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후반전 교체 출전한 한국의 김신욱이 홍철이 올린 코너킥 공을 헤딩골로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몰도바의 경기. 후반전 교체 출전한 한국의 김신욱이 홍철이 올린 코너킥 공을 헤딩골로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갈공명' 김신욱(30·전북)의 2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김신욱은 28일(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몰도바와의 월드컵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하여 후반 23분 홍철(상주)의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 1-0 승리를 이끄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새해 첫 평가전에서 다소 부진한 경기력으로 아쉬움을 줬던 신태용호지만, 김신욱이 투입된 이후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확실한 공격루트 하나를 확인했다는 게 위안이었다.

김신욱은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치른 동아시안컵 일본과전에 이어 A매치 2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유럽파와 일부 국내파 주전급 선수들이 빠진 이번 대표팀에서 신태용호의 몇 안 되는 확실한 최종병기로 자리매김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김신욱은 개성이 워낙 뚜렷했던 탓에 대표팀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봤던 케이스다. 이전까지 김신욱은 소속팀에서는 맹활약하면서도 대표팀에서는 확실한 주전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생애 첫 월드컵이었던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도 박주영-이근호에 밀려 팀 내 세 번째 공격수에 그쳤다. 월드컵 동아시안컵 전까지는 A매치에서 무려 3년 연속 무득점의 징크스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표팀의 '김신욱 사용설명서', 신태용호가 정답 찾을까

신태용 이전의 대표팀 감독들도 김신욱을 활용하기 위하여 노력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도 '김신욱 사용설명서'에 대한 최선의 모범답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대표팀에서의 김신욱은 주로 경기 후반 투입되어 짧은 시간만을 출전하며 주로 공중볼을 따내는 제한적인 역할만을 강요받아야 했다. 본의 아니게 김신욱만 나오면 대표팀이 '뻥축구'만 하게 된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김신욱은 동아시안컵을 기점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중국과 1차전에서 1골을, 일본과 3차전에서는 2골을 몰아치며 신태용호의 출범 첫 우승을 이끌며 본인은 대회 득점왕에까지 올랐다. 특유의 제공권은 물론이고 동료선수들과의 연계플레이에 있어서도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선보였다.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이 믿음을 가지고 많이 도와준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같은 국내파였던 이정협-진성욱과의 경쟁에서는 이미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한 지 오래다. 팀플레이에서 동료들을 살려주는 '도우미'와 득점을 마무리 짓는 '해결사'로서의 능력까지 고루 증명하며 신태용호의 주전 경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제는 그저 플랜B 정도가 아니라 어엿한 플랜A까지도 충분히 넘볼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재 대표팀 공격의 핵심은 역시 손흥민(토트넘)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골잡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전형적인 최전방 공격수는 아니다. 독일, 스웨덴, 멕시코 등 월드컵에서 강력한 전력을 지닌 상대팀들을 맞이하여 집중견제가 예상되는 손흥민만 믿고 의존하는 것도 위험한 선택이다.

유럽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은 196cm의 장신에 탄탄한 체격까지 갖춘 김신욱은 손흥민, 이근호, 황희찬 등 기존 대표팀의 공격자원들과는 차별화되는 또 다른 장점을 갖춘 공격수다. 상황에 따라 김신욱이 최전방에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는 '빅 앤 스몰' 조합도 가능하고, 김신욱이 원톱에 서면 손흥민을 측면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조커'로 투입되어 문전을 향한 직선적인 공격루트를 노릴 때에도 김신욱만 한 옵션이 없다. 김진수, 손흥민, 이재성 등 대표팀 동료들이 대부분 소속팀이나 혹은 대표팀을 통하여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이라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쟁 혹은 공존' 구도, 신태용호에 어떤 영향 줄까

골문으로 향하는 김신욱의 헤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김신욱이 전반 동점 헤더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골문으로 향하는 김신욱의 헤더 지난 2017년 12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최종 3차전 한국 대 일본 경기. 김신욱이 전반 동점 헤더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해외파 중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도 김신욱의 주가를 높이고 있다. 타깃형 공격수로서 사실상 유일한 경쟁자로 꼽히던 석현준은 최근 발목 부상을 당했다. 석현준이 만일 컨디션 회복이 늦어져서 3월 A매치 차출이 어렵다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길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희찬도 부상에서 돌아온 지난해 11월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으나 이후로는 활약이 잠잠하다.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지동원은 최근 독일 2부리그 다름슈타트로 임대 이적에 성공했으나 얼마나 컨디션을 끌어올릴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로서는 손흥민과 함께 김신욱이 가장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근접한 공격수라고 볼 수 있다.

김신욱의 월드컵행에 마지막 고비는 최정예 멤버가 꾸려지게 될 3월과 5월이다. 이때는 손흥민을 비롯하여 황희찬-석현준 등 유럽파 공격수들도 모두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 김신욱이 유럽파와의 '경쟁 혹은 공존' 구도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선보일 수 있느냐가 신태용호에서의 위상을 가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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