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 관련 사진.

영화 <허스토리> 관련 사진. ⓒ NEW


영화 <허스토리> 출연 배우들이 개인적인 부끄러움과 어려움을 고백했다. 해당 영화는 1992년부터 6년 간 일본 시모노세키(관)와 부산(부)을 오가며 일본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감당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영화에선 처지와 상황이 저마다 다른 인물들이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을 그렸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등이 직접 피해자 역으로 참여했다.

포문은 연출을 맡은 민규동 감독이 열었다.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을 접한 이후 가슴에 돌을 안고 살았다"며 민 감독은 "그간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를 영화로 하려고 세 편 정도 시나리오를 썼다가 좌절해왔는데 도저히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탄생

"세 편 모두 1940년대가 배경이었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을 살피는 와중에 전혀 몰랐던 관부재판 이야기를 알게 됐다. 왜 이 작은 승리의 기록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생각했고, 그 안에 여러 작은 서사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시작했다. 위안부 영화 하면 민족의 희생양, 짓밟힌 자존심 등 민족의 상처로 환원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그럴수록 개별 할머님들의 아픔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명의 여성이자 인간으로 다루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들은 거짓말하기도 하고 숨기도 한다. 살아남은 양식이 다양하기에 그 분들의 살아있는 모습, 용기를 내서 싸우는 모습을 담는다면 더욱 그 분들에게 우리가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규동 감독)

극중 사업가 문정숙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재판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김희애는 "일본말과 부산 사투리를 해야 했는데 처음엔 일본말이 더 걱정이었지만 뚜껑을 여니 사투리가 더 과제였다"며 "보통의 이야기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할머님들 이야기라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폐가 될까 싶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려 했다"고 전했다.

김희애가 품었던 부담감을 피해자 할머니 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 역시 크게 안고 있었다. 배정길 할머니 역의 김해숙은 "어느 정도는 그 분들 아픔을 알 수 있지 않나 싶어 겁 없이 덤볐는데 하면 할수록 그 아픔의 깊이를 0.1도 알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었다"며 "내 자신을 하얗게 비우고 다 내려놓고 하려했다. 하루하루 연명하듯 버텼다"고 고백했다.

박순녀 할머니 역의 예수정 역시 "몰랐던 역사였고, 조금씩 다가가려 노력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까 마음 안에서 (감정이) 뭉글뭉글 올라오면서 할머님들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그 분들의 용기가 뜨겁게 다가오는데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아 멍한 상태"라고 소회를 밝혔다.

다른 캐릭터와 달리 피해 이후 치매 질환 등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는 이옥주 할머니 역의 이용녀는 "피해자 분들 뉴스를 사실 피하곤 했는데 대본으로 받아든 순간 더 이상 피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건 내 문제이자 우리나라의 문제이고, 할머니를 연기한다기 보단 그 문제를 이 시대에 설명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용녀는 영화 속 대사인 '이제라도 인간이 되어다오'를 읊으면서 일본정부를 향해 "지금도 우리가 바라는 건 하나다. 이제라도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해다오"라고 덧붙였다.

 영화 <허스토리> 관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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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아픔

배우들 모두가 피해자 분들의 아픔을 전적으로 알 수 없어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김해숙은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하게 돼 좋고, 이후로도 많은 여성 배우들이 활동할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면서도 "개인적으론 그것보단 이 영화를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음을 말하는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배우 문숙은 "전 (영화계를) 떠나 있었고, 옆에 계신 분들은 40년 간 자리를 지켰던 분"이라며 동료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표현했다. 문숙은 "나이는 제가 조금 많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무조건 선배님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모든 걸 배워가며 하자는 생각이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 아픔은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기에 그저 절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허스토리>의 개봉은 오는 27일이다.

허스토리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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