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6집 선공개곡 '서울'. 듣자마자 생각했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많이 닮았다고. 하지만 대여섯 번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백만송이 장미>를 좀 닮은 노래면 어떤가. 무엇보다, 내가 이 노랠 그새 여섯 번이나 들었네. 이 노래, 참 편하구나.

 이효리가 정규 6집의 선공개곡 <서울>로 돌아왔다.

이효리가 정규 6집의 선공개곡 <서울>로 돌아왔다. ⓒ 키위미디어그룹


발표하는 음반마다 같은 지적을 당하는 그다. 이번에도 '어떤 노래와 비슷하다'는 반응과 그에 대한 반론이 곳곳에 보인다. 그녀의 커리어를 되돌려보면 정말 진지하게 표절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었다. 2집 'get ya'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g'의 작곡진으로부터 '표절은 아니나 영향이 판단된다'는 찜찜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표절 여부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원곡자가 '우리 곡의 영향이 있다'는 말을 한 것은 결코 무시할 일이 아니다). 그러다 4집때는 제대로 사기를 당해 현재까지도 해당 음반은 총 14개 트랙 중 8곡만 서비스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가 늘 정확히, 그리고 한국의 그 어떠한 아티스트들보다 확실하게 해내는 것이 있으니, 바로 콘셉트 소화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노래일지언정 그는 그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연출해낸다. 신곡 '서울'도 마찬가지다. 이효리가 불렀기에 멜로디엔 새로운 생기가 붙고 자연인 이효리의 정치적 공정성을 좋아하는 이들을 통해 가사엔 더 깊은 의미가 부여된다.

무엇보다, 듣기 부담스러운 아이돌 뮤직의 홍수 속에서 '지루하지 않은 발라드'가 나왔다는 점이 반갑다. 그리고 이 '지루하지 않은 발라드'는 그녀의 나이 마흔에 너무나도 어울린다.'이효리의 나이 얘기를 하지 말자'고? 그 얘길 하는 순간 이미 나이 얘기는 나와버린 걸. 억지로 이효리의 나이를 함구하려는 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가 마흔이 되는 동안 나이를 거스르지도 세월 앞에 무너지지도 않았다는 점이고, 그것을 음악으로 증명해냈다는 점이다.아이돌의 홍수 속에서도 그의 시장은 굳건하다. 음원 성적이 그것을 증명한다.

유독 이효리에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강한 것은 곡이 그가 거의 평상시 말할 때 수준의 음역인 덕도 있다.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밍숭맹숭하지도 않다. 비트는 강렬하고 후크 부분의 휘파람을 닮은 악기 소리는 매우 적절하다. 랩 부분이 사족이다만... 뭐 그 정도 아쉬움은 덮어두도록 하자.

팬들은 그가 아리랑으로 컴백을 했어도 반겼을 것이다. < Monochrome >음반이 가수로서의 마지막 활동일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돌아왔다. 그것도 자신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딱히 팬이 아닌 나도 반가운데, 그를 막연히 기다렸던 이들에게 이 컴백은 얼마나 귀한 것일까. 반가움과 다소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연이어 발매 예정인 타이틀 싱글을 기대해본다.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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