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지난 9월 11일(현지 시각)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진행된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 ⓒ AP/연합뉴스

 
류현진이 정규시즌 마지막으로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류현진은 29일 오전 11시 15분(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릴 샌프란시스코와의 마지막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내정됐다.

포스트시즌 명운을 가를 중요한 시리즈를 앞두고 다저스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은 상황이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콜로라도 시리즈를 스윕해 지구우승을 목전에 뒀지만, 이후 콜로라도가 7연승을 질주할 동안 3승 3패에 그친 다저스는 1게임 뒤쳐지게 됐다. 특히 애리조나 시리즈 1차전 마에다의 위험했던 HBP 장면이 있은 후 치른 2경기를 모두 내주면서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른다. 시리즈 스윕을 목표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류현진은 다시 한 번 '빅게임 피처'의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치를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을 류현진의 이번 경기 관전포인트를 살펴보자.

#1. '주전 공백 다수' 샌프란시스코 타선, 방심은 금물

복귀전 상대했을 당시보다 라인업이 많이 바뀌어 있다. 매커친은 트레이드, 벨트와 포지는 시즌아웃이 된 상황이다. 신인들이 공백을 메우고는 있으나 셋의 공백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로 상대하게 될 신인 타자들에 약점을 잡혀서는 안된다. 지난 경기들을 봤을 때 호세 마르티네즈, 해리슨 베이더(이상 세인트루이스), 아메드 로사리오, 제프 맥닐(이상 메츠) 같은 선수들이 그간 강세를 보여왔던 팀들을 상대로 분전하며 류현진을 많이 흔들어놨던 바 있다.

류현진이 다음 시즌 어디에서 뛰게 될지 알 순 없겠으나, 향후 샌프란시스코 팀의 주축을 이루게 될 선수들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당하면 다시 맞붙었을 때는 부담스러울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향후의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29일 상대할 젊은 선수들에 맞서 강한 인상을 남길 필요는 있어 보인다.

#2. AT&T 파크에서만 이겨본 류현진, 이번에도?
 류현진 AT&T 파크 상대성적

류현진 AT&T 파크 상대성적 ⓒ 정강민


류현진의 샌프란시스코 상대 통산 성적은 4승 6패 3.09로 상당히 준수하다. 시즌 초반 있었던 AT&T 파크 원정에서 5.2이닝 2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었고, 부상 이전 고전했던 경기가 간혹 있었지만 복귀 이후 2경기는 2.3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다.

류현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상대했을 때 오히려 평균자책점이 낮았는데 거두어들인 4승은 모두 AT&T 파크에서 쌓았다. 팀은 승리가 절박한 이 경기에도 그 승운이 류현진에게 미소를 지어줄지 주목해봐야 한다. 올해는 2경기에 등판해 승패 기록이 없고 2경기 모두 불펜이 류현진의 승리요건을 날렸었다.

또 광활한 외야로 유명한 AT&T 파크에서 오히려 다저스타디움보다 2루타를 더 적은 비율로 허용했다.(다저스타디움 120타수 7개, AT&T 172타수 8개) 반면 피홈런은 모두 AT&T 파크에서 내줬다. 홈런 파크팩터는 최하위권이며 2, 3루타는 꽤 높은 구장인 AT&T 파크에서 완전히 반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이색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3. 메이저리그 대표 투수 범가너와의 7번째 맞대결

류현진이 내일 상대할 투수는 매디슨 범가너다. 이번 등판으로 15경기째 등판인데 범가너와는 7번이나 맞붙을 정도로 많이 대결했다. (나머지 경기는 케인 4번, 홀랜드 2번, 보겔송 1번, 피비 1번 맞상대) 팀 대결은 3승 3패로 동률이다.

다저스 상대로는 31경기 등판해 196.2이닝 소화하며 15승 10패 2.61를 기록했다. 다저스를 상대로 커리어 내내 올해의 저스틴 벌랜더 정도의 활약을 해낸 셈이다. 류현진 등판 경기 때로 한정하면 6경기 41이닝 3승 2패 1.10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승수 페이스는 비슷하나 마치 류현진을 만나면 더 힘이 솟는 듯 다저스 타선을 윽박질러왔다.

류현진도 물러서지는 않았다. 범가너에 비하면 성적이 좋지 않지만, 28.1이닝 투구하며 2.20의 평균자책점으로 상대 에이스와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빅게임 피처'로서의 면을 확실히 보여줬던 바 있다. 특히 부상으로 강판된 경기를 제외하고 제대로 맞붙었던 4경기로만 카운트하면 25이닝 2자책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도 이미 다저스타디움에서 둘이 합쳐 14이닝 무실점의 엄청난 투수전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경기 역시 그런 투구가 필요하다.

#4. 경계해야할 타자는 누구?
 
