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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에서 성공한 배우의 이름을 떠올려본다. 우선 생각나는 이름은 1990년대 후반 KBS2 <슈퍼 선데이>에서 '금촌댁네 사람들'이라는 시트콤에 출연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만능 엔터테이너 임창정. 당시 그는 영화 <비트>로, 무대에서는 '그때 또 다시'라는 노래로, TV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MC로 전천후 활약을 보였었다.

그중 거의 무명이었던 그의 숨통을 틔어주었던 것은 영화, 노래보다 '예능'이 먼저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부터 예능은 무명 연예인을 하룻밤에 벼락스타로 만드는 데 효험이 있었다. 인지도 확보에는 예능 출연만한 '만병통치약'이 없다고 방송가 사람들은 입을 모았었다.

임창정의 성공적인 예능 안착이 이뤄낸 결과인지 모르겠으나 공교롭게도 그쯤, 배우들이 예능에 고정출연하기 시작한다. 여배우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에서 MC로 활약했다면 남배우들은 '입' 보다는 '몸'으로 움직여야 했다.

1998년 이승연은 SBS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고, 이후 김혜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SBS <김혜수의 플러스유>를 진행했다. 세기말, 옆 방송국에서는 남배우들이 뜀틀을 넘고, 높이뛰기를 했다. KBS2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의 한 코너였던 '출발 드림팀'에서 가장 유명했던 선수는 다름 아닌 배우 이상인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배우를 기용했던 방송국의 실험은 꾸준한 성공을 거뒀다. 최근까지도 그 실험은 하나의 전통처럼 이어져 SBS <화신>의 김희선, <고쇼>의 고현정을 낳았다. 안타깝게도 최신 실험의 결과는 참담했지만 이러한 실험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힐링캠프>의 빈자리를 성유리로 채운 것을 보면 말이다.

여배우들이 주로 따뜻한 스튜디오에서 토크쇼류의 예능을 섭렵했다면 남배우들은 <출발 드림팀>의 이상인처럼 밖으로 나돌아야 했다. 스포츠, 야외 콩트, 체험 등이 남배우들의 예능 주 무대였다. 그중 토크와 몸 쓰는 예능이 전부 가능한 자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김수로다.

웃음 주며 공연 홍보까지...김수로는 영리한 '예능꾼'

김수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김수로의 여자들' 특집에 출연한 배우 김수로.

▲ 김수로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김수로의 여자들' 특집에 출연한 배우 김수로. ⓒ MBC


김수로는 2006년 KBS2 <상상플러스>에서 '꼭짓점 댄스'를 선보이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그가 유행시킨 꼭짓점 댄스는 월드컵 응원에도 쓰였고, 군인들의 아침 체조에도 활용됐다. 당시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가 유행했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해에 꼭짓점 댄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6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서도 김수로의 예능력(?)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철저히 홍보용으로 기획된 이날의 방송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김수로의 힘이 컸다. 그는 시작부터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공연 프로젝트를 당당한 태도로 소개했다. 그리고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 간미연, 심은진, 임정희를 하나하나 챙기며 6년차 예능인에게서만 가능해 보이는 여유까지 풍겨댔다.

토크쇼에 하도 많이 출연해서 에피소드가 고갈됐다고 앓는 소리를 하면서도 김구라와의 어색한 관계를 소재로 삼고,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으며, 꼭짓점 댄스의 역사를 피타고라스의 정리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예능꾼 김수로. 그는 누가 뭐래도 이날 방송의 핵이었다.

이날의 출연진이 예능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간미연, 심은진, 임정희 셋뿐이었다면 자칫 재미없는 홍보쇼로 전락할 뻔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런 구성은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처럼 김수로를 전면에 내세워 '김수로의 여자들'이란 부제를 붙였다.

 <라디오스타> '김수로의 여자들' 특집에 출연한 (왼쪽부터)김수로, 간미연, 심은진, 임정희

<라디오스타> '김수로의 여자들' 특집에 출연한 (왼쪽부터)김수로, 간미연, 심은진, 임정희 ⓒ MBC


간미연을 평생 따라 다닐 문희준 에피소드, 심은진을 무서워한다는 후배들의 이야기는 이제는 낡다 못해 제조년월이 너무 오래된 것이라는 게 당사자, MC 모두 자인하는 사실. 낡은 이야기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나름의 타개책으로 간미연이 문희준과의 양자 회담(?)에 응하고, 임정희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르듯 테이블 퍼포먼스를 보여 주며 선전했지만, 남은 분량의 재미가 확실히 보장되었던 것은 순전히 김수로가 고군분투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작부터 '김수로 프로젝트'를 영리하게 홍보하면서도 사이사이 다른 이야기를 털어놓고 활발한 리액션을 보이며 홍보용 기획의 색깔을 점차 희석시켜 나갔다. MC들이 습관적으로 그의 입을 바라봤지만 그는 막힘없이 이야기해 기대에 부응했다. 그의 토크는 화려하며 영리한 홍보술이었다.

올해,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현역 군인들도 힘들어하는 '리얼한 군생활'을 시작했다. 이날의 <라디오스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진짜 사나이>를 보면 김수로가 얼마나 매사에 열심히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 바탕에는 지지 못하는 성미로부터 기인한 승부사 기질이 있겠지만, 그보다 앞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하려는 강한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김수로도 그 옛날 스타들처럼 예능에서 보여준 '꼭짓점 댄스' 한 번에 하룻밤 사이 벼락스타가 되었지만,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노력하고 준비했기에 지금의 김수로가 가능했다. <라디오스타>는 그런 김수로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꼭짓점 댄스의 대형에서 왜 그가 꼭짓점이었는지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라디오스타 김수로 간미연 심은진 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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