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박병호가 KBO리그로 돌아온다. 박병호의 친정팀 넥센은 지난 27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박병호 간의 잔여 계약 해지가 최종 합의되면서 KBO리그로 복귀하게 된 박병호와 연봉 15억 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5시즌 KBO리그가 종료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박병호는 당초 1285만 달러의 최고입찰액을 제시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4년 총액 1200만 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박병호, 미네소타에서 다시 넥센으로 박병호(31)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에서 다시 뛴다. 넥센 구단은 27일 "한국에 돌아오는 박병호와 연봉 15억 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왼쪽은 넥센 시절, 오른쪽은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모습.

▲ 박병호, 미네소타에서 다시 넥센으로 박병호(31)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해지하고 내년 시즌부터 KBO리그에서 다시 뛴다. 넥센 구단은 지난 27일 "한국에 돌아오는 박병호와 연봉 15억 원에 2018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왼쪽은 넥센 시절, 오른쪽은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모습. ⓒ 연합뉴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KBO에서 4년 연속 홈런왕, 2년 연속 50홈런을 넘기면서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했다. 파워로는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무엇보다 '거포' 유형의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 출신 한국인 타자는 박병호가 사실상 최초였기에 성공 여부에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였던 2016년 시즌 4월에만 홈런 6개를 터뜨리며 특유의 장타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상대팀들의 분석이 완료된 5월부터 박병호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1할대 타율로 부진이 계속되며 박병호는 결국 7월 마이너리그 트리플A 로체스터로 강등당했고 8월에는 손등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악재까지 겹치며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중반에 박병호를 미네소타 영입을 주도한 테리 라이언 단장이 해고되며 박병호의 팀내 입지도 미묘해졌다.

박병호는 2년차가 된 올 시즌 반등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19경기 타율 3할5푼3리 18안타 6홈런 13타점 OPS 1.159로 분투했지만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새로운 미네소타 수뇌부가 이미 시범경기와 상관없이 사실상 박병호를 전력외로 분류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장면이었다.

트리플A로 내려가서도 상황은 꼬이기만 했다. 마이너로 간 지 얼마되지 않아 햄스트링 부상이 발생하며 개점 휴업 상태가 됐고 시즌 성적 111경기 타율 2할5푼3리 106안타 14홈런 60타점 OPS .723에 그쳤다. 볼넷 28개를 얻는 동안 삼진을 4배나 많은 130개나 당하며 선구안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네소타가 아니라 어떤 빅리그 팀이라도 어필하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정작 미네소타는 박병호 없이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아쉬운 성적표로 국내 복귀, 다른 선수 선택에도 영향 줄까

박병호는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에도 아직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대한 의지가 남은 것으로 보였지만 고심 끝에 결국 넥센 복귀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성적은 지난해 62경기 타율 1할9푼1리 41안타 12홈런 24타점 28득점 OPS .684 21볼넷 80삼진이다. 여러 가지 주변 환경으로 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분명히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자존심 때문에 무모하고 기약없는 도전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용기다. KBO리그에서의 박병호는 9시즌 동안 통산 868경기에 출전하여 2748타수 773안타 210홈런 535득점 604타점 타율 0.281를 기록한 최고의 타자다. 특히 넥센에서 개인 통산 MVP 2회, 골든글러브 3회, 4년 연속 타점-홈런왕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나이도 이제 겨우 만 31세로 KBO에서는 아직 4~5년 이상 충분히 전성기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나이다.

한편으로 박병호의 유턴은 최근 몇 년간 국내 프로야구를 강타한 KBO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붐이 사실상 한풀 꺾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황재균이 88억에 KT 유니폼을 입고 KBO로 돌아온데 이어 박병호 역시 2년여 만에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컴백을 선택했다. 아직 메이저리그 잔류 여부에 대한 거취를 결정 짓지 못한 오승환이나 김현수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에 앞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던 윤석민(기아), 이대호(롯데) 등도 1년 남짓을 넘기지 못했다. 윤석민은 아예 메이저리그  무대를 한 경기도 밟지 못했고, 한일야구를 평정했고 이대호도 빅리그에서는 대타 요원이나 플래툰시스템을 받아들여야 했다. 현실적으로 항상 대우받으며 주전으로 활약하는 데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스타 선수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해외 유턴파의 '파격적' 대우, 특급대우 논란도 나오는데...

한편으로 국내로 컴백한 해외 유턴파 선수들이 하나 같이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받은 것도 공통점이다. 윤석민이 기아로 돌아오며 90억 원을 받았고, 이대호는 150억, 황재균은 88억을 챙겼다. 박병호도 FA 자격은 아니지만 연봉 15억으로 간판 타자의 대우를 받았다. 빅리그와 KBO리그에서의 위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해외무대에서 큰 성과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온 선수들에게 지나친 특급 대우를 해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했다. 한편으로 국내 선수들이 해외무대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쉽게 국내 복귀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도 평가받는다.

일본은 정상급 선수들의 빅리그 도전이 여전히 활발하다. 일본 역시 메이저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진했던 선수들도 있지만 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마에다 겐타 등은 당당히 빅리그에서도 정상급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 최고스타 오타니 쇼헤이 역시 올겨울 빅리그 도전에 나선다. 꾸준히 빅리그 수준의 새로운 스타들을 배출해내는 일본의 인재풀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는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를 거쳐 프로에 데뷔한 추신수(텍사스)를 제외하면, KBO 출신으로 빅리그에서 자리 잡은 선수는 이제 류현진(LA다저스)과 강정호(피츠버그) 정도만이 남았다. 하지만 강정호는 지난해 음주운전 파문으로 1년을 날린 데 이어 올해도 빅리그 복귀가 불투명하고, 류현진은 오랜 부상과 재활을 털고 지난 시즌에야 겨우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어서 아직 입지가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한때 빅리그 도전의 희망을 밝혔던 손아섭(롯데), 양현종(기아), 김광현(SK)같은 선수들도 이제 이런저런 이유로 국내 잔류에 무게가 기운 분위기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그 자체가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기형적으로 폭등하는 선수들의 몸값에 비하여 선수들의 진정한 실력과 가치가 과연 그 정도 수준이 되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세대교체가 더딘 KBO에서 당분간 새로운 코리언 메이저리거의 등장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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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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