 샌프란시스코 주요타자 성적

샌프란시스코 주요타자 성적 ⓒ 정강민


헌터 펜스가 이제는 많이 노쇠했다고는 하지만, 류현진의 공을 쳐내는 데는 아직 일가견이 있다. 사실 골드슈미트, 아레나도 같은 대표적인 천적들과 달리 펜스는 장타를 치기보다는 류현진의 공을 안타로 잘 연결하던 선수였다. 통산 타율이 .419인데 반해 장타율은 .484로 좀 떨어진다. 특히 4번째 안타 이후 내줬던 9개는 모두 단타로 끝났다. 정타 허용에 주의하면서 상대해야 할 것이다.

포수 닉 헌들리의 타격 성적은 그리 주목받지 못하지만, 좌완 상대로는 15년도 콜로라도 시절 이후 매서운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해당 기간 .304 .341 .508 15홈런 53타점을 기록했던 좌완 킬러다. 자이언츠에는 포지가 있어서 류현진과 맞상대할 일이 없었지만, 지난 2013년 맞대결 당시 안타도 하나 기록했던 바 있다.

이외에도 시즌 초반 류현진 상대 홈런을 기록했던 에반 롱고리아와 브랜든 크로포드가 라인업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고키스 에르난데스 역시 류현진을 상대로는 꽤 날카로운 방망이를 뽐냈던 우타자인 만큼 하위타선에서 얕보면 안 될 상대다.

#5. 샌프란시스코 타선과 류현진 주무기간 궁합
 
 류현진 구종별 성적 및 샌프란시스코 구종별 타격성적

류현진 구종별 성적 및 샌프란시스코 구종별 타격성적 ⓒ 정강민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커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강점을 갖고 있다. 한달 전에도 커터를 상대해 구종가치 리그 4위라는 준수한 기록을 뽐냈던 샌프란시스코인데, 한달 반이 지난 그들은 여전히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콜로라도 전의 조정 이후 다시 커터로 재미를 봤던 류현진인데 이번 경기는 많이 활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복귀전에 많이 활용하지 않았던 체인지업 카드는 더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체인지업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서 이후 몇 경기 체인지업 활용을 많이 줄였는데, 8월 31일 애리조나 전 이후에는 다시 올랐다. 체인지업 약세가 두드러지는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상대로 패스트볼-체인지업 조합이 빛나준다면 호투 기대치는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커브는 네 가지 구종 중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젊은 선수들로 교체된 후 대처력이 가장 많이 떨어진 구종이다. 첫 맞대결을 벌일 상대들에게는 커브로 허를 찌를 경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8월 16일 등판에서도 커브가 빛을 발하며 복귀전 6이닝 무실점 경기를 펼쳤던 만큼 커브의 활약 역시 기대된다.

#6. 예상 라인업
 
 내일 예상 라인업

내일 예상 라인업 ⓒ 정강민

 
류현진은 이번 경기 오스틴 반스와 다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랜달과도 계속 좋은 등판을 일구어냈으나, 올해 반스와 함께할 때면 항상 결과가 좋았다. 류현진이 이번에도 좋은 기운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해야 한다.

뎁스가 깊은 다저스 사정 상 좌투수 상대 라인업과 우투수 상대 라인업이 갈리는 관계로, 이번 경기 역시 켐프-프리즈-도저 등 우타자를 전부 내보내고 먼시-벨린저-그랜달 등이 벤치에서 출발할 예정이다. 푸이그 역시 좌투수 대처가 아쉬운 터라 켐프가 먼저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는 헌터 펜스가 최근 1-2번 타순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외에는 선수들의 옥석을 가리고 있어 이 라인업에서 많은 선수들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체이스 다노와 앨런 핸슨 같은 기존 선수들과 유망주 아벨리노(미들인필더), 가르시아(포수/1루수) 등에게 모두 기회가 열려있다. 보치 감독의 선택을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그간 타격에서도 강타자로 주목받았던 매디슨 범가너의 경우 올시즌은 예외가 되고 있다. 이번 시즌 44번 타석에 들어서 거둔 성적은 .167 .182 .214에 홈런 역시 없다. 범가너의 한 방 능력을 경계는 해야겠지만, 타격 페이스는 이전 4년과 차이가 많이 난다.

#7. 류현진, 팀-개인 모두에게서 마지막이란 단어 지워낼 수 있을까

지금 다저스는 최근 5년 간 한번도 없었던 일을 당할 위기에 있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어른거릴 정도로 가을야구 진출이 크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와일드카드 2위 자리는 유지하고 있고 한 발은 앞선 상황이라 최악은 아니지만, 시리즈를 그르칠 경우 정말로 '마지막'을 받아들여야 한다.

류현진 역시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만약 다저스가 정말로 탈락한다면 이 경기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팀 선발진의 양과 뎁스를 감안했을 때 다저스는 아쉽지만 류현진과의 재계약 선택을 포기할 가능성도 높다. 추가로 다저스가 PS 진출에 실패하거나 와일드카드를 못 넘는다면, 류현진의 가을야구도 2014시즌에 멈추고 2년 연속으로 쓴맛만 남기는 상황이 된다.

지역 라이벌 팀의 상대 에이스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앞둔 류현진. 과연 다저스와 자신에게 달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일단 지워내고 포스트시즌 길목에서 희망을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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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다저스 선발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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