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큰 인기를 얻었다. 거리에는 추억의 노래들이 흘러나왔고, 말 그대로 복고 신드롬이었다. 이전까지 복고의 상징이 고고장과 교련복이었다면,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의 복고를 이야기했다. 찬란했던 그 시절, H.O.T. 토니 오빠가 좋은 '빠순이'가 있었고, 소꿉친구의 가슴 시린 '첫사랑'도 있었다.  

삐삐부터 헐렁한 힙합바지, 그리고 미니 카세트까지 복고 소품이 유행했다. 사람들은 철 지난 노래를 들었고, 빛바랜 것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X세대와 오렌지족으로 대표되었던 1994년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응답하라 1994>까지. 말 그대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90년대의 추억과 향수, 그 자체였다.

2014년 끝자락, 잠잠해진 90년대 복고 신드롬에 다시 불이 붙었다. 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이 한 무대에 선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이전에 비슷한 공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기획과 섭외가 더해진 무대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응답하라>부터 <토토가>까지. 복고는 나의 힘!

 대중과 관심과 시청률을 사로잡은 <무한도전>의 '토토가'

대중과 관심과 시청률을 사로잡은 <무한도전>의 '토토가' ⓒ MBC


<무한도전> '토토가'편은 최고 인기 드라마도 힘들다는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인기 검색어에는 출연 가수의 이름이 가득 채워졌고, 상점과 거리는 그들의 음악으로 넘쳤다. 대중들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토토가'를 통해 추억을 떠올린다. 90년대의 일상을 되돌아보고, 오랜 친구들과 학창 시절을 이야기한다. 

분명한 건, 복고를 담은 추억팔이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고를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한데,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음악이다. 90년대만 해도, 영화는 일상보다 문화에 더 가까웠다. 특별한 기념일이나 이성과의 데이트를 위해 찾는 것이 극장이었다면, 음악은 CD와 테이프뿐만 아니라 TV, 라디오, 거리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접근성이 있었다.

'토토가'에 참여한 가수들도 진심으로 감동 받고, 무대를 즐겼다. 카메라 안에 전부 담지는 못했지만, 훨씬 더 많은 눈물과 환희가 있었다고 한다. 뒤풀이 자리에서 흘러나온 음악에 맞춰 출연자는 물론 제작진들까지 90년대로 돌아갔고, 또 다른 '토토가'무대를 만들었다.

90년대를 기억할 수 있어 행복하다

 90년대의 추억과 향수를 담은 <응답하라 1997>

90년대의 추억과 향수를 담은 <응답하라 1997> ⓒ tvN


90년대를 문화 황금기라고 한다. 댄스 음악이 있으면, 발라드와 포크송도 있었고, 가사와 멜로디를 곱씹을 수 있는 주옥같은 노래가 많았다. 또한, 한국 영화의 전성기였으며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은 40%를 넘어섰다. 오늘날에 비하면 답답하고 조금은 느린 아날로그였지만, 디지털 세대와는 또 다른 낭만이 있었다.

어린 시절,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잔소리와 최고 인기였다며 흥얼거리는 어른들의 노랫소리가 참 고리타분하게 들렸다. 하지만 이젠 그때 어른들이 건넸던 이야기와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시대 또한 지나갈 것이고,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복고는 아련하고, 그리울 수밖에 없다.

김건모, 터보, 조성모 등 단순히 90년대 인기 가수가 나와서 좋은 것이 아니다. 그들의 노래를 통해 추억을 떠올리고, 지금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응답하라>부터 <토토가>까지. 나 역시, 90년대를 기억할 수 있어 참 행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예능작가의 세상읽기 토토가 무한도전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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