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벼랑 끝에 몰렸다. 실낱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일전 승리가 필요하다. 만약 독일을 잡을 수만 있다면 한국은 대이변의 주인공으로서 수많은 기록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

오는 27일 수요일 오후 11시(한국시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두 경기가 동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복잡한 경우의 수가 뒤엉켜있다. 2연승으로 F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멕시코가 떨어질 가능성과 2연패로 조 최하위에 위치 중인 한국이 16강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확률이 공존한다.

한국은 무조건 독일을 잡아야 한다. 무승부나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한다. 기적적으로 독일을 잡는다고 해도 16강행을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와 경기를 가지는 스웨덴이 승리 혹은 무승부를 거두면 승점에서 두 팀에게 밀려 탈락한다. 한국이 독일을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줘야 한국과 독일, 스웨덴의 승점이 3점으로 동률을 이뤄 16강 진출의 기회가 생긴다.

월드컵 규정상 조 순위는 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결정된다. 경쟁국과 승점만 같아지면 이후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극미한 가능성이지만 한국이 독일전에 전력을 다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가능한 기록 1. 80년 만의 독일의 1라운드 탈락

독일은 모든 면에서 한국에 앞선다. 전 대회 우승국이자 여전히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여겨지는 독일이 한국에게 패하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이 독일을 잡기만 한다면 독일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기록들이 생겨난다.

일단 독일은 한국에게 2점 차 이상으로 지면 멕시코와 스웨덴 간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16강행이 좌절된다. 만일 독일의 16강 탈락이 현실화되면 독일은 193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80년 만에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을 경험하게 된다.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총 18회의 월드컵 본선 진출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대회 1라운드 탈락을 경험한 적은 1938년 딱 한 번뿐이다. 당시 대회는 16개국 참가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자웅을 겨뤘다. 1라운드에 열린 독일과 스위스의 대결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1-1로 마무리됐고, 재경기에서 독일이 2-4로 덜미를 잡혔다.

1938년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17번의 대회에서 독일은 각각 4번의 우승과 준우승을 기록했고, 매번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특히 21세기에 참가한 최근 4번의 대회에서는 전부 4강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AP/연합뉴스


압도적인 꾸준함이다. 월드컵 최다 우승 국가인 브라질도 성적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독일에게 뒤질 정도다. 이런 독일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면 월드컵 무대에서 수십 년 간 이어진 독일 성적의 항상성에 흠이 가해질 전망이다.

기록 2. 독일 상대로 본선에서 승리한 첫 아시아 국가 탄생

신태용호가 독일을 잡는다면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을 꺾은 최초의 국가가 된다. 독일은 지난 대회까지 아시아 국가와 총 4번의 맞대결을 가졌다. 네 경기 모두 독일의 승리였다.

독일과 아시아 국가의 첫 번째 대결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이었다. 아랍 에미리트를 만난 독일은 5골을 넣으며 가볍게 5-1의 대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승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를 8-0의 기록적인 스코어로 박살냈다. 준결승에서는 개최국 한국에게 1-0의 신승을 거뒀다.

2002년 이전에 한국은 전차군단'을 곤경에 빠뜨린 경험이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만난 한국은 전반전에만 3골을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전에 터진 황선홍과 홍명보의 연속골로 독일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승부는 2-3으로 끝나며 독일이 승리를 가져갔지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무승부가 가능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한국의 반격은 꽤나 강렬했다.

독일에게 한국은 언제나 껄끄러운 상대였다. 월드컵 본선에서 가진 두 번의 만남은 모두 한 점 차의 승부였다. 심지어 한국은 2004년 부산에서 있었던 독일과 평가전에서 3-1로 승리하며 '독일을 꺾은 첫 아시아 국가'라는 타이틀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난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요하힘 뢰프(오른쪽 두번째) 감독이 0-1로 뒤진 가운데 물마시는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흥미로운 점은 U-23, U-20 대표팀 사이의 상대전적에서는 한국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이다. 2년 전 있었던 리우 올림픽에서의 경기를 포함해 총 5번의 맞대결에서 젊은 태극전사들은 2승 3무의 호성적을 거뒀다. 물론 당장 있을 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독일을 상대로 보여준 한국의 계속된 선전은 독일에게는 미세하게나마 부담이 되는 역사다.

한국이 '전차군단'의 질주를 막고 16강에 진출한다면 앞서 소개한 두 가지 기록을 제외하고도 많은 기록들이 탄생할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이 16강행 열차를 타면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32개국이 본선에 참가한 이후 최초로 조별리그 1·2차전에서 패하고도 16강에 간 첫 국가가 된다. 유럽과 남미를 제외하고 독일의 다음 라운드 진출을 막아낸 최초의 국가 타이틀도 얻는다.

독일전 승리시 새롭게 작성되는 역사적 기록들의 개수만큼이나 어려운 미션이 독일을 꺾는 일이다. 절대 쉽지 않다. 과연 독일을 잡아내고 한국 대표팀이 무수한 '최초의 기록'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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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한국 독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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