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가 MBC <세바퀴> 고정 MC로 캐스팅 됐다. <세바퀴> 제작진은 "박명수로 인해 관계 설정 및 여러 가지 재밌는 부분이 많아질 것"이라며 그의 투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제작진의 생각과 달리 대중의 반응은 예상 외로 호의적이지 않다. 지금 박명수가 해야 할 것은 '프로그램 개수 늘리기'가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MBC <세바퀴> 고정 MC로 발탁 된 방송인 박명수

MBC <세바퀴> 고정 MC로 발탁 된 방송인 박명수 ⓒ MBC


'질보다 양'을 선택했던 박명수의 다작 전략

박명수는 2012년 MBC 연예대상을 수상하며 생애 첫 단독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데뷔 20년 만에 일궈낸 쾌거였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대상 수상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출연 프로그램의 개수에 비해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상을 두고 '공로상'이니, '개근상'이니 하는 뒷말이 나온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작년 한 해, 박명수는 누구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주 무대는 당연히 친정인 MBC였다.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비롯해 <나는 가수다2><매직콘서트-이것이 마술이다><최강연승 퀴즈쇼Q><코미디에 빠지다><언더 커버 보스 리턴즈><대선 특집방송-선택 2012><가요대제전>등 정규 및 특집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스스로 "MBC 직원"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여기에 KBS 2TV <해피투게더>를 비롯해 <돈의 맛><토크쇼 노코멘트> 등 종편/케이블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박명수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10개를 넘어서게 된다. 이 결과 그는 유재석, 김국진 등의 경쟁자를 제치고 MBC 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양적인 측면에서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을만큼 탁월한 기량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프로그램 개수에 비해 그가 받아든 성적표는 매우 초라했다. 유재석과 함께 출연한 <무한도전><해피투게더>를 제외하고 단독으로 출연한 프로그램 중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을 찾기 힘들 정도다. <나는 가수다2>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채 한 자릿수 시청률로 초라하게 퇴장했고, <최강연승 퀴즈쇼Q>는 심지어 폐지까지 당했다. 그 외 다른 프로그램들 역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시청률 뿐 아니라 프로그램 내 박명수의 활약도 역시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상 징후는 <무한도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그의 방송 분량은 에이스로 활약했던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정준하, 정형돈, 하하 등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존재감은 오히려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인자'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

<해피투게더>에서도 마찬가지다. G4 투입 이 후, 급격히 말수가 적어진 박명수는 유재석의 토스 없이는 별다른 웃음 포인트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박미선이 뚜렷한 캐릭터를 잡고 유재석의 빈틈을 메워주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유재석의 옆자리를 수년간 지키고 있는 것은 박명수지만 서브 MC 사이의 주도권은 이미 박미선에게 넘어간 것이다.

 2012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명수

2012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박명수 ⓒ MBC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

이처럼 '질보다 양'을 선택했던 박명수의 선택은 그에게 대상을 안겨준 만큼 상당히 많은 부작용을 함께 낳았다. 그렇다면 현재 박명수가 해야 할 것은 무리하게 프로그램 개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내실을 착실히 다지는 일이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등 오랜 시간 정상을 지키고 있는 MC들의 공통점은 3~4개의 프로그램만을 고정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다작을 하게 되면 각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고 체력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근 박명수가 과거에 비해 둔화된 모습을 보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상을 펼치게 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름의 페이스를 되찾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작품을 운영할 줄 아는 현명함을 갖출 필요가 있다. '양보다 질'을 선택할 시점에 다다른 셈이다.

어차피 선택한 <세바퀴> 합류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 이상의 외연 확대는 금물이다. 정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빨리 정리하는 과단성도 요구된다. <무한도전><해피투게더><일밤><세바퀴> 정도만 남기고 곁가지는 모두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괜찮은 라인업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작품을 하느냐'가 아니라 '작품 내에서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치느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프로그램 개수를 설정해 놓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으로 방송 활동을 영위하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박명수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프로그램 개수가 많아서 대상을 받았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은 데뷔 20년차 개그맨에게는 상당히 모욕적인 일이다. MBC 연예대상 수상자다운 자기 연찬과 수련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2013년은 박명수에게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해다. 역대 연예대상을 받았던 수많은 예능인 중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밖에 없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천하의 신동엽도 두 번째 연예대상을 수상하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연예대상의 저주'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그만큼 대상에 도취돼 발전을 소홀히 하기 쉽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과연 박명수는 이 같은 전례를 거울삼아 끝없는 반성과 성찰 속에서 자신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까. 모든 공은 그의 몫으로 넘어갔지만 부디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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