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경질' 할릴호지치 감독, 이유는...

각오 밝히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감독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7일 오전 일본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일본 축구대표팀 지도자 자리에서 경질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 연합뉴스


일본이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불과 2개월여 앞두고 바히드 할릴호지치(65)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같은 이례적인 조치는 일본 정서와 그동안 일본축구협회(JFA)의 대표팀 감독 계약 이행 부분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흔치 않은 조치로 일본이 과연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본축구협회가 밝힌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의 표면적 이유는 성적부진이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명장 반열에 올라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보스니아 출신에 옛 유고슬라비아 대표 선수 출신으로 현재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다. 1990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FK 벨레주 모스타르에서 지도자로서 첫 지휘봉을 잡기 시작하여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 등 6개국 클럽팀과 코트티부아르, 알제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지휘하며 아프리카 챔피언스리그 우승, 프랑스 리그 우승, 쿠프드프랑스 우승, 체코 리그 우승 등으로 가는 곳마다 성과를 내며 명성을 쌓았다.

한국축구에도 낯설지 않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한국에게 2-4 패배를 안겼다. 또한 사상 처음 FIFA월드컵 16강에 진출시키며 뛰어난 지도 능력을 과시했다. 이 같은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급기야 2015년 3월 일본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부임, 러시아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6승 2무 1패로 호주를 밀어내고 B조 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이로써 1998년 FIFA월드컵부터 일본의 6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행을 성공시켜 일본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 보였다. 하지만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거기까지였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마디로 개성이 강한 지도자다. 즉, 자신의 축구철학이 분명한 지도자다. 이는 지도자로서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결국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대표팀 운영건과 소집훈련 등등에 대하여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 간 마찰음이 불거졌고 이로 인하여 소통과 신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선수들로부터도 믿음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 급기야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이 같은 자기철학 관철을 위한 지도력은 고스란히 대표팀 경기력으로 이어져, 러시아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서는 약체 싱가포르에게 무득점, 무승부를 거두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러시아 FIFA월드컵 체제로 전환한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한국에 당한 1-4 참패로 해임 위기에 몰렸지만 가까스로 유임된 바 있다. 하지만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지도 능력에 대한 생채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분명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한국에게 당한 참패는 일본은 물론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큰 충격과 함께 후유증을 안겨줬고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가운데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실로 천하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라 해도 더 이상 일본대표팀을 지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든 것이다.

일본축구협회의 의도는...

지난 3월 유럽원정 말리, 우크라이나와 가진 평가전은 경질의 결정적인 '독'이 됐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유럽원정 2경기 모두 총력전을 펼쳤지만 러시아 FIFA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말리를 상대로 하며 졸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어 우크라이나에게는 1-2로 충격패를 당하며 유럽 원정 2연전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마무리 했다. 일본의 전격적인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경질, 신속한 니시노 아키라(63) 전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감독 선임은 위기의식 속에 계획적이고 철저히 준비된 수순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곧 일본이 러시아 FIFA월드컵 성적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나를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일본이 러시아 FIFA월드컵 성적 여부에 따라서 자국 축구 발전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국 감독 선임 배경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새롭게 임명된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일본을 이끌고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일본에게1968년 멕시코 올림픽(감독 디트마르 크라머)에 이어 28년만에 두 번째로 동메달을 안긴 주인공이다.

이 같은 니시노 아키라 감독 선임은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현대축구에 맞게 추구하고자 했던 일본축구 체질 개선을 받아들이지 않고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추스려 일본 특유의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축구로 러시아 FIFA월드컵에 도전장을 던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일본의 이 같은 속셈에 우려도 없지 않다. 그것은 FIFA월드컵을 불과 2개월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감독을 교체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국가의 선례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일본이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폴란드, 콜롬비아, 세네갈 등과 한조(H조)에 편성되어 16강 진출의 가능성 면에서는 그 어느 아시아 국가보다는 유리한 점이 없지 않다. FIFA월드컵 무대는 각 대륙에서 치열한 예선 경쟁을 뚫고 참가하여 세계축구 최고를 가리는 무대다. 이런 무대를 코 앞에 두고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의 칼을 빼든 일본의 승부수가 과연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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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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