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을 거야! 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삼성 대 안양 KGC의 경기에서 서울삼성 이관희와 안양KGC 문성곤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내가 잡을 거야! 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삼성 대 안양 KGC의 경기에서 서울삼성 이관희와 안양KGC 문성곤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에서 서울 SK와 함께 강력한 '2강'으로 평가받았다. 오세근-양희종-문성곤-변준형-전성현 등 국가대표급 국내 선수 라인업에, 얼 클락과 라타비우스 윌리엄스가 가세한 외국인 선수 선발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KGC의 개막 후 현재까지 성적은 6승 5패, 공동 4위로 5할을 간신히 넘기는 승률을 기록중이다. 못한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애매한 성적인 것도 사실이다. 물론 올시즌 프로농구가 초반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장기 연패에 빠져있는 원주 DB와 부산 KT를 제외하면 사실상 '8중 2약' 구도라고 할만큼 뚜렷한 강자 없는 전력 평준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관련이 있다.

오히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5할 승률도 선방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강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선전하다가도 오히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팀들에게 어이없이 덜미를 잡히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김승기 KGC 감독은 지난 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졸전 끝에 71-76으로 패하고 난 뒤 인터뷰에서 "어떻게 6승이나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팀의 기복 심한 경기력에 대하여 한탄하기도 했다.

KGC의 가장 큰 고민은 전력에 상수(常數)는 적고 변수(變數)만 가득하다는 점이다. 보통 팀의 경기력이 최소한 기대했던 수준의 평균치를 꾸준히 발휘해줘야 감독도 경기 운영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계산이 선다. 하지만 KGC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은 그야말로 어제 오늘이 다르고 내일은 또 달라지는 수준이다.

지난 경기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들이 다음 경기에서 침묵한다거나, 공격과 수비 중 한쪽이 잘 풀리면 다른쪽이 막힌다던지, 혹은 개인 기록상으로는 좋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오히려 팀 공헌도에는 마이너스가 되는 활약을 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아무리 선수 구성상 좋은 전력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 경기력에서는 100%로 발휘가 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팀의 기둥인 오세근이다. KGC는 오세근 입단 이후에만 두 번의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고, '오세근이 건강하면 언제든 우승후보'이라는 이야기가 나올만큼 그 비중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오세근은 올시즌 12.5점, 5.7리바운드에 그치며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기록도 아쉽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력의 기복이다. KGC는 오세근이 18점 이상을 기록한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한 반면, 지난 삼성전(8점)을 비롯하여 오세근이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5경기에서는 불과 1승 4패에 그치고 있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출전 시간 관리를 받고 있는 오세근은 페인트존에서의 장악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수비에서도 활동량도 줄어들며 스위치 로테이션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외곽 수비 커버가 잘 되지 않고 있다.

KGC의 가드진은 변준형과 이재도가 이끌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다. 특히 변준형은 올시즌 '변어빙'(카이리 어빙)이 별명이 붙을만큼 화려한 드리블 돌파와 스텝백 슈팅 능력으로 오세근의 뒤를 이을 KGC의 뉴 에이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 기록도 13.4점(국내 선수 10위), 4.5어시스트(전체 7위)에 오를만큼 KGC 국내 선수들 중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정작 실제 영양가는 기록만큼 뛰어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아무리 현대농구에서 공격형 가드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포인트가드라면 안정된 경기 운영 능력은 필수다. 지역방어와 변칙적인 트랩에 능한 팀을 만났을 때 KGC 가드진의 약점은 뚜렷하다.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볼을 오래 끌거나 무리한 돌파를 고집하다가 턴오버를 적립하기 일쑤다. 변준형과 이재도 모두 성향이 비슷하다보니 안 풀리는 날에는 둘 다 동시에 부진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KGC가 올시즌 접전 끝에 패한 경기들의 대부분은 승부처에서 가드진의 상황 판단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밀렸다.
 
 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삼성 대 안양 KGC의 경기에서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8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KBL 서울삼성 대 안양 KGC의 경기에서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인 선수들의 위상도 참 애매하다. 클락(18.1점, 6.3리바운드)과 윌리엄스(12.2점, 6.1리바운드) 모두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에 비하여 기량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딱히 월등한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아쉬운 점은 1옵션으로 기대했던 클락이 208cm의 장신에도 골밑보다는 외곽플레이에 더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골밑 몸싸움이나 수비에서 자신보다 작지만 힘이 더 좋은 상대 외국인 선수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다보니 자신이 넣는 득점만큼 상대에게 허용하는 경우가 잦다.

파트너인 오세근도 위력이 예전같지 않은 상황이라 클락의 파괴력 부족이 더 도드라진다. 대안으로 윌리엄스가 있기는 하지만 접전 상황에서는 득점력이 더 좋은 클락을 중용할 수밖에 없어서 수비와 리바운드에서의 핸디캡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한다. 팀사정상 KGC로서는 클락이 득점에만 주력하기보다도 궃은 일에 조금 더 신경써야할 필요가 있다.

국내 포워드라인의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베테랑 양희종이 잔부상으로 경기에 꾸준히 나서지 못하고 있고, 지난 시즌 성장세를 보여줬던 문성곤은 소심한 플레이로 다시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다. KGC 포워드진의 공격력은 원래 뛰어난 편이 아니었지만, 수비에서도 예전만큼의 끈끈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자면, KGC가 각 포지션마다 100%의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건강한 오세근-무리하지 않는 변준형-궃은 일하는 클락-자신감을 찾은 문성곤까지 몇 가지 조건만 보완되면 단숨에 우승후보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결국 선수들의 상태를 어떻게 최상으로 끌어올리느냐는 김승기 감독의 리더십에 달렸다. 운이 나쁘면 한 시즌 내내 선수 조합만 테스트하다가 시간을 날릴 수도 있다. 과연 KGC가 언제쯤 우승후보다운 진짜 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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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KGC인삼공사 김승기감독 변준형 오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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