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JTBC 음악 예능 <뜨거운 씽어즈>가 또 한번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터뜨렸다. 4회째를 맞이한 지난 4일 방송에선 16명으로 확정된 합창단이 단체곡 연습,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고 도전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한 주 전 뮤지컬 배우 정영주가 새 멤버로 합류하면서 실력자를 추가하는 과정이 소개된 데 이어 첫번째 합창곡 'This Is Me'(영화 '위대한 쇼맨' 수록곡)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제시된 숙제는 다름 아닌 듀엣 미션이다. 합창의 가장 최소 단위인 2인조 구성을 통해 서로의 합을 맞추면서 실력 향상 뿐만 아니라 서로를 좀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걱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실력 편차가 적지 않은 데다 중장년층 이상의 입장에선 생소한 멜로디의 낯선 곡이기에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감이 들 법했다. 하지만 본격 방송에 돌입하면서 이는 기우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영어 가사 대신 우리말로 개사... 진입 장벽을 낮추다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과연 'This Is Me'를 영어 가사 그대로 소화할지, 아니면 우리말 새 가사를 붙여 노래할지에 대해선 김문정 음악감독 또한 고민이 많았던 대목이었다. 결국 최정훈(잔나비)와 함께 원곡 가사의 의미를 살리면서 한국어 표현을 적절히 덧붙인 번안곡이 새롭게 탄생했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버전을 이해하기 쉽게 들려줄 적임자가 초대손님으로 등장했다. 바로 SG워너비 이석훈이 주인공이었다.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등에서 김문정 감독과 호흡을 맞춘 뮤지컬 배우이기도 한 탁월한 가창력의 소유자인 그가 새롭게 탄생한 'This Is Me' 우리말 버전을 멋지게 불러줬다. 덕분에 낯설기만 한 외국곡이 어느새 친근한 노래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덧붙여 김문정 감독은 간단한 놀이를 통한 화음 쌓기 연습을 진행해 합창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멤버들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랩처럼 박자에 밪춰 각자 순서대로 내뱉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마치 환상적인 아카펠라 화음처럼 울려 퍼지게 된다. 각자의 능력치를 감안한 맞춤식 연습을 진행하면서 이 팀은 조금씩 합창단의 틀을 만들어가게 되었다.

또 한번 시청자 울린 김영옥의 목소리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이날 방송의 백미는 최연장자 김영옥이 들려준 감동의 노래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시절 멋진 호흡을 보여준 후배 우현과 함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목경 원곡)를 선택해 연습에 몰두했다. 역시 그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대상 배우'이자 가수 겸 기타리스트 지현우의 도움을 받아 착실하게 화음을 맞추며 이들은 떨리는 심정으로 무대에 올라섰다. 평소 까불거리고 신명나는 춤과 노래를 선사했던 우현은 이번만큼은 한 음 한 음 착실히 부르며 대선배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감에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중에서)


​비록 박자도 살짝 놓치고 엄청난 성량의 가창력을 지닌 인물은 아니었지만 김영옥은 누구보다도 가사 속 이야기를 본인의 목소리에 녹여 냈다. 본인이 겪었던 지난 세월 속 인생사와 노랫말이 전하는 내용이 흡사했기에 노장 배우는 특별한 기교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또 다시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영옥의 여든살 인생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나문희는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뜨거운 씽어즈>가 우리 마음을 뒤흔든 이유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지난 4일 방영된 JTBC '뜨거운 씽어즈'의 한 장면. ⓒ JTBC

 
​김영옥과 나문희 두 원로배우가 첫 회 워낙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탓에 상대적으로 이어진 방영분의 관심도가 살짝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뜨거운 씽어즈>는 노래가 지닌 힘을 적절히 활용하며 시청자들을 사로 잡는다. 앞선 1~2회에선 배우라는 길을 걷어온 참가자들의 인생 이야기로 감동을 전달했다. 이어 3회에선 파트 배분 결정 과정 속 유쾌한 입담을 담아 예능 프로그램 본연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마치 적절한 강약 조절로 노래의 맛을 살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씽어즈> 역시 음표의 전개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안단테(Andante)처럼 빠르거나 알레그로(Allegro) 마냥 빠르게 각 회별로 적절한 호흡과 속도감을 담아 장기 프로젝트라는 무게감과 피로감을 적절히 덜어내는 것이다.

​'Open Arms'(저니 원곡)를 빼어난 가창력으로 소화한 권인하+박준면 듀엣부터 다음주 예고로 소개된 가볍고 코믹함을 곁들인 '이밤의 끝을 잡고'(솔리드 원곡)가 공존하는 건 <뜨거운 씽어즈>만의 개성이기도 하다. 노래가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듯이 이 프로그램 역시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에 월요일 밤은 늘 기다림의 시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음악이 지닌 달콤 쌉싸름한 맛을 <뜨거운 씽어즈>가 또 한번 일깨워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뜨거운씽어즈 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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