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2018년 첫 A매치에서 승리를 따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지난 27일(한국 시각)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몰도바와의 평가전에서 김신욱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피파랭킹 166위의 몰도바는 전력상 강팀은 아니다. 1월 터키 전훈 일정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월드컵 본선진출국 수준의 강팀이 아닌, 몰도바와의 평가전에 불만을 드러내는 축구 팬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을 정도다. 평가전에서 이기고 난 후에도 결과에 대한 만족보다는 이 정도의 약체팀을 압도하지 못한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을 비판하는 반응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팬들의 성급한 반응이 과연 대표팀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소리인지는 의문이다. 어차피 1월은 피파 규정상 강팀과의 A매치 일정을 잡기가 불가능했고 한국도 어차피 최정예 멤버를 소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몰도바는 과연 약팀일까? 축구를 모르는 소리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후반전 교체 출전한 한국의 김신욱이 홍철이 올린 코너킥 공을 헤딩골로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후반전 교체 출전한 한국의 김신욱이 홍철이 올린 코너킥 공을 헤딩골로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몰도바는 피파 랭킹상 약체로 구분되지만 수비 조직력은 그리 허약한 팀이 아니다. 유럽 예선에서 2무 8패로 최하위에 그치며 10경기 23실점을 기록했으나 세르비아, 웨일스, 아일랜드 등 이름있는 팀들과 경쟁하면서도 의외로 일방적인 대량 실점 경기는 거의 없었다. 한국이 피파 랭킹에서 크게 앞선다고 실전에서도 몰도바를 4~5골차로 당연히 완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축구를 모르는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

무엇보다 신태용호도 아직 최상의 전력이 아니다. 유럽파는 물론이고 국내 선수들도 부상과 ACL 플레이오프 일정으로 일부가 빠지면서 2~3군 정도의 전력이었다. 여기에 1월은 국내파와 아시아 리거들에게는 비시즌이라 대표팀 차출이 아니었다면 이제 겨우 체력과 몸상태를 서서히 끌어올리고 있었을 시점이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다. 전훈 초반 첫 평가전인 몰도바전에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놀림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몰도바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잘했다고 칭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했다고 비난받을 수준도 아닌' 그저 연습경기의 한 과정일 뿐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전훈 일정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일찌감치 평가전 상대나 결과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표팀은 현재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옥석가리기와 플랜 B를 찾는 데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몰도바전을 통하여 지난 동아시안컵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김신욱의 A매치 득점이나 홍철의 크로스에서 시작되는 득점 루트를 확인했다는 것, 수비진에서 김민재의 성장세를 보여준 것 등은 의미가 있다. 월드컵을 대비한 '퍼즐조각'을 하나씩 맞추고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팀으로서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이나, 선수들에게 완벽한 컨디션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평가전 결과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의미를 부여하다 보 면 선수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4년 전 홍명보호 전철 다시 밟아선 안 돼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전반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4년 전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이 좋은 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1월 브라질과 미국을 오가며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약 한 달 가까이 전지훈련을 단행했는데 내용과 성과 모두 역대 최악에 가까웠다.

당시 성인팀 지도 경력이 전무했던 홍명보는 감독은 비시즌에 소집된 국내파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향상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고, 무엇보다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식도 알지 못했다. 평가전에서 부진을 거듭하자 애꿎은 '국내파 선수들의 실력' 문제가 집중적인 비난의 표적이 돼 팀의 사기도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당시 대표팀은 전지훈련 무용론까지 나올 만큼, 장기간의 전훈을 통해 새 멤버 발굴이나 플랜 B를 찾는 등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전훈 당시에는 부진했지만 이후 시즌에 돌입하며 K리그에서 진가를 드러낸 이명주 등 일부 국내파 선수들은 최종엔트리에서 부진한 유럽파들에 밀려 제외되며 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조별리그에 1무 2패로 초라하게 탈락했는데 그나마 가장 활약했던 선수들은 유럽파가 아니라 미국 전훈 당시 부진하다는 비난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이근호, 김신욱 같은 국내파들이었다. 감독의 '리더십과 방향성의 부재', 평가전 결과에 일비일희하는 일부 팬들의 잘못된 여론몰이가 대표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신태용호가 4년 전 홍명보호의 전철을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역대 대표팀을 돌아봐도 월드컵을 앞두고 1월 전훈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경우는 거의 없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히딩크호는 그 해 1월 북중미 월드컵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경질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허정무호도 남아공과 유럽 전지훈련에서 불안한 경기력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금 현재의 전력과 경기력으로 대표팀을 평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표팀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은 최정예 멤버들이 모두 합류하게 될 3월 A매치에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결과와 과정에 대한 기대치는 또 달라야 한다. 신태용호에게 이번 전훈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주력하며 마음껏 선수들을 점검하고 실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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