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설의 주먹>의 연출을 맡은 강우석 감독과 배우 황정민·윤제문·유준상·정웅인만큼이나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성인 배우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구원·박두식·이정혁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무대 인사에 나설 때면 청춘스타 못지않은 함성이 쏟아진다. 인터넷상에는 이들의 팬카페도 생겼다.

오디션 기간만 3개월. "배우를 꿈꾸는 20대 남자라면 꼭 하고 싶어했던" 영화이기에 경쟁률도 치열했다. 개개인의 싱크로율도 물론 중요했지만, 네 명의 조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명이 조를 짜서 배역의 조합을 계속 바꾸기를 5~6차례, 각각 지금의 역할을 맡게 됐다. 2012년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보낸 네 사람은 2013년 4월 값진 보상을 받았다. "촬영보다 오디션이 힘들었다"고 입을 모은 그들을 만났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복싱 챔피언을 꿈꾸던 비운의 파이터 임덕규(황정민 분)의 아역 배우 박정민이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복싱 챔피언을 꿈꾸던 비운의 파이터 임덕규(황정민 분)의 아역 배우 박정민이 11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어울리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88꿈나무' 임덕규(성인배우 황정민): 내 이름은 박정민

오디션 때는 거의 매일 연습했다. 연습실에서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든. 집에 가만히 앉아서 쉬다가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더라. '이만큼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불안했다. 몇몇 후보 중 가장 임덕규답지 않은 인물이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속 연구하고 생각했더니 캐릭터가 점점 조잡해지더라. 조감독님이 오디션을 보는 동안 버릴 것은 버리고, 잡을 것은 잡게 해줬다.  

캐스팅 확정 단계에 강우석 감독님과 만났는데 "살 빼라"고 하시더라. 다음날부터 촬영 전날까지 헬스와 복싱, 액션스쿨, 대본 연습을 무한 반복했다. 질려서 죽을 것 같지만 불안함이 가시질 않았다. 임덕규는 복서니까 더 잘해야 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소화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다고 할까. 액션스쿨에서도 '왜 이렇게 못하냐'는 소리를 듣다 보니 강박적으로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무슨 매력이 있었느냐고? 사실 짐작이 안 간다. 내게 임덕규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을 수 있었겠지만, 난 잘 모르니까 믿을 것은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했다. 매번 다르게 연구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오디션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도 있었다. 배우로서의 매력이 내게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키워나가야 할 것 중 하나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출세를 위해 자존심도 내팽개친 스마트 파이터 이상훈(유준상 분)의 아역을 맡은 배우 구원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파이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출세를 위해 자존심도 내팽개친 스마트 파이터 이상훈(유준상 분)의 아역을 맡은 배우 구원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파이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당고 짱' 이상훈(성인배우 유준상): 내 이름은 구원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반면 '무식하니까 용감하다'고 모르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도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진짜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차 오디션을 보고 안 될 줄 알았다. 내 연기도 불안했지만, 현장 분위기가 유독 그랬다. 사람도 많고, 규모도 크더라. 기대 안 하고 있다가 1차 합격하고 마음을 비웠다. 2차, 3차 붙었을 때부터 슬슬 '내가 하겠구나' 마음을 먹었다.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를 오래 했고, 이미지도 비슷해 보였다. 내가 제일 이상훈 같더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누구보다 이 역할을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만큼 이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한 사람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배우에게는 자기 역할의 운명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나 생각했다.

(이)정혁이 형을 처음 봤을 때 나보다 동생인 줄 알았다. 3살이나 많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이상하더라. (박)두식이는 워낙 얼굴이 캐릭터 있게 생겼더라. 신기하게 생겼다. '이런 친구도 있구나' 싶더라. (박)정민이 형은 영화 <파수꾼> 때부터 팬이었다. 형의 연기가 궁금해서 기대가 컸다. 처음엔 '나랑 비슷한데?'라고 생각했는데 스크린을 통해 본 뒤로 '괜히 박정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죽도록 일등이 되고 싶었던 독종 파이터 신재석(윤제문 분)의 아역 배우 박두식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파이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죽도록 일등이 되고 싶었던 독종 파이터 신재석(윤제문 분)의 아역 배우 박두식이 11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파이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남서울고 신재석(성인배우 윤제문): 내 이름은 박두식

오디션 사이트의 공지글을 보고 UCC를 보내 (오디션에) 참가했다. 원작 웹툰의 신재석이라는 캐릭터가 나와 닮았다고 하더라. 마감 이틀 전에 후배들을 소집해 원작의 한 장면을 촬영했다. 이미지도 보시겠지 싶어서 원작처럼 반삭도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신재석이) 장발에 도끼 빗을 꽂고 다니는 인물이었는데 내가 반삭을 해서 캐릭터가 바뀌었다.

오디션에서 전혀 붙을 것 같지 않았다. 3차 오디션 때부터는 조별로 일렬로 앉아서 앞을 보고 대사를 했는데, 난 연극만 하다 보니까 대상을 보지 않고 말하는 게 어색하더라. 너무 못했다. '완전히 떨어졌구나' 생각하고 포기했는데, 운 좋게도 다시 기회를 얻었다. 한 분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내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해서. '이 기회를 놓치면 끝이다' 싶어서 이를 갈았다.

사실 나는 내세울 게 없다. 절실함 하나, 패기와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고 선택하지 않으셨을까. 오디션 때도 삭발하고 갔으니. 신재석은 현장에서 다 만들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인물은 임덕규 같은 차갑고 센 캐릭터였는데 시나리오 속 신재석은 엉성한 캐릭터더라. 나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거다. 결국 강우석 감독님만 믿고 갔다. 감독님이 중요시하는 화술과 억양에 신경 쓰려고 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정웅인 분)의 아역을 맡은 배우 이정혁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파이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전설의 주먹>에서 과거 전설들의 친구였던 대기업 상속자 손진호(정웅인 분)의 아역을 맡은 배우 이정혁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파이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재벌3세 손진호(성인배우 정웅인): 내 이름은 이정혁

처음엔 이상훈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하지만 조가 짜질 때마다 난 손진호 역이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나는 오디션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손진호였다고 하더라. 첫인상이 그랬나 보더라. 손진호 역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참 많았는데 사실 대사만 봐도 나쁜 놈이지 않나. 자연스럽게 다른 인물을 찾다가 이상훈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손진호 역을 맡게 됐다. 

액션스쿨에 다니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못하면 잘린다. 후보들 많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극 중 싸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잘렸다. 손진호는 싸움을 잘하면 안 되는데, 정식으로 액션을 배운 터라 합이 너무 잘 나왔다는 이유에서였다. 힘들게 준비한 액션 장면을 하나도 못 봐서 아쉬웠다. 기회가 된다면 액션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

(박)두식은 오디션 때부터 삭발하고 왔다. 원작인 웹툰의 설정과 맞춰 왔던 것이었다. 나는 정해진 것만 준비했는데, (박)정민이는 준비를 굉장히 철저히 하더라. 시나리오 안에서 많은 것을 첨가해오면 감독님이 쳐낼 것을 쳐내 줬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잡혀있어서 완성된 배우처럼 보였다. 구원이는 평소에 재밌지만, 캐릭터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설의 주먹 박정민 구원 박두식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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