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씨X."

안영미가 < SNL코리아 시즌7 >(아래 < SNL >)에서 뱉은 한 마디가 논란이 되었다. tvN측은 이에 대해 "욕설이 아니다"라는 해명으로 불씨를 더 키웠다. "해당 발언은 '쓰바'였다"며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욕설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이 해명은 오히려 "그 두 단어가 무슨 차이냐"며 논란을 더 크게 만들었고 결국 tvN측은 "안영미가 < SNL >에서 욕설을 한 것을 인정한다, 안영미의 발언이 욕설로 들렸다면 욕설인 것"이라며 "앞으로 더 제작에 주의하겠다"며 사과했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 SNL >에서 이런 논란이 인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리지널 < SNL >은 적나라한 단어들을 내뱉는 모습을 '삐' 처리만 한 채 내보내는 완벽한 19금 프로그램이다. 한국 < SNL > 역시 그동안의 < SNL > 욕쟁이 할머니 콘셉트로 삐 처리 한 욕설을 내보내거나, 욕설과 발음이 비슷한 어휘나 외국어를 이용하는 등의 개그를 지속해 왔다. '쓰바' 정도의 단어는 사실상 애교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맥락도 콘셉트도 없는 단순 욕설

 < SNL >의 욕설 논란은 시사가 빠진 시사 코미디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까.

< SNL >의 욕설 논란은 시사가 빠진 시사 코미디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일까. ⓒ tvN


그러나 해당 단어를 사용한 것이 논란이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맥락과 콘셉트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다. 예를 들어 욕쟁이 할머니나 외국어 등을 이용한 상황에서는 확실한 콘셉트와 설정이 존재했다. 지난 김연아의 소치 올림픽 논란 당시, 당시 금메달을 딴 소트니코바나 심사위원, 타라소바 코치 등을 패러디하며 러시아어인 '쓰바시바(감사합니다)'를 이용해 욕설과 같은 뉘앙스를 내보냈다. '쓰바'를 빼고 '시바'라는 말만 취한 적도 있다.

이때는 오히려 '통쾌하다'라는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 이유는 첫째, 김연아의 금메달 사건에 대한 보편적 국민적 정서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둘째, 러시아어를 이용하여 비꼬고 조롱하는 개그 콘셉트가 제대로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상황에서는 그런 뉘앙스나 콘셉트가 없었다. 남성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기 위한 단편적인 욕설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꼭 그 단어가 아니라도 '제길', '미친'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물론 욕설로 인해 그 상황에 대한 이해가 더 정확히 전달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그런 용도로서 욕설이 사용되는 건 '15세' 코미디에서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욕설을 이용한 개그는 그 맥락을 섬세하게 어루만져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생방송 중 발생한 급작스러운 상황이었기에 tvN 측도 온전한 대처가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 SNL >에 대중의 비난이 쏟아지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 가능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욕설 그 이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욕설 논란은 < SNL >이 화제가 되는 방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그 자체가 아니라 논란이 더 대중의 이목을 끄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 SNL >은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나 스타들이 일으킨 물의를 소재 삼아 패러디하는 위주로 방영되고 있다. 그런 소재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전부라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시사 코미디라는 단어는 점점 퇴색되어 가고, 인기에 편승한 소재만을 취하려 하는 태도에서부터 < SNL >의 존재 의미가 함께 빛바래지고 있는 것이다.

가끔씩 '이하늬송'처럼 화제가 되는 장면도 나오지만 이런 장면은 말 그대로 '얻어걸린' 것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 SNL > 특유의 날선 비판과 통렬한 촌철살인이 필수다. 그러나 굳이 < SNL >이 아니라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할 수 있는 개그로 점철된 < SNL >이라면, 시청자들의 기대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욕설논란은 단순히 욕설에 대한 질타가 아니다. < SNL > 자체에서 재기발랄한 코미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실망감에 대한 성적표라고 볼 수 있다. 개그와 웃음, 혹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대중문화에만 힘을 주는 것은 < SNL >에 대한 실망감을 증폭한다. 깊이 있는 웃음과 실소는 다르다. < SNL >이 지금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욕설 논란의 무마가 아니라 웃음의 깊이를 다시 찾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SNL 안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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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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