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거포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드디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처음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연타석으로 이어진 멀티 홈런도 반갑지만, 무엇보다도 주자가 있을 때 홈런이 터졌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다.

14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렸던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박병호는 5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상대 선발투수는 박병호에게 홈런을 허용한 적이 있었던 조시 톰린이었다.

팀이 1-0으로 앞섰던 2회초 박병호의 첫 타석이 돌아왔다. 박병호는 톰린의 2구째 시속 140km 짜리 속구가 한가운데로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잡아 당겼다. 맞는 순간 타구는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높이 떠올랐다. 타구 비거리가 무려 140m,초대형 홈런이었다.

박병호는 지난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첫 타석에서 공을 맞고 교체된 후 3경기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사구 후유증이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이날 홈런으로 이런 우려를 털어냈다. 서서히 박병호에 대한 집중 견제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터진 중요한 홈런이었다.

솔로 홈런만 8개였던 박병호, 이젠 주자 있을 때도 홈런

 미네소타 박병호

미네소타 박병호 ⓒ MLB.com


박병호의 방망이는 여기서 식지 않았다. 2-2로 팽팽하게 맞서던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박병호에게 또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1사 상황에서 1루에 주자가 있었다. 그리고 박병호는 톰린과 6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집중력이 떨어진 톰린은 6구째 시속 137km 짜리 컷 패스트볼(커터)을 또 한가운데로 던지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박병호는 이 실투를 또 놓치지 않고 잡아 당기면서 이번에는 비거리 120m 짜리 투런 홈런을 만들어 냈다. 맞는 순간 타구가 빠르게 뻗어 나가는 것을 확인한 박병호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고 베이스를 돌았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연타석 홈런으로 만들어 낸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 날 박병호의 시즌 9호 홈런은 첫 연타석 홈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주자 있을 때 나온 첫 번째 홈런이었다.

현재까지 박병호는 팀이 치른 34경기 중 29경기에 출전했다. 트윈스 프랜차이즈 역사상 커리어 첫 29경기에서 9홈런을 친 타자는 박병호가 처음이다. 박병호가 타구 비거리 뿐만 아니라 여러 홈런 기록에서 트윈스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톰린을 상대로만 홈런 3개, 박병호에게 약한 투수들은?

인디언스의 선발투수 조시 톰린은 올 시즌 박병호에게만 무려 3개의 홈런을 헌납했다. 이전까지 박병호는 연고지 인터리그 라이벌인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2경기 연속 홈런을 친 것을 모두 다른 팀들을 상대로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박병호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소속 팀인 인디언스로부터 홈런 3개를 뽑아냈다.

톰린에게 뽑아 낸 홈런을 빼고 박병호의 주요 홈런 기록을 보면, 같은 지구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마무리투수 호아킴 소리아를 상대로 홈런 1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선발투수 조던 짐머맨을 상대로 홈런 1개 등이 있다. 화이트삭스를 상대로는 아직 홈런이 없다.

박병호가 앞으로 가장 많이 만날 투수들은 같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소속 선수들이다. 특히 같은 지구 팀들의 선발투수나 마무리투수들처럼 고정적으로 등판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것은 좋은 징조다.

아쉬웠던 9회 득점권 상황

박병호는 3번째 타석에서도 톰린의 6구째 커터를 노렸다. 하지만 이번 타구는 아쉽게 외야에서 뜬공으로 잡혔다. 이날 톰린은 6.1이닝 4피안타(3피홈런) 2볼넷 4탈삼진 4실점(3자책)의 퀄리티 스타트로 물러나면서 박병호와의 대결을 마무리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9회초 마지막 타석이었다. 팀이 6-7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2사 주자 1-3루 득점권 상황에서 박병호는 구원투수 코디 알렌의 4구 째 너클 커브를 노렸지만 파울이 됐다.

하지만 박병호는 곧이어 들어온 시속 150km 짜리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며 헛스윙 삼진으로 아쉽게 물러났다. 박병호가 삼진을 당하면서 경기가 끝났고, 트윈스는 아쉽게 1점차 패배를 당했다.

현재까지 박병호의 시즌 타율은 0.245에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가 0.906이다. 이 성적을 자세히 쪼개어 주자가 없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성적을 비교하면 박병호의 치명적 약점이 여전히 득점권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박병호는 주자가 없을 때는 홈런 8개를 포함하여 타율 0.306에 OPS가 무려 1.100에 달한다. 그러나 주자가 1루에 나갔을 경우 박병호의 타율은 0.214로 크게 떨어진다. 장타율이 0.500이지만 안타 3개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수치는 아니다.

또 2루 또는 3루에 1명 이상의 주자가 있는 경우를 득점권 상황(Scoring Position)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박병호의 득점권 성적은 22타수 2안타 4볼넷 9탈삼진 4타점이다(타율 0.091 OPS 0.458). 그나마 2안타 중 하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홈 구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의 유독 깊은 우중간 외야 칼의 언덕이 만들어 낸 3루타였고, 홈런은 없었다.

물론 주자가 없을 때에도 홈런을 치면 타점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 타점은 자기 자신이 타구를 날린 뒤 주자가 되어 들어올 때 기록되는 타점이다. 주자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많은 적시타를 날릴 경우 그만큼 타점 생산 능력은 크게 향상된다.

이날 경기 패전으로 트윈스는 최근 14경기에서 1승 13패를 기록했다. 최근 8연패에 빠지면서 6승 26패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30개 구단들 중 최하위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박병호는 이날 9회 2사 득점권 상황에서 삼진을 당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연타석 홈런을 쳐내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홈런을 때려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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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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