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흥행은 하늘의 뜻"이라고 겸손을 표했지만, 배우 엄정화가 출연한 영화 <몽타주>는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촬영 과정에서 적은 분량을 두고 스태프들에게 "나 조연이냐"고 눙을 치기도 했다는 엄정화. 관객은 <몽타주> 속 가슴 절절한 하경을 100% 소화한 그에게 호평을 보내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내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엄정화는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후반부의 이야기가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시나리오 자체는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15년이라는 세월이 교차하는데다 끝 부분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고민했던 건 '잘할 수 있을까'였죠. 중반 넘어서까지 뭔가 힘들 것 같더라고요. 표정도, 움직임도 없잖아요. 정말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었고요. '왜 나한테 (시나리오를) 줬지'라고 생각하면서 봤어요. 제가 자신 없어 하니까 정근섭 감독님이 '정화씨가 꼭 했으면 좋겠다'면서 제 질문에 모두 명쾌하게 대답해주시더라고요. 믿음이 갔죠."

호흡을 맞춘 배우 김상경 역시 엄정화를 응원했다. 촬영 현장에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엄정화를 무장 해제시켰던 김상경은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 인터뷰에서 늘 엄정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엄정화는 "김상경씨가 카카오톡으로 '반응 좋고 잘될 것 같으니까 홍보 열심히 하라'고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면서 "평소에는 긴장을 풀어주지만, 영화에서는 존재감이 엄청나다. <몽타주>를 보고 '내가 저 배우랑 영화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아이들 대상 범죄 참을 수 없어...분노 느낀다"

엄정화는 영화 <오로라공주>(2005)에 이어 <몽타주>에서도 자식을 잃은 엄마 역을 소화했다. 아직 미혼이지만, 극 중 딸을 안고 오열하는 모습에서는 엄마 그 이상의 감정이 느껴진다. 엄정화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연기하느라 계속 그 상황을 생각했다"면서 "다행히 이번에는 현장에 갔을 때, 시기적절하게 느낌이 와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할 때, 그분이 오시면 정말 좋은데 확신할 수 없는 순간이 있어요. 진작에 감정이 미리 왔다가는 때도 있고요. 조절하기가 힘들죠. 한 번 왔다가면 다시 못 찾거든요.(웃음) 이번에는 스태프들과의 팀워크가 좋았어요. 연기하다가 감정이 약속했던 선에서 멈추질 않더라고요. 계속 갔죠. 어려운 상황이었고, 기술적으로 좋지 않았지만 다들 같이 갔어요. 2번 정도 찍었던 것 같아요. 걱정도 됐지만 현장에서의 느낌이 좋더라고요."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예뻐야 하는 영화가 아닌 이상, 외모는 과감하게 포기한다는 엄정화. 그러나 영화 속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던 것일까. 그의 연기를 본 어머니는 "참 예쁘게 나왔다"고 했단다. 엄정화는 "몸 자체가 플랫(평평)하지 않은 편이라 영화에서는 감추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 남다른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에게 <몽타주>의 주요 소재인 '공소시효'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원래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전 되게 수동적인 사람이거든요. 능동적으로 앞장서서 뭔가를 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오로라공주>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음이 되게 쓰이더라고요.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범죄는 참을 수가 없어요. 마음으로는 항상 분노를 느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기회가 닿아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실종유괴 예방 캠페인을 위한 자선 바자회도 하게 됐습니다.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여배우 연령 높아지는 충무로, 희망적인 변화"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1992년 데뷔했으니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가수이자 배우로 꾸준히 활동해온 엄정화는 "과거보다 활동하는 여배우들의 연령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에 접어들고, 결혼하면 딱 맞는 역할을 찾기조차 쉽지 않았던 과거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엄정화는 "여전히 여배우들에게 오는 시나리오는 거의 없고, 나 역시 딱 맞는 시나리오를 만나기가 어렵다"면서도 "이제는 관객과 같이 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서서히 찾아오는 변화가 희망적인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작품을 보면 자극이 많이 되고요. 특히 남자 배우들을 보면 자극이 돼요. 김상경도 그랬고, 황정민도 그렇고. 질투 나죠.(웃음) 하고 싶은 거요? 각 잡힌 액션?(웃음) 아 너무 힘들겠다. 진득한 멜로를 하고 싶어요. 말랑말랑한 것도 좋지만, 이제는 진짜 감정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도 하고 싶은데 아직은 딱 맞는 작품이 없어요. 이번에 강원도에서 촬영하는데 저를 몰라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가수 엄정화네' 하고요.(웃음) 드라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데뷔 후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엄정화는 요즘 스스로를 응원하고 예뻐해 주고 있다. 인터뷰 중간중간 우엉차를 마셨던 엄정화는 "15년 이상 길바닥에서 살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면서 "한 번 아프고 나니 나한테 가장 미안했다.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고, 쉬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그는 "앨범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수로서) 은퇴는 안 할 거예요. 앨범을 언제 낼 거냐고요? 언제라고 하기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생각만 하고 있는데 딱 맞는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시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어떨 때는 진취적으로 움직여야겠지만, 때론 기다림도 필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동생(배우 엄태웅)의 아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웃음) 저 되게 따뜻한 시누이예요. 올케(발레리나 윤혜진)를 친동생처럼 대하거든요. 이제 출산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희생하는 모습이 애잔하고 예쁘고 그러네요."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몽타주>에서 15년 전 범인을 찾아 헤맨 엄마 역의 배우 엄정화가 14일 오후 서울 회현동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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