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빅스톰배구단. 이번 리그를 평정했다.

한국전력 빅스톰배구단. 이번 리그를 평정했다. ⓒ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배구단 공식 페이스북


12일간의 여정을 끝으로 마무리된 2016 KOVO컵 남자부 우승컵의 주인은 한국전력이었다. 지난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대 1(25-20 18-25 25-19 25-21)로 꺾고, 5전 전승의 기록과 함께 창단 이래 첫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이번 대회로 기나긴 여름의 갈증을 해소한 배구 팬들은 4강 진출팀들의 활약에 주목했다. 조별리그를 거치고 4강에 안착한 대한항공, 한국전력, KB손해보험, 우리카드는 공교롭게도 지난 2015~2016시즌 나란히 4~7위를 기록한 하위 팀들이다. 약체로 평가받던 팀들이 컵대회를 통해 다가오는 정규시즌 돌풍을 예고한 셈이다.

우승의 영광을 거머쥔 한국전력은 지난 시즌 내내 단 14승을 챙기는 데 그치며 5위에 머물렀다. 그런 한국전력의 올가을은 보다 조화로워졌다. 핵심은 간판 윙 스파이커 전광인이다. 무릎과 허리부상을 털어내며 비행 준비를 마친 전광인은 새로운 날개를 단 듯 코트 위를 날았다. 그가 자랑하는 높은 타점과 파괴력은 한층 향상된 모습이었다. 이번 대회 5경기에서 77득점을 혼자 싹쓸이했고 공격 성공률은 63.64%에 달했다.

결승전에서도 19득점, 공격 성공률 69.23%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광인은 기자단 투표 29표 중 26표라는 압도적인 득표수로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렸다. 2년 만에 한국 리그로 복귀한 바로티는 결승전에서 24득점을 올리며 외국인 선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6cm의 큰 키로 내리꽂는 후위 공격은 팀의 무시무시한 전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세터 강민웅의 지휘도 기대해볼 만하다.

KB손해보험은 풍부한 공격자원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왼쪽에는 토종 거포 김요한이 자리하고 있고, 젊은 피 황두연도 이번 대회에서 존재감을 내비쳤다. 잘 뽑은 외국인 선수 우드리스와 이강원은 오른쪽 날개에 힘을 더하고 있다. 특히 우드리스는 우리카드와 맞붙은 준결승전에서 서브에이스 6개를 포함해 36득점을 뽑아냈다. 컵대회에서 지적됐던 체력과 범실 문제만 더 보완한다면 또 다른 용병 신화를 써볼 만 하다는 평가다. FA 대어였던 이선규를 영입해 높이를 보강한 것도 눈에 띄는 전력이다. 이선규가 이번 대회에서 성공시킨 12개의 블로킹은 모두 팀의 분위기를 돋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5 KOVO컵의 우승을 차지하고도 정규시즌 꼴찌라는 오명을 쓴 우리카드는 조별리그 전승으로 일찌감치 준결승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단 한 번의 패배로 2연패 수성에 실패했지만 얻은 건 많다. 외국인 선수 파다르는 높은 득점률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이단 연결, 파워감 넘치는 공격 능력이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또 지난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안정된 토스를 선보인 세터 김광국의 재발견도 이뤄내 걱정을 덜어냈다. 여기에 내년 1월 군 제대 후 합류하는 김정환도 전력보강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항공은 장단점을 가장 잘 파악한 팀이다. 2012~2013시즌 한국에서 뛴 경험이 있는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의 실력을 검증했고, 신영수, 김학민, 곽승석 등 국가대표급 레프트 자원도 건재하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범실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이번 시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컵대회 MVP 전광인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V리그에서도 우승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의 각오가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배구코트의 지각변동은 예고됐다. 모든 경기에서 결코 우연은 없었다. 이유 있는 전력으로 컵대회를 장식한 하위권들의 반란은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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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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