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린드블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 1회초.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4

▲ 역투하는 린드블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 1회초.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4 ⓒ 연합뉴스


두산이 파죽의 5연승으로 공동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3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6-2로 승리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에서 패한 후 내리 5연승을 달리고 있는 두산은 이날 롯데 자이언츠를 6연패에 빠트린 NC다이노스와 함께 공동 선두 자리를 지켰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걸 의식한 듯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양의지는 3회 결승 3점홈런을 포함해 2안타 3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최주환도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 3루타를 터트렸다. 그리고 두산이 편안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선수는 개막전 패전의 부진을 씻고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낸 두산의 1선발 조쉬 린드블럼이었다.

22년 만에 리그 전체 이닝 소화 1위에 오른 롯데 소속 투수

롯데는 지난 2014 시즌 9개 구단 중 7위에 머물며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쉐인 유먼과 크리스 옥스프링으로 구성된 외국인 원투펀치는 22승을 합작하며 제 몫을 다 했다. 하지만 롯데는 30대 중, 후반을 향해 가고 있는 두 노장 선수가 2014년을 능가하는 활약을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롯데가 선택한 새로운 외국인 원투펀치는 우완 린드블럼과 좌완 브룩스 레일리였다. 린드블럼은 2015년 32경기에서 210이닝을 던지며 리그 최다이닝 투수로 우뚝 섰다. 롯데 소속 투수가 200이닝을 넘게 던진 것은 1996년의 주형광(216.2이닝)이후 19년 만이었고 롯데 투수가 리그 최다이닝을 기록한 것은 1993년의 윤학길(203이닝) 이후 22년 만이었다. 롯데 팬들은 최고의 이닝이터 린드블럼에게 '린동원'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하지만 85만 달러에서 120만 달러로 연봉이 급상승한 2016년 린드블럼은 사직구장에 홈런공장을 개설했다. 린드블럼은 2016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28개의 홈런을 맞았고 이닝 소화는 177.1이닝(10위)으로 뚝 떨어졌다. 가까스로 10승을 채우긴 했지만 5.28의 평균자책점은 롯데가 기대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롯데가 린드블럼과의 재계약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린드블럼은 갓 태어난 셋째 아이의 선천성 심장병 때문에 스스로 롯데 구단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롯데와 린드블럼이 재회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병을 앓았던 딸 먼로의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고 마침 롯데도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의 부진으로 검증된 선발투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린드블럼은 작년 7월 KBO리그에 복귀해 12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린드블럼은 NC와의 가을야구에서도 14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1승을 기록했다.

사실 린드블럼은 시즌 중에 롯데와 계약하면서 시즌 종료 후 자신에 대한 보유권을 풀어줄 것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외국인 선수가 원소속구단과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고 구단이 보유권을 행사하면 그 선수는 5년 동안 KBO리그 타 팀 이적이 불가능하다). 린드블럼은 롯데와 결별한 후 여러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고 작년 12월 더스틴 니퍼트(kt)와 결별한 두산과 총액 145만 달러에 계약했다.

시즌 두 번째 등판 만에 명성에 걸맞은 믿음직한 투구로 첫 승 수확

두산은 강한 내,외야 수비와 뛰어난 공격력으로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무엇보다 투수들에게 유리한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린드블럼이 3년 동안 생활했던 부산도 대도시지만 서울은 인구 1000만이 넘는 대한민국의 수도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더 나은 환경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된 만큼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바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통산 94승을 올렸던 '니느님' 니퍼트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다.

린드블럼은 시범경기에서 두 경기에 등판해 9이닝 7실점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투구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KBO리그 경험이 풍부한 린드블럼을 개막전 선발 투수로 예고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5이닝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며 패전 투수가 됐다. 2013년부터 5년 연속 개막전 승리를 이어가던 두산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개막전 패배였다.

공교롭게도 린드블럼을 제외한 두산의 나머지 선발 투수들은 모두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또한 28일 롯데전에서 6이닝 4실점을 기록한 유희관을 제외한 3명이 선발승을 챙기며 산뜻하게 시즌을 출발했다. 성급한 사람들은 '에이스인줄 알고 데려 왔더니 5선발이었네'라며 린드블럼의올 시즌 활약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30일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린드블럼은 강백호와 황재균의 영입으로 한층 강해진 kt 타선을 맞아 6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무사사구5탈삼진1실점을 기록했다. 린드블럼은 6회까지 18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한 번도 연속안타를 맞지 않았다. 물론 3회에는 두 번의 장타성 타구를 수비의 도움을 받아 막았지만 6회 강백호에게 홈런을 맞은 후에는 멜 로하스 주니어와 황재균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린드블럼이 개막 2경기 만에 1선발의 위용을 찾으면서 두산은 린드블럼과 장원준,세스 후랭코프,유희관,이용찬으로 이어지는 물 샐 틈 없는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불펜 역시 마무리 김강률을 중심으로 함덕주,이영하,박치국 등으로 이어지는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린드블럼의 건재와 함께 김태형 감독이 그리던 두산의 이상적인 마운드 구성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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