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들의 모든 경기를 응원하는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꾸려졌다.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 40여 명은 인천에 상주하면서 남북공동응원을 이어 나간다. 대회 개회식 전부터 응원을 해온 터라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북한 선수단 응원 후기를 주요 경기별로 정리해 싣는다. - 기자말

[23일 싱크로나이즈드] 처음으로 마주 앉아 응원한 남과 북

23일 오후 북측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여자 프리콤비네이션 결승전. 경기 시작에 앞서 '아리랑' 응원단은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했다. 북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여자 선수들은 눈에 띄는 외모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2일 단체전 경기에서는 민요 '아리랑'과 '옹헤야'를 편곡한 음악으로 남북을 하나로 만들며 동메달을 딴 만큼 이런 저런 기대가 컸다.

 북측 선수들은 우리 민요 가락이 배어있는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꽃과 배 등의 모양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북측 선수들은 우리 민요 가락이 배어있는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꽃과 배 등의 모양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 겨레하나


경기장에 들어서자 맞은 편 객석에 응원 온 북측 선수단과 임원들이 보였다. 지금껏 앞과 뒤에 앉아 응원했는데 경기장 특성상 처음으로 마주보고 응원하게 됐다. 북측 관계자들은 아리랑 응원단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우리 응원단을 사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북측 선수들은 '아리랑'은 아니지만 우리 민요 가락이 배어있는 웅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꽃과 배 등의 모양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연기를 펼쳤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맞은 편 객석에 응원 온 북측 선수단과 임원들이 보였다.

경기장에 들어서자 맞은 편 객석에 응원 온 북측 선수단과 임원들이 보였다. ⓒ 겨레하나


 경기장에 북측 선수들의 이름을 붙여놓고 응원을 했다.

경기장에 북측 선수들의 이름을 붙여놓고 응원을 했다. ⓒ 겨레하나


경기가 끝나고 물 밖으로 나오는 선수들의 이름을 우리가 한 명씩 부르며 격려를 보내자 동그란 토끼 눈을 뜨고 수줍게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천진해 보였는지 모른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먼저 자국 관계자들이 앉은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차례로 그 맞은 편에 앉은 자국 응원단을 향해 인사를 이어갔다. 앞서 경기를 펼친 일본과 카자흐스탄 선수들도 이 순서로 인사를 했다.

 북측 선수들의 이름을 우리가 한 명씩 부르며 격려를 보내자 동그란 토끼 눈을 뜨고 수줍게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

북측 선수들의 이름을 우리가 한 명씩 부르며 격려를 보내자 동그란 토끼 눈을 뜨고 수줍게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 ⓒ 겨레하나


 북측 관계자들은 아리랑 응원단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아리랑 응원단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 겨레하나


북측 선수들은 북한 관계자들을 향해 인사한 후 우리 '아리랑' 응원단을 향해 답례를 했다. '아리랑' 응원단이 없었다면 북측 선수들은 누구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손을 흔들면서 격려를 보냈다.

남은 기간에도 북측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해줄까. 그렇게 해주리라 기대해본다. 비록 북한에서 온 응원단은 아니지만 말이다. 

싱크로나이즈드  씽크로나이즈드 북측 선수들 모습

▲ 싱크로나이즈드 씽크로나이즈드 북측 선수들 모습 ⓒ 겨레하나


[23일 역도] 아쉬운 역도 은메달과 응원 열기

응원을 마치고 향한 곳은 역도 경기장이었다. 여자역도 63kg급 조복향 선수는 동메달을, 남자역도 77㎏급 김광성 선수는 은메달을 따다. 경기장에는 싱크로나이즈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응원을 왔다. 이들은 역도 경기하는 모습을 흉내내는 등 천진난만한 미소로 역도 선수를 응원했다.

김광성 선수가 용상 3차 시도에서 207kg를 도전할 때는 응원 열기가 한껏 달아오르기도 했다. 김광성 선수가 성공하면 중국의 류샤오준 선수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김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중국 선수와 겨루는 이 순간, 남과 북의 관람석이 하나가 돼 응원을 펼친 것은 물론이다. 아쉽게도 금메달은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김광성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관람석에 앉은 시민들은 우리의 응원에 맞춰 '우리는 하나다' 구호를 외치며 함께 응원했고 단일기 응원물품을 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들도 함께 목청을 높였다.

[24일 역도와 체조] 겨레가 하나 된다면 스포츠강국 도약

24일 북측은 도마·역도·이단 평행봉에서 금·은·동을 하나씩 획득했다. 응원단도 경기 일정에 따라 서둘러 이동하면서 응원을 이어갔다.

북측의 체조 요정이라는 도마의 '별' 홍은정, 여자 69kg급 역도 경기에 출전해 은메달을 거머쥐고 아쉬움에 고개를 떨군 려은희, 이단 평행봉에서 고난도 기술로 동메달을 딴 강영미까지... 우리 겨레가 하나 된다면 세계가 부러워할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거란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24일 체조 경기 응원 모습.

24일 체조 경기 응원 모습. ⓒ 겨레하나


강영미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언어도 같고 민족도 같기 때문에 여기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다"며 금메달을 걸지 못한 아쉬움을 밝혔다.

강영미 선수의 시상식이 끝난 뒤 응원단이 부르기 시작한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북측 관계자들도 함께 불렀다.

 늦은 시각, 경기장을 나서자 북측 선수들이 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늦은 시각, 경기장을 나서자 북측 선수들이 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 겨레하나


늦은 시각, 경기장을 나서자 북측 선수들이 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큰 목소리로 짧은 인사밖에 할 수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북측 선수들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응원단의 누군가는 이 순간에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북측 응원단 방문 무산, 인공기 게양 논란, 북측 선수촌 진입 난동 등이 떠올라 "먼 길 오셨는데 제대로 맞이하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동무, 일 없습니다. 따뜻한 응원, 고맙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것 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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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시안게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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