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손님이 끊이지 않게 하려면 중요한 점 한 가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손님에게 제공하는 요리의 품질에 편차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날그날 요리의 맛이 다르다면 그 식당은 단골손님을 확보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

요릿집도 매일 음식의 품질을 유지해야 하건만 하물며 방송이야. 방송은 프로그램에 대한 일정한 품질을 더욱 유지해야 한다. 어떤 날은 재미있다가도 어느 날은 시청자의 기대를 저버린다면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기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빠 어디가'를 패러디한 '형아 어디가' 코너에서 유세윤의 모습

'아빠 어디가'를 패러디한 '형아 어디가' 코너에서 유세윤의 모습 ⓒ CJ E&M


16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는 웃음이라는 레시피가 들쭉날쭉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잘 보여줬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패러디 '형아 어디가'는 유세윤이라는 블루칩을 어떻게 소모하는가를 보여줬다. '형아 어디가'는 한 자녀 가정이 많은 요즘의 세태를 반영하여 형제가 없는 어린이에게 유세윤이 형 역할을 대신하는 코너다.

한데 코너의 활용에 무리수가 따랐다. 웃음을 위해 아이를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에 '아동 학대'라는 불필요한 화학첨가물을 넣었다. 유세윤은 아이들을 위한 형 노릇을 하는 게 아니다. 상점에서 아이들에게 물건을 훔치라고 가르치는가 하면 어린이를 구타하기까지 한다. 어린이에게 그릇된 행동을 가르치는 그저 못된 형일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루 서유리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는 행동은 유세윤만 하는 게 아니었다. 어린이도 서유리의 치마를 들쳐 올린다. 유세윤이 지나가는 여자가 있으면 치마를 걷어 올리라고 가르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서 여자는 웃음을 위한 소재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성희롱을 당하는 주체로 격하한다. 그리고 어린이는 어린 나이에 어른 여성을 성희롱하는 법을 배우는 나쁜 사례의 학습자가 된다.

 '형아 어디가'에서 치마 들추는 법을 가르치는 개그맨 유세윤

'형아 어디가'에서 치마 들추는 법을 가르치는 개그맨 유세윤 ⓒ CJ E&M


아이를 키우는 시청자가 '형아 어디가'를 시청했다면 유세윤에게 학대당하고 여자를 성희롱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철렁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을, 도리어 아이에게 못된 짓만 가르치는 일탈의 교과서로 전락하게 한 게스트의 그릇된 활용 때문이다.

게스트의 잘못된 활용을 하나 더 언급하겠다. '유세윤의 연기 아카데미' 코너는 시청자에게 리얼한 연기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인 새엄마와의 갈등에서 유세윤은 새엄마 서유리에게 이렇게 외친다. "(아버지에게) 원하는 걸 얻었으면 내 인생에서 꺼져달라"고. 유세윤이 서유리에게만 따귀를 맞으면 시청자는 웃음을 위해 유세윤이 맞는 연기도 감내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유세윤의 연기 아카데미'는 유세윤을 소모한다. 그는 서유리뿐만 아니라 크루 김원해, 정명옥, 박은지, 정성호에게 따귀를 얻어맞는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가학적인 설정을 하지만 이런 방식의 연출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불쾌함을 유발한다.

 '유세윤의 연기 아카데미'에서 따귀를 맞는 개그맨 유세윤

'유세윤의 연기 아카데미'에서 따귀를 맞는 개그맨 유세윤 ⓒ CJ E&M


아동 학대도 어찌 보면 어린이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유세윤이 어린이에게 못된 짓만 가르친다는 차원을 더해 아이에겐 가학의 연장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이에게 욕하는 막장 설정도 모자라 뺨을 때린다는 건 상식 밖의 유세윤 활용법이다. 크루에게 연타석으로 따귀를 맞는 설정 역시 가학이 개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각본가와 제작진의 불찰이라고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가학을 웃음으로 착각하는 제작진 덕에 유세윤은 활용이 아닌 '소모'될 수밖에 없었고 웃음의 자리에는 불쾌함이 남았다.

SNL 코리아 유세윤 아동 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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