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극명하다. 그의 개그에 열광하거나, 과하다며 눈살을 찌푸린다. 대중들의 반응과는 달리, 제작진에게 김구라는 든든한 존재다.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싶은 MC로 손꼽힌다. 어떤 채널과 포맷이라도 프로그램 안에서 제 몫을 해주고, 패널들의 이야기를 잘 살려주기 때문이다.  

 

뱉어내는 독한 이야기만큼, 세상의 독한 화살도 잘 견뎌온 그에게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공황장애는 약물과 심리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대중 앞에 서서 항상 당당해야 하고, 웃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공황장애는 어울리지 않는다. '개그맨이 공황장애라고? 그게 말이 돼?' 이전까지 대중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KBS<남자의 자격>을 통해 방송 인생의 부활을 알린 이경규. 그는 오래전부터 공황장애를 겪어 왔고, 최근까지 약을 먹으며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항상 당당하고, 호통을 치며 자신만만했던 그의 고백에 제작진은 물론, 많은 사람은 당황했다. 놀랐던 감정은 이내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치열하고, 잔인한 방송에서 그만큼 버티고, 경쟁에서 이겨내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딜 가나 자신을 알아보고, 가족들의 문제까지 파헤치는 언론과 일부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김구라는 그마저도 자신 스스로 초래한 일이라며 쓴웃음을 짓지만, 일부 언론들의 비상식적인 취재 경쟁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의 논리는 대중들의 관심과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또한 어불성설이다.

 

대체불가 MC 김구라의 빈자리를 실감하다

 

 대체불가한 MC 김구라

대체불가한 MC 김구라 ⓒ 이정민


최근 <연예대상>과 <썰전>에서 모습을 나타낸 김구라.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그늘이 보인다.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덤덤하게 밝혀서 오히려 다행이다. 그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솔직함이다. MC와 패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힘은 대단하다.

 

과거,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쏟아낸 이야기들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그는 대표작인 <라디오 스타>를 비롯해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복귀한 이후에는 또다시 공황장애에 발목이 잡혀 잠시 휘청했다. 처음 그가 방송계를 떠났을 때 대중들은 자업자득이라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공황장애로 잠시 방송을 쉬었을 때는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고 있다.

 

김구라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제작진과 김구라이기 때문에 방송을 본다는 시청자가 늘어났다. 김구라가 없어도 방송은 잘 굴러가지만, 제작진과 대중들은 그의 빈자리를 실감한다. <썰전>의 일일MC 김성주는 그런 그를 '대체불가'한 존재라고 이야기했다. 

 

제작진과 대중을 사로잡는 김구라 스타일

 

 제작진과 대중을 사로잡은 김구라 스타일

제작진과 대중을 사로잡은 김구라 스타일 ⓒ JTBC

 

기억 강박증이 있다는 김구라는 사회, 정치적인 문제는 물론 영화, 음악에 대한 지식 또한 풍부하다. 어떤 주제를 던져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라디오 스타>에서 맥락과 상관없이 지식 자랑을 해도 밉지 않은 이유는, 방송과 현실이 참 많이 닮아 있는 그의 캐릭터 때문이다. 동료들과 후배들은 그가 무섭다고 하지만, 항상 좋은 이야기를 건네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한다.

 

톱 MC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방송계는 물론이고, 행사 및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그들이 우리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섭섭해 하거나,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기억 강박증 때문인지는 모른다. 김구라는 함께 했던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를 오랜만에 만나도, 이름을 부르면서 안부를 묻는다. 물론 한두가지 씩 기억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제작진은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겨울, 고 최진실과 김구라가 MC를 맡은 <진실과 구라>. 최진실은 김구라의 입담에 놀라고, 사석에서 그의 예의 바름에 또 한 번 감동했다. <진실과 구라>에서 이젠 세상에 구라만 남았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김구라는 잘 견뎌냈고 더 완숙해졌다. 김구라와 인터넷 방송 <시사대담>을 함께 진행했던 황원식도 최근 그에게 따뜻한 안부 연락이 왔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구라는 낯 뜨거운 칭찬과 따뜻한 이야기를 쑥스러워한다. 어쩌면 공황장애와 잘 어울리지 않는 방송인이었다. 하지만 그도 카메라 밖에서는 평범한 가장이자 아버지다. 대체불가 MC 김구라. 과거에도 그랬듯, 그만의 스타일대로 위기와 아픔을 잘 극복해 낼 것이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김구라 스타일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2015.01.02 13:08 ⓒ 2015 OhmyNews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예능작가의 세상읽기 김구라 썰전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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