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외치는 태극전사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지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전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18.6.3

▲ 파이팅 외치는 태극전사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지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기 전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2018.6.3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최종 명단이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일 1차 소집명단 28인에서 23명으로 압축된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앞서 부상으로 낙마한 권창훈-이근호에 이어 1일 보스니아와의 마지막 국내 평가전과 출정식을 마치고 김진수-권경원-이청용이 제외됐다.

김진수는 더딘 부상 회복, 권경원은 포지션 중복 문제로 다른 중앙수비수들과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부족한 실전감각과 지난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당한 허리부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불가피했던 선수단 대폭 개편, 멀티 자원 많아

최종 확정된 23인 명단을 보면 지난 3월을 전후로 대표팀의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작년 7월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 각종 대회와 평가전을 통해 월드컵에 나서게 될 태극전사들의 옥석을 가려왔다. 하지만 지난 북아일랜드-폴란드와의 유럽원정 2연전을 필두로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전술 변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선수단 개편이 불가피했다.

이승우, 문선민, 오반석, 박주호, 이용 선수는 모두 3월 이후 신태용호에 뒤늦게 승선했음에도 최종명단까지 살아남는 데 성공한 이들이다. 특히 신예 이승우와 문선민은 첫 A매치 대표팀 발탁에서 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내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정승현, 윤영선, 홍철 선수는 그동안 A 대표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막판 반전에 성공했다. 당초 부상이 아니었으면 최종명단 승선이 확실해 보였던 권창훈, 김민재, 김진수, 염기훈, 이근호 등이 줄줄이 낙마한 나비효과가 결국 새 얼굴들에게는 기회로 돌아온 셈이다.

고정엔트리 골키퍼 3인방(김승규, 김진현, 조현우)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를 포지션별로 분류하면 공격수가 3명(손흥민, 황희찬, 김신욱), 미드필더가 7명(이승우, 문선민, 기성용, 주세종, 구자철, 정우영, 이재성)인데 비해 수비수를 무려 10명(오반석, 박주호, 정승현, 김영권, 장현수, 윤영선, 홍철, 김민우, 고요한, 이용)이나 발탁한 것이 눈에 띈다. 고질적인 수비불안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에서 상황에 따라 3백과 4백을 혼용하기 위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수비수들을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대표팀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많다는 게 강점이다. 공격수인 손흥민과 황희찬은 언제든 측면에서 활약할 수 있으며 미드필더로 분류된 이승우도 원래의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출신이다. 구자철은 수비형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볼수 있고, 박주호와 고요한, 김민우는 미드필더와 풀백을 넘나든다.

공격의 핵심은 역시 손흥민이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8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손흥민은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전방과 2선이 모두 가능한 손흥민이지만 신태용 감독을 대표팀 최고의 골잡이로서 손흥민을 최대한 골문에서 가깝게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분명하다. 전문적인 센터 포워드가 아니라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침투형 공격수에 가까운 손흥민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표팀은 3백이든 4백이든 기본적으로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투톱 전술을 꺼내들 것이 유력하다. 손흥민의 파트너로는 돌파력이 좋은 황희찬이 선발, 제공권이 좋은 김신욱이 조커로 나설 전망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여전한 걱정거리

캡틴 기성용 "국민에게 기쁨 드리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기성용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캡틴 기성용 "국민에게 기쁨 드리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 기성용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 참석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 유성호


걱정스러운 부분은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대표팀의 플랜A와 베스트11이 아직도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신태용호는 그동안 4-4-2를 주 전술로 내세웠을 때 내용과 결과 모두 가장 좋았다. 하지만 권창훈-이근호-김민재-김진수 등 플랜 A의 핵심을 이루던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지금 월드컵 본선에서 신태용식 4-4-2의 완성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게 문제다.

특히 측면 라인의 부실함이 두드러진다. 이승우와 문선민이 최종명단까지 승선했지만 이들은 성인무대나 국제 경험이 아직 부족한 선수들이다. 수비 가담이나 체력적인 문제에서도 더 검증이 필요하다. 경험이 많던 이청용이 탈락하고 신태용 감독이 추가적으로 새로운 측면 공격수를 발탁하지 않으면서 대표팀은 공격진 운용에 선택의 폭이 많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신태용 감독은 이를 대비해 변형 스리백 카드를 고려하고 있지만 포백에 비해 완성도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스리백에서는 전형적인 측면 공격수를 두지 않는 대신 윙백이 그 역할을 대체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표팀에서는 공수를 겸비한 정상급 윙백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김민우, 박주호, 이용, 고요한, 홍철 등이 좌우 측면 윙백의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데 아직은 누구도 주전이라고 확실히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던 지난 보스니아전에서도 한국은 오히려 수비에 많은 문제를 드러내며 대량실점을 허용했다.

기성용과 중원에서 짝을 맞출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도 아쉽다. 기성용, 구자철, 정우영, 주세종으로 구성될 중앙 미드필드 자원은 주로 빌드업과 공격 전개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은 가능하지만 과거의 김남일처럼 몸싸움에 강점이 있는 '파이터형' 선수가 아니다. 신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플레이 메이커로서의 역량을 갖춘 기성용과 정우영을 변형 스리백의 '포어 리베로'로 기용하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평가전에서의 부진과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주포지션은 아니지만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었을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박주호나 고요한을 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외파 줄고, 베테랑 늘고... 2018 신태용호의 이모저모

출정식에서 발언하는 신태용 감독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이 끝나고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신태용 감독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18.6.1

▲ 출정식에서 발언하는 신태용 감독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이 끝나고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 국가대표 출정식에서 신태용 감독이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18.6.1 ⓒ 연합뉴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비교해 대표팀 해외파의 비중은 줄었다. 해외파 의존도가 높았던 홍명보호의 경우 전체 23인 중 해외파가 무려 17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태용호의 해외파는 11명으로 국내파의 비중과 거의 균형을 이뤘다. 이중 유럽파는 손흥민-기성용-황희찬-구자철-이승우까지 5명으로 역시 4년 전의 9명에 비하여 절반 가까이 줄었다. 아시아 프로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김승규-김진현-장현수-정승현-정우영-김영권까지 6명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7.8세로 역대 최연소였던 브라질 월드컵의 25.9세보다 2살 정도 늘었다. 최고참은 1986년생으로 32세인 이용이다. A매치 경험이 가장 많은 선수는 지난 1일 치러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에 가입한 주장 기성용이다. 반면 막내는 1998년생으로 20세가 된 이승우다.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4년 전 5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이청용이 탈락하면서 기성용은 유일하게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을 노리는 선수가 됐다. 손흥민, 구자철, 김신욱, 이용, 박주호, 김영권, 김승규 등은 지난 브라질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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