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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박명수의 어떤가요'로 작곡가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MBC <무한도전> 어떤가요 특집을 통해 박명수가 멤버들을 위한 노래를 작곡했다. ⓒ MBC


<무한도전> 어떤가요 특집을 통해 만들어진 곡 '강북멋쟁이' 등이 발표된 직후부터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16일, 연제협 측은 "방송사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용한 음원시장의 잠식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독과점을 발생시킬 수 있어 제작자들의 의욕을 상실케 한다. 또한 이것은 내수시장의 붕괴, 장르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부르고, 한류의 잠재적 성장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무한도전> 음원의 성공, 프로그램의 힘만 작용했을까

현재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보자. <무한도전>에서는 그간 수차례의 가요제 특집을 통해 많은 음원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중에서는 큰 히트를 기록했던 음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음원들이 <무한도전>의 인기를 등에 업지 않았다면 절대 히트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한 분석은 맞는 말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음원들이 질보다 프로그램의 인기에만 의한 것이라면 모든 곡들이 상위에 랭크, 즉 '차트 줄 세우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16일 현재 각종 차트에서 '강북멋쟁이'만이 10위 안에 머물러 있을 뿐, 다른 노래들은 순위가 점점 내려가 이미 100위 권 밖으로 밀려난 것도 있다.

이 현상은 <무한도전>의 음원이라는 이유로 성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음원의 여러 면이 고려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 결국 프로그램의 인기를 등에 업었다 하더라도 곡이 좋지 않았다면 대중들에게 선택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제협의 발표, 공정성 의심될 수 있는 상황 불러

연제협의 발표대로 <무한도전>의 음원 출시에 문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음원들의 독과점,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 내수시장 교란 등 그들의 표현대로 불공정함을 알리려 했다면 그것의 발표 전에 문제제기가 있어야 했다. 애초에 음원의 발표를 막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뒤늦은 '연제협'의 발표는 결과적으로 그 발표의 공정성을 잃은 결과를 낳았다. 음원들이 히트해서라는 이유 외에 별다른 해석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강북멋쟁이'등 <무한도전>의 음원들이 꽤 오랜 기간 차트를 점령하며 기존의 곡들을 위협하자 불거졌다. 음원들이 히트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만일 그랬다면 연제협의 보도자료가 과연 발표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인 것.

<무한도전> 등 예능과 관련된 곳에서 음원을 발표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현재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몫이다. 연제협의 발표대로라면 음원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가요계 외에는 절대 음원을 발표해서는 안되는 것인가. 아니면 아예 음악에 관련된 특집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발표가 되더라도 히트를 못하게 막아야 하는 것인가. 비약이라 할지라도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유재석과 대화하는 정형돈(왼쪽)의 모습.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는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관객과 박명수가 뽑은 노래 1위를 차지했다.

유재석과 대화하는 정형돈(왼쪽)의 모습. 정형돈의 <강북멋쟁이>는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관객과 박명수가 뽑은 노래 1위를 차지했다. ⓒ MBC


지엽적 문제제기는 역효과 부를 수 있어

사실 이것은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이다. <무한도전>의 음원이 일정부분 프로그램의 인기를 업은 것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 훌륭한 음원들이 방송도 한번 타지 못한 채 사장되는 현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것과 <무한도전>의 음원발표를 연계해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연제협이 발표한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무한도전>의 음원 발표가 한국음악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내포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한도전> 이외의 타 음원 발표 주체들 또한 그것에서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사항이 얼마나 될까.

<무한도전>의 음원들이 발표되기 전이라 생각해 보자. 과연 그간 연제협이 말하고 있는 공정한 음악시장이 형성돼왔던 것일까? 최대한 공정한 상태의 음원들이 발표되고, 대기업의 문어발이 아닌 가내수공업 형태의 음원들이 계속 득세해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공정성, 음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음원들을 어떤 기준에서, 누가 심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 프로그램 겨냥한 '지엽적 문제제기'는 무리다

여기에서 수많은 거대기획사를 비롯한 여러 경로의 음원들은 과연 어떠한 위치에 놓여있는 것인가 하는 여러 의문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연제협이 <무한도전>의 음원들에 대해 비판을 하려면 전체 음원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어야 타당성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는 <무한도전>의 음원이 히트하자 거대 단체에서 꼬투리를 잡으려 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무한도전>의 음원들이 내수시장을 붕괴시키고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야기는 현재 음악시장의 초라한 현주소를 자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여러 면에서 대중들이 선택할 노래들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무한도전>의 음원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음악의 다양성은 음악인들이 만들어 가야 할 일이며 대중들은 그 중에서 취사선택을 할 뿐이다.

이번의 논란 중에는 개그맨이 발표한 음원이라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순수 음악인들의 사기를 꺾는다는 것. 그러나 현재는 개그맨들 뿐 아니라, 배우, 가수 등 각 분야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연예인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세분화된 한 영역의 소질이 더 크다 하여 한 분야에만 종사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연제협의 뒤늦은 발표가 앞으로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과 일부 연예인들의 음원발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가 이번의 경우처럼 한 프로그램을 겨냥한 지엽적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고, 음악 시장을 비롯한 연예계의 전반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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