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EPA=연합뉴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의 공을 받아치고 있다.

(뉴욕 EPA=연합뉴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의 공을 받아치고 있다. ⓒ 연합뉴스/EPA

 
후회 없는 빅 게임이었다. 세계 랭킹 2위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 기술은 역시 최고였지만, 정현의 두 손 백핸드 크로스 기술도 그에 못지않게 빛났다.

한국 남자테니스의 자존심 정현(세계 랭킹 170위)이 우리 시각으로 9월 1일 오전 3시 18분, 미국 뉴욕에 있는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의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9 US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3라운드(32강)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계 랭킹 2위)에게 0-3(3-6, 4-6, 2-6)으로 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 수 위' 나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정현

정현은 여러 가지 조건에서 불리한 입장이었다. 지난해 호주 오픈 4강 신화를 이룬 이후 부상 악재가 겹치며 세계 랭킹이 곤두박질쳤고, 이 대회 본선에 오르기까지 예선 3라운드를 거쳐야 했다.

본선에 올라와서도 두 게임을 모두 풀 세트까지 뛰었다. 에스코베도(미국)와의 본선 첫 라운드 소요 시간이 3시간 37분, 믿기 힘든 대역전 드라마를 쓴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 세계 랭킹 32위)와의 2라운드 소요 시간도 3시간 22분. 체력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이 대회 여섯 번째 게임을 시작한 정현과 달리, 라파엘 나달은 직전 2라운드 상대 선수(코키나키스, 호주)가 게임을 포기하는 바람에 체력 면에서 더 든든할 수밖에 없었다.

첫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갈림길이 만들어졌다. 정현의 서브 게임을 라파엘 나달이 브레이크 해내며 4-2로 앞서가기 시작한 것이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중요한 고비 때 나온 스트로크 실수가 눈에 띄었다.

이렇게 첫 세트를 3-6으로 내준 정현은 두 번째 세트 초반 자기 서브 게임을 연속하여 러브 게임으로 끝내면서 또 하나의 빅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라파엘 나달의 날카로운 포핸드 다운 더 라인 기술은 더 결정적인 순간에 빛났다. 

정현이 서브를 넣은 다섯 번째 게임, 듀스가 두 번이나 이어지며 아슬아슬하게 공이 넘나들 때, 라파엘 나달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은 RPM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정현의 코트 옆을 빠져나갔다. 여기서 벌어지기 시작한 틈이 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셈이다.

다음에 더 빛날 정현의 '백핸드 크로스'

두 번째 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라파엘 나달은 두 손 백핸드 다운 더 라인 기술까지 자랑하며 세트 포인트 기회를 잡았고, 정현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너무 길게 떨어지는 바람에 44분 만에 두 번째 세트가 끝났다. 

세 번째 세트에서 정현의 체력 부담은 스트로크 실수로 나타났다. 세 번째 게임에서 더블 폴트로 라파엘 나달에게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내줬고 포핸드 크로스가 왼쪽 옆줄 밖에 떨어지며 게임 스코어 1-2로 밀렸다.

그리고 일곱 번째 게임에서도 정현은 스트로크 실수로 무너졌다. 마지막 게임에 몰린 정현은 나달의 서브 게임 첫 포인트를 날카롭게 뻗어 나가는 두 손 백핸드 크로스로 따냈다. 다음에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멋진 게임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고로 보였다.
 
라파엘 나달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과 와이드 스트로크 기술은 마지막 게임까지 빛났다. 2017년 우승 이후 이 대회 네 번째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라파엘 나달은 매치 포인트를 성공시킨 뒤 주머니에 있던 노란 공을 관중석으로 날리며 16강 진출 세리머니를 펼쳤다. 1시간 59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2019 US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32강 결과(1일 오전 3시 18분, 아서 애쉬 스타디움)

★ 정현 0-3[3-6, 4-6, 2-6] 라파엘 나달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정현 5개, 라파엘 나달 4개
더블 폴트 : 정현 2개, 라파엘 나달 1개
첫 서브 성공률 : 정현 68%(54/80), 라파엘 나달 51%(36/71)
첫 서브 득점률 : 정현 57%(31/54), 라파엘 나달 89%(32/36)
세컨드 서브 득점률 : 정현 65%(17/26), 라파엘 나달 69%(24/35)
네트 포인트 득점률 : 정현 65%(11/17), 라파엘 나달 80%(8/10)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정현 0%, 라파엘 나달 50%(4/8)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정현 21%(15/71), 라파엘 나달 40%(32/80)
위너 : 정현 20개, 라파엘 나달 29개
언포스드 에러 : 정현 37개, 라파엘 나달 2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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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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