같아요. 절 잘 아시는 지인 분이 제 눈엔 타고난 슬픔이 있다고 해주시는데 너무 감사하죠."

 영화 <멜로>에서 남자 주인공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선호. 이선호가 출연한 <멜로>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 부문에 초청받았다.

영화 <멜로>에서 남자 주인공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선호. 이선호가 출연한 <멜로>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 부문에 초청받았다. ⓒ 이선필


 영화 <멜로>에서 남자 주인공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선호. 이선호가 출연한 <멜로>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 부문에 초청받았다.

영화 <멜로>에서 남자 주인공 태인 역을 맡은 배우 이선호. 이선호가 출연한 <멜로>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젼' 부문에 초청받았다. ⓒ 이선필


"지금까지 기술을 배웠다면, 이젠 진짜 연기하고 싶다"

<볼수록 애교만점> <우리 결혼했어요> <TV 방자전> 등 이선호는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장르를 통해 조금씩 대중들과 소통해왔다. 또한 4년 전까진 모델로서 무대 활동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오를 대로 올랐을 무렵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4년 전까지 모델을 했는데 이 일을 오래해야겠다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연기를 위한 과정이죠. 연출을 전공했던 건 누구나 창작에 대한 욕구가 있잖아요. 여러 활동을 했는데 이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에요. 변방에서 홈그라운드에 온 느낌?

드라마와 연극을 경험한 게 연기를 처음 접하는 제게 기본과 기술 습득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젠 그 에너지를 집중해보고 싶어요. 영화 <그랑블루>를 좋아하는데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제가 <멜로>에 끌린 이유도 비슷했어요. 뭔가 다른 감성, 다른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상업 영화도 좋지만 좀 다른 영화에서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시선으로 또 다른 감성을 일깨운다든지 하는 작업이 즐거웠어요. 저는 그런 감정의 전달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배우가 텍스트 안에서 해석하는 바를 열심히 표현하면 사람들의 인생 다르듯이 그 해석은 관객의 몫이 되는 거겠죠."

이제야 자신이 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단다. 이선호는 인터뷰 말미 모델 활동 이후 해왔던 일련의 작업들이 다 소중하지만 순발력이 필요한 TV 매체 보단 긴 호흡과 준비, 그리고 진실성이 필요한 연극과 영화에서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크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가 출연한 <멜로>에 배우 이선호가 진실 되게 준비한 모든 것이 있단다. 개봉을 위해 여러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영화판의 또 소중한 신예 배우가 기지개를 피는 만큼 애정을 갖고 지켜볼 일이겠다.

 영화 <멜로>는 사랑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갈등으로 파국을 맞이하는 남녀를 파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선호는 해당 작품에서 사랑에 대해 갈등하고 허무감을 안고 살아가는 태인 역을 맡았다.

영화 <멜로>는 사랑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갈등으로 파국을 맞이하는 남녀를 파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선호는 해당 작품에서 사랑에 대해 갈등하고 허무감을 안고 살아가는 태인 역을 맡았다. ⓒ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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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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