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의 타블로가 가수가 아닌 강연자로 무대에 섰다. 8일 오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복합문화페스티벌 <청춘 아레나>에 참여한 타블로는 '청춘의 사랑과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타블로는 자신이 과거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 콘셉트로 강연을 꾸몄다. 무대 중앙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라디오를 진행하듯 자연스럽게 청중에 말을 건넸다.

딸 하루가 무겁지 않은 이유

 타블로와 딸 하루.

타블로와 딸 하루. ⓒ 타블로 SNS


타블로는 라디오 오프닝으로 항상 메시지가 있는 이야기를 건넸다며 운을 뗐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자신의 딸 하루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 인사를 받았지만, 이제는 "하루 잘 지내냐?"는 질문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에 "하루는 요즘 행복하게 잘 크고 있다"며 "실제로 키가 너무 많이 자라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렇게 키가 쑥쑥 자라서 한 살, 두 살 많은 언니 오빠들보다 하루의 키가 더 큰데, 그래도 하루는 아이이기 때문에 안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타블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녹여냈다. (키가 커서 무거운) 하루를 안고 30분을 걸어 다녀도 전혀 무겁다는 느낌이 안 드는데, 비슷한 무게의 가구를 옮길 땐 몇 초도 무겁다는 것이다. 그는 "왜 그런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하루는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이니까 아무리 안고 있어도 무겁다는 생각이 안 든 것이고, 가구는 내가 아끼는 대상이 아니라서 무겁게 느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면서 마음의 무게, 고민의 무게에 짓눌리며 그것이 너무 무겁다고 생각되는 건 내가 아끼는 일, 사랑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별거 아닌데도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해서라는 메시지였다.

왜 이뤄지지 않은 꿈을 '실패'라고 부르죠?

이렇게 하루 에피소드로 생각 거리를 던진 타블로는 본격적으로 '특별판' <꿈꾸는 라디오>의 문을 열었다. 타블로는 실제 라디오를 진행하듯 사전에 받은 사연을 읽었는데 그 사연은 '꿈'에 관한 한 청춘의 고민이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꿈이 됐을 만큼 꿈을 이루는 게 너무 힘들다는 사연에 타블로는 자신이 쓴 <블로노트>의 한 구절을 언급했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라고 부르는데, 이뤄지지 않은 꿈은 왜 실패라고 부르나."

사연을 받고 이 문구를 생각하게 됐다는 타블로는 이처럼 이뤄지지 않은 꿈을 실패라고 부르는 '잘못'을 범하는 몇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사랑에 비해 꿈은 머리를 많이 쓰기 때문"이란 것. 사랑한 후의 결과가 안 좋을 때 "나 다시는 사랑 안 해"라고 자신에게 약속하지만 누군가 때문에 또 심장이 뛰게 되고 나도 모르게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비해 꿈은 그 결과가 안 좋을 때 다시 돌아가기 너무 먼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은 아무리 머리를 써도 그것이 결국 마음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픈 일이 있어도 마음으로 그걸 이겨내려고 하는데 꿈의 경우는 이상하게 머리를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타블로는 덧붙였다. 즉, 처음부터 '내게 어울리는 꿈이 뭘까', '저 사람 꿈이 저런데 나의 꿈은 어떤 게 좋을까' 하고 머리를 써서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도, 꿈도 모두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이게 내 꿈이구나', '내 인생을 여기 바쳐야겠구나' 그렇게 마음으로 확신해도 돼요."

꿈을 향해 나아간 '과정'이 소중해

 타블로는 강연에서 '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타블로는 강연에서 '꿈'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 마이크 임팩트


타블로는 이뤄지지 않은 꿈을 실패라고 부르는 실수를 하는 이유를 또 하나 말했다. "사랑은 신기하게도 결과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며 "아무리 상처뿐인 사랑이라도 그것을 뒤돌아봤을 때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사랑은 '과정 중심'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반대로 꿈은 우리가 그것을 '결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우리가 꿈에 도전해서 실패했을 때 그것을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을 생각하지 않고 실패했다는 결과만을 거대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꿈도 사랑처럼 과정을 중요시하는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사랑하듯 꿈을 꿨으면 좋겠고, 사랑하듯 꿈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은 마음이 찾아주는 일이고, 꿈도 그렇죠. 또한 정말 내 마음을 다했던 순수한 사랑이 실패하더라도 그건 절대 자책하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꿈을 꾸면서 뜻대로 안 되더라도 결코 자책할 일이 아닙니다. 사랑처럼 말이죠."

이날 타블로는 즉석에서 프러포즈 사연의 주인공을 불러내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즉석에서 관객 두 명을 무대로 불러내 에픽하이의 노래 '우산'을 함께 불러 분위기를 달궜다. 노래할 땐 조금도 떨리지 않는데 강연을 할 때면 너무 떨린다는 타블로는 '우산'을 부르는 동안 한결 편안한 무대 매너로 페스티벌을 찾은 청춘들과 교감했다.

타블로 강연 청춘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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