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하는 남-북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뒤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두 정상이 2032년 하계올림픽을 공동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에서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릴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후 9월 평양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문화 체육교류 분야로 2032년 하계올림픽을 공동으로 유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과 지난 2월에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 단 두 차례다. 북한은 분단 이후 아직까지 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없다. 평창이 폐막한 지 불과 6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은 가운데 두 정상이 또 다른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행보가 집중되고 있다.
 
평화-대륙 순환 개최, IOC 이목 사로잡기 충분
 
백두산 천지 기념사진 찍는 두 정상 부부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등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백두산 천지 기념사진 찍는 두 정상 부부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등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IOC가 올림픽이라는 대회를 통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는 '평화'다. 그동안 남과 북은 여러 국제스포츠 대회에서 공동입장하거나 단일팀을 이룬 바 있다. 올해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과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했던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은 모두 공동입장을 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보이자 IOC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등 국제스포츠 관련 주요 기구는 모두 크게 환영했다.

IOC는 4년마다 열리는 동·하계올림픽 대회를 모두 개최되기 7년 전에 IOC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실제로 평창 동계올림픽도 대회가 열리기 7년 전이었던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렸던 총회를 통해 최종 낙점됐다. 그렇기 때문에 2032년 하계올림픽은 2025년에 열리는 총회를 통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근 그 전례가 깨진 사례도 있다. 2028년 미국 LA에서 열릴 예정인 하계올림픽이다. IOC는 지난해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했다. 그 결과 2024년은 파리에서, 2028년은 LA에서 열게 됐다. 이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데 IOC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올림픽을 개최하고자 하는 나라가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스와 미국은 모두 2024년에 올림픽을 열고자 했다. 그러나 IOC는 양국간의 중재를 통해 2024년에는 프랑스에게 기회를 줬다. 1924년에 열렸던 올림픽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열리기 때문에, 올림픽에 대한 상징성이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신 IOC는 미국 측에 올림픽 개최 비용 일부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 총회에서 두 대회의 개최지가 동시에 결정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미 IOC는 남북이 공동으로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뜻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지난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남북 정상 간 합의 내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만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2032년 하계 올림픽을 공동 개최하기로 결정한다면 관련 사안에 대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륙 순환 원칙도 유치경쟁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IOC는 전통적으로 대륙별 순환개최에 따라 올림픽 개최지를 정하는데, 하계올림픽 순서상 2032년은 아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2020년 도쿄-2024년 파리- 2028년 LA).
 
북한-인프라-국민정서, 감당할 수 있을까
 
평창동계올림픽 개회 알리는 불꽃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r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 개회 알리는 불꽃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r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 유성호

 
하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지, 유치한다고 해도 준비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우선 올림픽이 두 나라에서 나눠 분산개최를 한 적은 없었다. 최근 경제적인 이유로 올림픽 유치를 신청하는 나라 수가 적어지자, IOC는 '분산개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실제로 평창 올림픽의 경우 일부 경기를 1998년 대회가 열렸던 일본 나가노에서 하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중 조정종목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이는 모두 없던 일로 됐다.
 
양 국간 분산개최를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와 비용도 중요하다. 남측의 경우 과거 서울 올림픽 당시에 사용했던 경기장 등을 축구장, 야구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고, 북측의 경우 김일성경기장, 류경정주영체육관 등이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새로 치르기 위해서는 신설경기장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고, 기존 경기장과 신설 경기장 등을 건설하거나 개보수 하는데 드는 비용도 따른다.
 
특히 북한의 경우 남측에 비해 도로를 비롯한 교통이나 기반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용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를 국민총소득이 320억달러(35조 9000억) 수준인 북한이 과연 이런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도로 이외에도 철도, 항공 등 육상과 해상 등에서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야만 올림픽을 열 수 있다.
 
남북만이 2032년 올림픽을 희망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유치경쟁은 피할 수 없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이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8월에 자국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아시안게임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 개최 후보국에 바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인 인도는 통 큰 투자를 앞세울 가능성이 높다. 인도올림픽위원회(IOA) 측은 "인도는 할 때 통 크게 한다. 올림픽 유치 성공시 수억 달러의 투자가 있을 것"이라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 분야에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두 국가 이외에도 호주 브리즈번, 독일 등이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오륜기 게양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기가 게양대로 향하고 있다.

▲ 오륜기 게양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기가 게양대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정서다. 이미 국내에서 올림픽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은 꽤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당장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만 해도 유치 직후에는 모두가 기뻐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싸늘하게 식었고, 국정농단 사태와 정치 이권 개입 정황이 드러나자 금새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다만 개회식이 열리고 난 후 열기가 뒤늦게 상승하면서 체면치레는 할 수 있었고, 안전과 선수촌 시설,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곳곳에서 찬사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경기장과 공사비용에 대한 문제도 적잖았으며, 대회가 끝난 지 6개월이 흐른 지금도 사후관리를 놓고 정부와 지자체간 문제가 오고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모두 지켜본 국민들은 누구보다 올림픽이라는 대회를 치르고 난 뒤에 진통과 후유증이 얼마나 극심한지 잘 알고 있다.
 
북한에 대한 대중의 정서와 반응도 문제다. 올해 들어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반감이 예전에 비해 수그러 들었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과 회의적인 시각은 공존하며 대립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정서 등은 어쩌면 금전적인 문제보다 더욱 큰 난제일 수 있다.
 
한반도 전체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 문제, 국제사회에 설득 등 헤쳐 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올림픽이 열릴 나라의 국민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올림픽 유치를 희망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유치를 철회한 경우도 적잖다.
 
유치 의지를 표명한 것은 아주 작은 첫 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머나먼 일일지 몰라도 이런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남북 공동 올림픽은 과연 위대한 한 발이 될까, 아니면 독이 든 성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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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문재인 김정은 남북정상회담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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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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