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지난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이적설이 또 불거졌다. 호날두는 지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이후 의외의 깜짝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호날두는 인터뷰에서 "며칠 안으로 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입을 연 뒤 "마드리드에서 행복했다"며 마치 '과거형'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로 무성한 의혹을 자아냈다. 호날두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사실상 레알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거의 매시즌 이적설 제기된 호날두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했고 리오넬 메시와 세계 축구 양대산맥으로 자리했다. 레알에서 438경기 450골 132도움으로 역대 기록들을 갈아 치웠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6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고 올시즌에는 11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대회 3연패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호날두 없는 레알을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호날두는 아직 레알 마드리드와 3년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사실 호날두의 이적설은 매년 거론되는 연례행사와도 같다. 호날두는 30대를 넘기면서 거의 매시즌마다 이적설에 시달려왔다. 부진한 활약을 보일 때는 노쇠화로 인한 방출설이 거론될 때도 있었고, 혹은 본인이 직접 이적 가능성을 암시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선정적인 타블로이드지들이 만들어낸 근거 없는 이적 루머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이번에도 결국 구단에 대한 호날두의 언론플레이가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호날두는 뛰어난 축구실력 못지않게 종종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적지 않다. 호날두는 과거 "레알에서 행복하지 않다", "내 동료들이 나의 실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등 구단에 투정을 부리는 듯한 발언을 수차례 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해 이맘때도 탈세 혐의로 논란이 되었을 때는 구단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격분하여 직접 이적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구단의 강력한 만류와 설득으로 올시즌도 결국 유야무야되었지만 1년 만에 또다시 본인이 직접 이적설에 불을 지폈다. 호날두는 구체적인 이유에 대하여 밝힌 적이 없지만, 결국은 재계약 문제나 연봉 인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하여 '구단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즌 중반만 해도 호날두가 최근 재계약에 성공한 리오넬 메시, PSG에 입단한 네이마르 같은 슈퍼스타 경쟁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때문에 구단에 불만이 있다는 루머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호날두는 이적설이 한창 불거졌을 때는 구단과 한창 대립각을 세우다가 상황이 개선되자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마드리드에서 행복하다', '레알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것이 꿈'이라며 금세 말을 번복한 것도 수차례나 된다. 슈퍼스타답게 여론의 관심을 끌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언론플레이 능력은 호날두의 또 다른 장기로 보일 정도다.

가장 이적 가능성이 높은 구단은 PSG, 하지만...

 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2017년 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 EPA/ 연합뉴스


현실적으로 레알 외에 호날두를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이 세계적으로도 찾기가 흔치 않다. 호날두의 여전한 기량과 명예욕을 감안할 때 레알을 떠나더라도 유럽을 떠나 중국이나 제 3세계 리그로의 이적은 가능성이 희박하다.

유럽무대에서 호날두의 몸값과 우승 가능성을 모두 충족시켜줄 만한 구단을 찾는다면 그나마 친정팀인 맨유나 오래 전부터 호날두에 대하여 관심을 표시해왔던 파리 생제르망(PSG, 프랑스) 정도를 꼽을수 있다. 두 팀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막대한 자금력과 유럽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층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맨유는 아직 리빌딩이 진행 중이고 레알 시절 호날두와 불화설이 있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전술적으로 현재 맨유의 스타일은 호날두와 그리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PSG는 유럽의 신흥강호이지만 프랑스 리그의 위상은 스페인이나 잉글랜드보다 아직 한참 떨어진다. 무엇보다 PSG에는 이미 네이마르라는 또 다른 슈퍼스타가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 네이마르의 레알 이적설과 맞물려 호날두와의 '스왑딜'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PSG가 네이마르를 놓아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데다 아무리 호날두라고 해도 30대 중반에 접어든 선수를 얻기 위하여 20대의 전성기에 돌입한 네이마르를 내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다.

물론 호날두가 레알을 떠나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것이 진심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호날두는 이미 레알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 맨유 시절을 포함하여 챔피언스리그에서만 벌써 5번이나 우승했으며 발롱도르도 5회나 수상했다. 월드컵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내년도 발롱도르 수상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득점에 관한 레알과 유럽축구의 역대 기록을 대부분 갈아치웠다. 기량이 떨어지면 어떤 레전드라도 가차없이 버림받는 레알의 전통을 고려할 때 아직 전성기의 기량이 남아있을 때 변화를 선택하는 것도 무리한 판단은 아니다.

한편으로 호날두의 깜짝 발표에 관해 '이적설이 아닌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어느덧 33세가 된 호날두에게는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 러시아월드컵이 포르투갈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 유로 2016 우승을 통하여 국가대표에서도 무관의 한을 풀어내는 호날두에게 이제 축구인생에 마지막 남은 트로피는 월드컵이 유일하다. 뛰어난 축구실력만큼이나 끊임없이 화제와 논란을 몰고 다니는 호날두의 행보는 올여름에도 축구계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대 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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