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김신욱의 머리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의 김신욱이 후반 동점골을 성공 시킨 후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오늘도 김신욱의 머리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의 김신욱이 후반 동점골을 성공 시킨 후 동료 선수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가 올해 두 번째 A매치에서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희망을 보여준 공격과, 절망을 남긴 수비간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한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한국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전반 4분만에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던 한국은 후반 10분과 17분 김신욱(전북 현대)의 연속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러나 27분 자메이카에 다시 중거리슛으로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몰도바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던 한국은 이로써 전지훈련에서 1승 1무를 기록하게 됐다.

자메이카(피파랭캥 55위)는 이번 유럽 전훈에서 한국(59위)과 만나는 3연전 상대중 유일하게 피파랭킹이 더 높은 팀이었다. 세계적인 강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북중미에서는 2회 연속 골드컵(2015, 2017)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나름의 저력을 갖춘 팀이다. 한국으로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멕시코와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공격에서는 확실히 지난 몰도바전보다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김신욱이라는 확실한 '최종병기'를 찾았다는 것은 가장 큰 성과다. 김신욱은 지난 몰도바전 결승골에 이어 이날도 멀티골을 작렬하며 이번 터키 전훈 평가전에서 한국의 득점을 모두 책임졌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전까지 포함하면 A매치 3경기 연속골(총 5골)이다. 2011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바레인, 호주, 인도를 상대로 연속 득점(4골)에 성공한 이후 무려 7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기도 하다.

신태용호 '최다 득점자' 된 김신욱

김신욱은 신태용호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뛰어난 신체조건에 비하여 대표팀에서는 골 결정력이 늘 약점으로 지적되어왔다. 주로 후반에 교체로 투입되어 짧은 시간에 공중볼을 따내는 제한적인 역할만 주어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동아시안컵 직전까지 A매치 3년연속 무득점(2014~2017) 포함 38경기 3골에 그쳤던 김신욱은, 동아시안컵 득점왕에 오른 것을 비롯하여 최근 A매치 5경기에서만 무려 6골을 터뜨리는 괴력으로 단숨에 신태용호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전훈에서 기록한 3골을 모두 헤딩으로 성공시켰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몰도바전에서 후반 교체로 투입되어 답답한 경기흐름을 바꾸는 결승골을 기록했던 김신욱은 이날 이근호(강원)와 함께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격하며 후반 최철순과 정우영의 크로스를 잇달아 깔끔하게 헤딩으로 연결시키며 경기를 뒤집는 골폭풍을 터뜨렸다.

헤딩 경합 벌이는 김진수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 김진수가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 헤딩 경합 벌이는 김진수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한국 김진수가 상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 결정적인 한 차례 헤딩슛이 골문을 살짝 빗나가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A매치 생애 첫 해트트릭도 가능했던 경기였다. 자메이카 수비는 경기 내내 김신욱의 높이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김신욱의 머리를 활용한 공격루트가 더 이상 단조로운 뻥축구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잘만 활용하면 강팀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한 효율적인 '대갈타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직접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이날 최전방에서 김신욱과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이근호의 이타적인 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근호는 이날 수시로 양쪽 측면으로 이동하며 이재성, 이창민, 김승대 등 2선 공격수들과 유기적인 스위칭을 선보이며 자메이카 수비에 혼란을 줬다. 이근호가 직접 측면에서 올려운 크로스가 수차례 좋은 슈팅 기회로 연결되는 순간도 많았다. 이근호와 김신욱은 울산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던 경력도 있다.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제외하면 석현준(트루아), 지동원(다름슈타트), 황희찬(잘츠부르크) 등 믿었던 유럽파 공격수들이 부상이나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파이자 월드컵 유경험자로서 김신욱-이근호의 활약은 대표팀에 큰 위안이 될 만하다. 손흥민-이근호-김신욱을 모두 원톱에서 투톱까지 다양한 전술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신태용 감독이 본선에서 훨씬 변화무쌍한 공격 조합을 가동할수 있는 든든한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국내파 만으로도 가능성을 보여준 공격에 비하여 신태용호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는 이번에도 의문부호를 남겼다. 개인의 수비실수와 팀플레이 난조에 의한 실점이 모두 나왔다. 전반 초반 첫 실점은 중앙수비수 장현수가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위치선정과 타이밍이 어긋나며 완벽한 슈팅찬스를 내줬다.

두 번째 실점은 더 치명적이었다. 2-1로 역전에 성공한 후반 상대 역습 상황에서 2-3선간의 수비 간격이 벌어지며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상대가 편안하게 중거리슛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을 무방비로 열어주는 어이없는 장면이 나왔다. 최대한 슛기회를 주지 않도록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상대에게 먼저 문을 활짝 열어주는 '한골줍쇼'급 수비로는 월드컵 본선에서 도저히 희망이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 이런 수비로 괜찮을까

무너진 포백 라인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자메이카에 동점골을 허용한 선수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 무너진 포백 라인 30일 오후(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자메이카의 경기. 자메이카에 동점골을 허용한 선수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몰도바전에서 전반만 뛰고 교체된 김영권에 이어 현재 대표팀 주장인 장현수 역시 계속되는 부진으로 신태용 감독에게 고민을 남겼다. 장현수는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부터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신 감독은 출범 이후 수비라인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며 꾸준히 기존 선수들을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기회에도 불구하고 거듭되는 잔실수와 잦은 실점 때문에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장현수의 장점은 우수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대인방어와 수비조율, 빌드업 능력 등인데 정작 최근 A매치에서는 이런 장점이 제대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중앙수비라인에 당장 이들을 대체할 만한 노련한 수비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신 감독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든다.

한편으로 실점은 단순히 수비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태용호 출범 이후 고질적인 약점중 하나가 바로 활동량과 투쟁심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다. 이번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는 손준호나 정우영도 공격전개 능력에 비하여 수비력 자체는 그리 뛰어난 선수들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후반 역습 상황에서 1차적으로 포백을 보호하고 2-3선 라인간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어서 상대에게 공간을 쉽게 열어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본선에서 기성용이나 구자철같은 유럽파들이 합류하더라도 쉽게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연령대별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부터 공격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늘 수비 때문에 중요한 경기마다 발목을 잡힌 경우가 많다. 본선에서 만나게 될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모두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서는 팀들이며 이들을 상대로 다득점 경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같은 '언더독'이 안정된 수비 없이 강팀들을 상대로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수비진은 이번 전훈 명단에 합류한 선수들이 사실상 베스트멤버에 근접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본선이 어느덧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수비 호러쇼'가 계속된다면 신태용호를 향한 기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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