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스 베로나가 지난달 26일(이하 한국 시각) 아틀란타(0-3)와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아기자기한 패스를 통해 슈팅 기회를 만들었고, 크로스의 정확도도 상당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전반에만 2골을 터뜨렸고, 멀게만 느껴진 두 번째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다.

그런데 또 졌다. 13경기 1승 3무 9패란 성적이 보여주듯 패배가 낯설지 않지만, 이날 역전패는 너무나도 뼈아프다. 파비오 페치아 감독이 역전골을 헌납한 이후 이승우를 투입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특히, 이승우를 투입한 이후 긴 패스 위주의 '뻥축구'를 시도하면서, 더 큰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전 공격 전개 좋았던 베로나

베로나가 21일 오전 4시 45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스타디오 마르크 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13라운드 볼로냐와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베로나는 5연패 수렁에 빠졌고, 승점 6점을 유지하며 강등권(19위)에 머물렀다.

전반전은 '이 팀이 베로나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훌륭했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다니엘레 베르데가 올 시즌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면서, 초반부터 상대 진영을 뒤흔들었다. 전반 12분에는 선제골까지 나왔다. 모하메드 파레스가 좌측에서 크게 휘어져 들어가는 크로스를 올렸고, 알레시오 체르치의 헤더가 수비수의 몸을 거치며 골망을 갈랐다.

베로나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베르데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상대 진영에서의 세밀한 패스가 볼로냐 수비를 괴롭혔고, 순간적인 침투와 슈팅이 잇달아 나왔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격 전개 과정과 슈팅이었다.

베로나는 전반 21분 로드리고 팔라시오의 예리한 패스와 마티아 데스트로의 강력한 슈팅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전반 32분 역전골을 뽑아냈다.

초반부터 돋보였던 베르데가 좌측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 있던 마르틴 카세레스가 헤딩슛을 시도했다. 이를 안토니오 미란테 골키퍼가 쳐냈지만, 카세레스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재차 슈팅을 시도해 골문을 열었다. 베로나의 올 시즌 첫 전반전 멀티골, 그들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후반전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볼로냐도 4연패의 늪에 빠져있던 터라 베로나를 강하게 몰아붙였지만, 집중력을 유지했다. 긴 패스만을 활용하던 이전과 달리 짧은 패스를 통해 역습을 시도했고, 후반 17분에는 상대 골문 앞에서 연거푸 슈팅을 시도하며 세 번째 득점까지 기대케 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베로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베로나는 후반 28분과 30분 연거푸 실점을 내줬다. 교체로 들어온 오퀀쿠가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카세레스가 오퀀쿠에게 좋은 위치를 내주면서, 경합도 제대로 하지 못한 허무한 실점이었다.

베로나는 돈사에게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역전골까지 내주면서, 허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돈사에게 볼을 주고 침투하는 베르디에만 집중한 수비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경기력 좋았지만 아쉽게 승리 놓쳐, 이승우에겐 '혹독한 겨울'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지난 15일 베로나 인근의 구단 전용 연습장에서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 33분, 이승우가 투입됐다. 이승우는 스트라이커 지암파올로 파찌니의 바로 아래 위치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체력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중앙에서 볼을 잡아 측면으로 빠르게 내주는 패스가 눈에 띄었다.

이승우에게 득점 기회도 찾아왔다.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올라온 볼이 경합을 거치며 뒤로 흘렀고, 이승우는 주저하지 않고 논스톱 슈팅을 시도했다. 이승우의 발에 제대로 맞지 않은 것이 수비를 거치며 자책골로 연결되는 듯싶었지만, 이마저도 미란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이후에도 이승우는 박스 안쪽으로 끊임없이 침투했지만, 패스가 넘어오질 않았다. 베로나가 역전골을 헌납한 이후 마음이 급해지면서, 골문 쪽을 향해 길게 넘겨주는 패스로 공격을 풀어갔기 때문이다.

짧은 패스와 속도감 있는 공격에 익숙한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파찌니도 긴 패스에 익숙한 스트라이커가 아니었던 만큼, 베로나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베로나는 무조건 이겼어야 하는 경기를 놓쳤다. 후반 17분, 체르치의 날카로운 프리킥과 10분 뒤 호물로의 낮고 빠른 크로스가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등 운만 조금 따랐다면 2골 차 승리도 가능한 듯보였다.

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이날만큼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때가 더 많았지만, 90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에는 부족했다.

순간적인 침투 패스에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가 마주하는 일이 생기고, 안일한 위치 선정으로 헤더를 내주는 모습이 또 나왔다. 패스를 주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공격수에게 수비진 전원의 시선이 쏠리고, 슈팅 공간을 쉽게 내주는 모습도 고쳐지지 않았다.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이었지만, 집중력을 잃었던 단 몇 분이 다 잡은 승리를 빼앗아갔다.

이승우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베로나는 후반 중반이 넘어가면서 역습을 주도할 선수가 필요했다. 공격진의 체력 저하가 눈에 띄었고, 측면의 활발함도 전반전과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도 페치아 감독은 역전을 헌납한 이후에야 이승우를 투입했다. 그의 투입 이후 긴 패스 위주의 공격을 시도했다는 것은 아쉬움을 더한다. 그 시간대에 그라운드를 누빈 베로나 선수 중 공중볼을 장악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기력이 좋아졌다는데 만족해야 할까. 이승우가 역전을 허용한 뒤 곧바로 투입됐다는 것에 희망을 느껴야 할까. 베로나와 이승우 모두에게 차디찬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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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나 VS 볼로냐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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